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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푸르름, 서산 상홍리 저수지
거대한 푸르름, 서산 상홍리 저수지 ⓒ 김성룡
10여 년을 객지에서 떠돌다 고향 서산으로 내려와 산 지 이제 1년이 조금 지났다. 처음 고향에 내려왔을 때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들판의 푸르름이었다. 도시 콘크리트의 딱딱함과 현란하고 강렬한 간판들에 지친 내 눈이 무척이나 배고팠던 모양이다.

ⓒ 김성룡
그 후로는 친구들이 얼굴 좀 보자며 서울 한번 올라오라는데도 당최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 푸르름과 편안함, 광활함에 길들여지다보니 한 발짝만 나서도 어깨를 부대껴야 하는 그 곳이 마치 지옥이나 되는 것처럼 느껴진 것이다.

ⓒ 김성룡
고향이 아주 '깡촌'은 아니라 웬만한 것은 다 있고, 없는 것은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다음날 택배로 받아볼 수 있으니 이로 인한 불편은 거의 없다. 꼭 보고 싶은 콘서트나 연극이 있다 해도 서울에서 1시간 30분 밖에 걸리지 않아 거리상의 불편함도 거의 없다.

ⓒ 김성룡
이제와 생각해보면 1년에 몇 번이나 콘서트, 연극 구경을 갔는지 모르겠다. 그보다는 콩나물 시루같은 출퇴근 버스나 지하철에서 보낸 시간이 훨씬 더 많았다.

ⓒ 김성룡
고향에 살면서 또 하나 좋은 것은 도시의 오염된 공기같은 오만한 사람들을 별로 만나지 않아서 좋다는 것이다. 그만큼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일도 없어진 것이다.

500년 된 느티나무
500년 된 느티나무 ⓒ 김성룡
점점 더 높은 빌딩을 짓고 구름보다 더 높이 나는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면서 어떤 사람들은 자연을 지배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저 구름과 나무와 푸른 들판을 보며 생각한다.

자동차와 비교해 보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자동차와 비교해 보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 김성룡
자연을 지배한 것이 아니라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도시에 갇혀, 자동차와 공장들이 내뿜는 스모그에 갇혀 거대한 자연을 잊고 살 뿐이라고. 자연을 잊은 인간은 오만해지고 그 오만은 편견을 낳고 그리고 그 편견은 또 다른 오만과 편견을 부르는 것이라고. 그렇게 세상은 악취를 풍기는 것이라고.

돌이켜보건데 인간은 단 한번도 자연을 벗어난 적이 없었다. 단지 흙에서 흙으로의 순환만 반복되었을 뿐이다. 돌아갈 고향이 있어 정말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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