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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7일) 시골집에 다녀왔다.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가지 못했는데, 아침 미사를 빨리 마치고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께서는 반갑게 전화를 받으시며 "아야 기정떡하고 소주 2홉들이 열 병 사오니라. 동네 사람들에게 맨날 얻어 먹기만 해서 미안해서 안되것다"고 하셨다.

어머니 말씀에 운암동 집 근처 떡집을 찾아가는데, 모두들 휴가를 갔는지 세 번째 가게까지 문이 닫혀 있었다. 네 번째 가게에서야 겨우 기정떡 한판을 구할 수 있었다. 한데, 외서집에 도착하여 차에서 떡을 내려놓자마자 어머니께서는 화를 내셨다. 왜 이렇게 적게 사왔냐 하면서 ...

"떡집이 대부분 문을 닫았고, 이것도 어렵사리 샀어요"는 말에 어머니께서는 "지난번엔 푸짐하게 사오더니, 돈이 아까워서 이렇게 적게 사왔냐?"이렇게 말씀하시는 거다. "떡이 적어 수박도 큰 걸로 사고, 술도 20병이나 사왔잖아요" 이렇게 말씀 드려도 어머니께서는 화가 안 풀리신지 몇 말씀을 더 하셨다.

외서면에 위치한 우리 마을은 젊은 사람들이 모두 도시로 나가고, 지금은 열 한분만 사신다. 그것도 모두 연세가 칠십이 넘으신 분들이다. 그래서 그런지 시골 어르신들의 우정과 동료애는 남다르게 돈독하다.

당신께서는 다른 집의 자제들이 시골에 올 때 사온 음식을 많이 얻어 드셨고, 마침 집에 온다는 아들에게 떡 좀 사오라고 했는데, 박스에 담겨 있는 떡이 적어 보여 그렇게 화를 내셨다고 말씀해 주셨다.

"어머니는 손주보다 떡이 더 중요하요. 요놈들 엄니에게 보여 줄려고 데려왔는디 그렇게 화만 내요."
"그것은 아니제. 우리 강아지들 공부 잘하냐?"

손주들 이야기를 꺼내자 어머니께서는 금세 화를 푸셨다.

이번 일이 언뜻 보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지만, 시골 어르신들의 우정과 동료애를 느낄 수 있었고, 다음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큰 교훈을 얻은 사건이었다.

그리고, 오후에는 뒷산과 인근 들판에서 사진을 촬영했다. 새로 구입한 카메라의 테스트 겸 접사촬영을 주로 했는데, 그 중 야생화 한 장을 첨부한다.

▲ 구름 패랭이 꽃
ⓒ 김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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