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지난 5일 천영세 의원단 대표 등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국회 기자실에서 "X파일 전면 공개, 특검법 도입, 국정조사 실시에 정치권 결단해야 한다"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민주노동당이 또다시 '캐스팅보트'를 쥘 것인가.

안기부 X파일을 둘러싸고 여야 정치권이 '특별법'과 '특검법'이라는 카드를 내놓고 원내 힘겨루기에 돌입한 상황에서 민주노동당의 행보가 주목된다. 민주노동당이 어느 쪽에 서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노동당이 지난 6월 임시국회에서 윤광웅 국방부장관 해임결의안을 부결시켰을 때처럼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우선 9일 열린우리당은 테이프 공개여부를 결정하는 제3의 기구 설치 근거로 '특별법'을 내놓았다. 이에 맞서 한나라당을 비롯한 야 4당은 '특별검사제' 도입 법안을 공동 발의했다. 민주노동당에 이에 참여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민주노동당은 '테이프 내용 공개'에 깊은 관심을 보이면서 '특별법'을 제출한 상태이다. 민주노동당이 열린우리당과 공조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특별법-특검법 모두 발 걸친 민주노동당

여야가 제출한 법안들은 다음달 정기국회에서 해당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된다. 현재 국회 법사위는 열린우리당 8명, 한나라당 6명, 민주노동당 1명으로 구성돼 있고, 법사위원장은 한나라당 소속인 최연희 의원이 맡고 있어, 여야 한 쪽이 반대하는 법안은 순조롭게 통과하기 어렵다.

본회의 통과도 난관이다. 현재 국회의석은 전체 299석 중 열린우리당이 146석이고 야 4당이 이보다 2석 많은 148석(한나라당 125석·민주노동당 10석·민주당 10석·자민련 3석·무소속 5석)이다. 이런 상황을 누구보다 당사자인 여야가 충분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가 상대방에게 완전히 배타적인 입장을 취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민주노동당이 차지하고 있는 10석은 최근 국정원의 'DJ 정부 불법도청' 발표로 인해 곤혹스런 위치에 놓인 민주당과 비교해 보면, 같은 10석이라도 차원이 다르다. 더구나 'X파일' 내용이 낱낱이 공개된다고 해도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없다. 한마디로 거리낄 것이 없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독특한 해법 = 특검법 + 특별법 - 제3기구

▲ 지난 4일 오후 한나라당·민주노동당·자민련 야3당은 국회 귀빈식당에서 수석부대표 회담을 갖고, 'X파일' 특검법과 테이프 공개에 대해 논의했다. 왼쪽부터 심상성(민주노동당), 임태희(한나라당), 김낙성(자민련) 수석부대표가 회담에 앞서 손을 맞잡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일단 민주노동당은 다른 야당과의 특검 공조에는 힘을 모았다. 하지만 여당과의 특별법 공조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9일 오후 2시 민주노동당은 다른 야당들과 함께 특검법을 공동 발의했다. 그리고 바로 30분 뒤 안기부 및 국정원의 불법 도·감청 자료 공개를 위한 특별법을 단독 제출했다. 이는 민주노동당이 한나라당에 대해 "특검법 도입 제안에는 동의하지만 파일 공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해왔던 것을 볼 때,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특별법'의 경우, 민주노동당과 열린우리당의 법안이 이름만 같을 뿐 내용에 분명한 차이가 있어 공조 여부는 불투명하다.

열린우리당은 특검에 반대하면서 특별법을 통해 제3의 민간기구인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그 위원들이 주체가 되어 테이프 내용의 공개여부 및 공개범위를 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노동당은 특검을 적극 수용하고 특검이 주체가 되어 불법도청 자료를 공개하되, 그 범위는 특별법에 의해 정하자는 입장이다.

"여당의 파일 공개 의지 부족... 국민과의 연대에 집중"

전병헌 열린우리당 대변인은 9일 오후 "이런 국면이 전개되고 있는 것은 한나라당의 특검법에 야당이 협력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은 깨끗한 척 물타기하고 있는 한나라당에 협력할 것이 아니라 여당의 특별법에 협력해서 무소불위의 불법도청 진상을 낱낱이 밝히길 간곡히 기대한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열린우리당이 말로는 테이프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고 하지만, 특별법의 내용을 보면 과연 공개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을 갖게 된다"며 "여당이 특별한 이유없이 특별법을 고집하면서 파일 공개를 어렵게 몰고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성희 민주노동당 부대변인 역시 "열린우리당이 내놓은 특별법은 파일 공개보다 'X파일'에 대한 적법 시비를 일으켜서 혼란스럽게 하려는 목적이 아닌가"라며 "열린우리당의 파일공개 의지가 없는데 공조가 쉽겠냐"고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또한 김 부대변인은 "야당들끼리 공동발의한 특검법도 법사위 통과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이후 캐스팅보트를 쥘만한 결정적인 순간이 올지는 미지수"라며 "양당의 의지가 충분하지 않다면 국민과 연대하겠다"며 시민사회단체와의 협조, 대국민 선전전 등 장외 공조전략을 강조했다.

민주노동당은 이미 장외 공조전략을 시행중이다. 삼성본관 앞에서 주요 당직자나 지역위원장들이 매일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고, 검찰청 앞에서 이건희 삼성회장 수사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11일에는 삼성본관 앞에서 삼성 불법정지차금을 규탄하는 촛불문화제를 연다. 또한 10일에는 '삼성 부정비리 제보센터'를 개소할 예정이며, 이후 오는 18일에는 '삼성의 정경언 유착이 나라를 망친다'는 주제의 토론회를 개최한다.

민노당의 특별법, 어떤 내용 담았나

민주노동당은 9일 오후 'X파일' 사건의 해법으로 야 3당과 함께 공동 발의한 특검법과는 별도로 특별법을 제출했다.

이 법의 명칭은 '국가안전기획부 및 국가정보원의 불법도감청 자료의 공개에 관한 특별법'이며, 공개 대상은 이른바 '미림팀'의 불법 도청자료 274개 테이프 및 녹취록, 보고문서 등이다. 또 이후 추가로 밝혀지는 김영삼 정부 당시의 안기부 및 김대정 정부 이후의 국정원의 각종 불법 도·감청 결과물 등이다.

테이프 공개는 불법 도청자료(테이프 및 녹취록 등) 중 조작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것 가운데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 ▲수뢰·사전수뢰 내지 뇌물공여 등 위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부패방지법에서 규정한 공무원행동강력 위반 등 중대한 권력형 비리에 해당하는 혐의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명시했다.

반면, 사생활 관련 범죄와 타인에게 모욕 및 명예훼손 등 인격적 범죄, 기타 범죄에 이르지 않는 사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또 테이프의 공개 주체는 '특별검사'(특별법에는 공개주체가 '보유기관의 장'으로 표시)가 된다. 그러나 야당이 발의한 특검법이 통과되지 못할 경우 검찰총장이 공개의 주체가 된다.

이외에도 공개시기는 특별검사가 녹음테이프 및 관련 자료를 인계받은 날로부터 60일 이내이며, 단 수사상 필요한 경우에 한해 특검이 공소여부를 결정하는 순간 공개할 수 있도록 내용을 담았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용산 대통령실 마감하고, 서울을 떠나 세종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진실 너머 저편으로...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