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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렀거라 지체높으신 양반(羊班)님네들 나가신다! 양떼들이 횡단하자 자동차들이 모두 멈추어 섰다.
ⓒ 한석종
▲ 우리 일행은 눈덮힌 먼 산을 바라보며 탄성을 지르는 모습에 양들은 오랫만에 실컷 사람구경을 하고 있다는 눈치다.
ⓒ 한석종

노르웨이는 인구가 극히 적은 나라이다. 그래서인지 사람을 만나는 횟수보다 피오르드 강변의 푸른 초원 위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양들을 만나기가 더 쉬웠다.

노르웨이에서는 양들을 방목하여 기른다. 양의 귀에는 명찰을 하나씩 달아 놓았는데 이는 구별하기 쉽게 하기 위해서란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초원에 파릇파릇 풀이 돋기 시작하는 5월경이면 양들을 풀어놓고 3~4개월 동안 방목한다고 한다.

양들은 밤에 축사로 돌아가지 않고 바위 밑이나 굴 속에서 야생하며 이 기간 동안 야외에서 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현지인에게 한국적 사고로 질문 하나를 던졌다. "누가 훔쳐가지는 않나요?" 여기서는 그런 생각조차 하는 사람이 없단다.

갑자기 한 가지 의문이 스친다. 아무리 사회보장제도가 잘 되어 있는 복지국가라고 하지만 "여기도 사람사는 동네인데…" 이것마저도 지극히 한국적 사고라는 생각이 들어 씁쓸한 웃음이 나왔다.

한 번은 자동차를 타고 다른 여행 목적지를 향하고 있는데 갑자기 속도가 10KM/h 이하로 뚝 떨어지더니 마침내 우리 나라 추석 명절 때 귀향길처럼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것이 아닌가!

노르웨이에서는 별 정체가 없었던 터라 정체 원인이 여간 궁금하지 않았다. 무슨 접촉 사고라도 난 게 아닐까? 지레 짐작을 하고 있는데 인솔자가 "지금 양과 소떼가 도로를 횡단하고 있으므로 이렇게 정체가 되는 것"이라고 한다. 이런 경우, 우리 나라에서는 소와 양 그리고 주인 모두 여지없는 도로교통법 위반 사범인데…. 정말이지 한국적인 사고를 벗어나기 힘들었다.

여행 첫날 인솔자는 이곳에서 한국적 사고로 이해하려고 할수록 오히려 스트레스만 받고 간다면서 이곳에서는 그냥 그런가 보다 라고 생각하고 굳이 한국적인 사고로 이해하려 들지 말라고 강조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소와 양떼가 줄지어 도로를 따라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었는데 서로 약속이나 한듯 질서정연하게 소떼는 좌측통행, 양떼는 우측통행을 하며 가고 있는 광경을 목격하였다. 물론 양떼를 모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경적소리 한 번 울리지 않고 양과 소의 보폭에 맞추어 천천히 서행하는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곳 사람들 뿐만 아니라 가축들도 이 아름다운 자연을 쏙 빼닮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은 브릭스달 빙하를 보러 가다가 전망이 너무 아름다워 잠시 길가에 주차를 하고서 달력 사진 속의 광경에 탄성을 지르며 흠뻑 취해 있는데 어디선가 한무리 양떼가 나타났다. 사람 보기 쉽지 않는 나라에서, 더군다나 동양사람은 더욱더 희귀했는지 한참을 우리 일행을 빤히 쳐다보는 것이 아닌가? 양떼들은 모처럼 사람 구경 실컷했다는 듯 흐뭇한 표정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피오르드 유람선을 타면 관광객들이 던져주는 과자 부서러기들을 받아 먹기 위해 갈매기떼가 몰려든다. 우리 나라 갈매기들이 새우깡에 길들여진 것처럼. 어느 한국 관광객이 과자 속에 매운 고추장을 넣어서 던져주었는데 덥썩 받아 먹었던 갈매기가 잠시 후 곤두박질을 치며 강물 속에 머리를 처박고서 고개를 흔들며 게워 내는 모습이 진기명기였다는 인솔자의 말을 듣었다.

그 후로는 노르웨이 피오르드 갈매기들은 한국 사람이 주는 과자는 쳐다도 안본다는 우스갯소리를 듣고, 어딜 가든 기발한 아이디어 만큼은 가히 세계적이라는 생각에 나도 배꼽을 쥐고 웃어댔지만, 웃음 뒤어 밀려오는 허전함은 어쩔 수 없었다.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이 진정 사람을 사랑할 줄 알 것만 같다. 그러기에 아름다운 자연을 닮은 이곳 사람들은 그런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하지도 생각할 수도 없는 것은 아닐까?

▲ 고삐 없는 소들도 줄지어 좌측 통행을 하고
ⓒ 한석종
▲ 서로 약속이나 한 듯 양들은 우측통행을 하고 있다
ⓒ 한석종
▲ 노르웨이에서는 양이 지나가는 자리는 모두 횡단보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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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횡단보도를 다 걷넌는지 서로 확인하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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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숫자가 다 맞는 것을 확인하고 또 다른 초지로 향하여 이동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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