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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7일 아침 8시 30분, 지난 밤을 보냈던 벳부 칸나와온천지구에 있는, 100여년의 전통이 있다는 고풍스런 온센가쿠[溫泉閣] 여관에서 짐을 챙겨 나오니 여관 앞에 영업용 택시가 어김없이 정확하게 대기하고 있다.

어제 여관의 남자 주인께 유후인을 가려면 어떤 교통편을 이용하는 것이 좋으냐고 물었었다. 여기저기 알아보고는 네 사람이면 버스로 가는 것보다 택시를 대절해서 가는 것이 싸게 먹힌다고 알려준 것이다. 대절비 3500엔.

▲ 유후인 시가지
ⓒ 김영명
산고개를 한 구비 넘어서니 오른 쪽으로 우리나라 마이산 비슷한 두 봉우리가 멀리 나타난다. 저것이 유후다케[由布岳], 우리말로는 유후산(1584m)이란다. 유후인마을의 상징적인 산이다.

나는 일단 여행보따리를 물건보관소에 맡기고 유후인 관광을 하자고 했지만, 이 여행을 주선한 친구가 구경하는 거리가 얼마 되지 않으니 그냥 짐을 가지고 다니자고 했다. 그래서 민게이무라[民藝村] 앞에서 택시를 내렸다. 택시기사가 고맙게도 건네주는 유후인 지도 1장을 들고 각자 짐을 끌고 관광길에 나섰다.

동 쪽으로 나가다보니 전통의상을 입은 인력거꾼들이 대기하고 있는 곳이다. 저걸 이용하면 편안하게 관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비용이 엄청날 것 같아서 삯도 물어볼 수 없었다.

▲ 호수 밑바닥에서 온천이 솟는 긴리코
ⓒ 김영명
호수 밑바닥에서 온천수가 솟아난다는 긴리코[金鱗湖] -석양에 호수 수면위로 뛰어오르는 붕어의 비늘이 금빛으로 아름답게 보인다고 해서 붙인 이름- 를 끼고 돌았다. 이 호수 옆에는 유명한(?) 남녀혼탕인 시탄유[下ん湯]가 있다는데, 유감스럽게도 들르지 못했다. 원래의 계획이 마키바노이에[牧場の家]에서 온천욕을 하고 맥주관(麥酒館)에서 점심을 먹는 것으로 짰기 때문에 그곳으로 가는 방향으로 길을 잡고 가는 것이다.

포장된 길은 그나마 다행이나, 자갈길을 여행가방을 끌고 가자니 한여름 땡볕과 함께 땀이 절로 흐른다(이 글을 읽은 분은 반드시 유후인역 구내에 있는 '코인락커(1일 200~400엔)에 짐을 보관시키고 다니시기를).

가는 곳곳에 개인소장품을 전시한 박물관, 미술관, 공방, 전시관 등(뒤에 조사해보니 30여곳이 있음)이 있으나 웬놈의 입장료(우리나라 돈으로 1만원에서 3000원까지. 무료 입장도 절반 정도 됨)가 그리 비싼지, 부담이 되어 들어가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우리들의 관광코스는 남들이 별로 가지 않는 남쪽으로 가고 있었고, 따가운 햇살아래 들판의 파란 벼들이 우리 일행을 반기고 있었다.

▲ 수호칸호텔의 노천발탕
ⓒ 김영명
수호칸(秀峰館) 호텔이 있는 5거리에 수호칸호텔에서 만들어 놓은 노천발탕을 발견했다. 아담하고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발탕에 지친 발을 담그고 있으니 피로가 가셔지는 듯 하다. 이 곳 말고도 유휴인에는 발탕이 대여섯 곳 있다고 한다.

온천수에 발을 담그고 있는 동안에 '쯔지바샤(관광마차)가 관광객을 싣고 우리가 걸어온 길을 달려간다.[참고로 관광마차(정원10명)는 09시부터 30분 간격으로 하루 15회 운행하며 요금은 1200엔으로 일주하는데 약 50분이 소요된다.]아하 저걸 타고 다녔으면 이 고생(?)을 안하는 건데. 나중에 알 게 된 사실이지만.

자전거를 빌려주는 곳이 있다고 하니까 그걸 타고 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렌트사이클: 기본 200엔. 최초 1시간. 최대 1000엔). 스카보로(미니버스)도 다니는데 정원 9명에 1일 5회 1인당 요금 1200엔. 일주하는데 약 50분이 소요된다.

▲ 마키바노이에 온천의 가족탕
ⓒ 김영명
마키바노이에는 고풍스러운 가옥구조에다 자연스러운 수목의 조화로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앞면에 날개처럼 가족탕(1동씩 별도) 15개동이 나란히 줄을 지어 펼쳐져 있고 그 가운데 본동이 좌정하고 있다. 공중온천탕은 노천탕으로 자연석과 수목을 잘 접목시키고 있다.

노천탕 입욕료 525엔을 지불하고 뒤뜰을 돌아서 들어가는데 입구가 신통찮다. 검게 된 나무문을 밀치고 들어가니 눈에 먼저 보이는 것은 사물함 같은 철제 박스. 이것이 옷장이구나 생각하고 문을 열려고 하니 100엔을 집어넣게 돼 있다. 여기도 돈 달라는 구나. 그런데 그것이 아니었다. 다른 한 쪽 구석에 옷 담는 바구니들이 놓여 있는 게 보였다. 이 철제 박스는 귀중품을 보관하는 보관함이었다.

목욕을 끝낼 때까지 우리 외에는 한 사람도 들어오지 않았다. 우리가 이 노천탕을 전세 내어 사용한 모양새가 되었다. 두 곳에서 끊임없이 온천수가 대롱을 타고 흘러들어오고 다른 쪽으로는 흘러나가는 온천수로 항상 깨끗함이 유지되고 있다.

본관 로비에는 일본의 유명인사들과 여기 사장과 함께 찍은 사진들이 걸려 있다. 업소의 PR차원에서 그러는 모양이다.

▲ 마키바노온천의 노천탕
ⓒ 김영명
한참을 더 걸어서 맥주관에 들어갔다. 점심 때는 뷔페식이다. 이 친구가 맥주가 먹고 싶으니까 맥주제조회사인 이곳을 선택한 모양이다. 흑맥주가 반주로 안성맞춤이다. 뷔페 1인당 1200엔, 생맥주 1컵(500cc) 500엔. 오후 2시 30분에 식당 문을 닫는다는 종업원의 재촉을 받으면서 맥주관을 나왔다.

직진하여 5분 정도 걸어 나오니까 4거리가 나오면서 왼 쪽으로 일본 유명한 건축가가 설계해 지었다는 유후인역이 바라다 보이고 곧장 건너편에 버스정류소가 나타난다. 5분 후에 하카다역행 버스가 있기에 마침 잘 되었다하고 버스에 올랐다. 2시간 40분이면 하카다역에 올 수 있고 또 그 날 묵을 숙소도 하카다역 부근이니까 그렇게 서둘지 않아도 될 것을 -두세 시간의 여유시간을 가지고 유후인마을을 좀 더 찬찬히 둘러볼 수 있었을 텐데- 지나고 나면 후회가 된다.

덧붙이는 글 | *참고: 유후인에서 하카다역까지 한 사람 요금은 2800엔인데 4명이 한꺼번에 표를 사면 1인당 2000엔이 되어 각자 800엔이 할인된다. 하카다에서 벳부로 갈 때도 한사람 요금인 3100엔이 4사람이 구입하게 되니 한사람 요금이 2000엔으로 할인이 되었다. 일본의 버스요금할인제도를 잘 활용하면 비용절감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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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태어난 해: 1942년. 2. 최종학력: 교육대학원 교육심리 전공[교육학 석사]. 3. 최종이력: 고등학교 교감 명퇴. 4. 현재 하는 일: '온천세상' blog.naver.com/uje3 (온천사이트) 운영. 5. 저서: 1권[노을 속의 상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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