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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식당도 분위기를 많이 따지는 편이다. 모두들 너무나 바쁜 삶을 사느라 혹시 식사 때만이라도 여유를 찾고 싶은 심정은 아닐지…. 음식 맛은 당연히 좋아야 할 것이고 거기에 분위기까지 따라준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이제 식당은 단지 배를 불리기 위해 가는 곳만은 아니다. 식사를 주문하고 음식이 나올 때까지, 그리고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그 장소가 하나의 문화공간이기를 우리는 바란다. 그러한 고객들의 마음을 읽어내기라도 한 듯 앞으로 소개할 식당들은 구석구석 재미있는 소재가 내부를 장식하고 있다.

서울시 회현동에 위치하고 있는 한식당 'ㅎ'은 특히 식당의 사장 손으로 직접 만든 소품과 여성들의 마음에 와 닿는 서예가의 글들이 장식되어 있어 식사를 기다리는 동안 그 글을 음미하는 즐거움이 있다. 입구에 장식되어 있는 하얀 도자기 꽃 장식이 들어가는 손님들의 시선을 끈다.

ⓒ 조선희

▲ 서예가 '솔뫼'의 글
ⓒ 조선희
두 군데의 대형 조명은 싱싱한 푸른 나뭇잎으로 적절하게 간접 조명화 시키면서 편안함을 준다. 또한 식당에 막 들어서면 주방의 한 부분이 보이는데 그곳을 은은한 소리를 내는 도자기 발로 장식을 했는데, 그 도자기 조각들이 부딪치면서 내는 맑은 소리가 '어서 오세요'라고 하는 것이라고 ㅎ식당 사장은 설명을 한다.

ⓒ 조선희
식당 'ㅎ'의 메뉴판은 주문만을 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 메뉴를 고르는 동안에도 즐거움을 주기 위해 디자인에 많이 신경을 쓴 것 같다. 메뉴를 보관하는 장소도 오며 가며 손님들이 보는 점을 감안하여 장식적으로 처리하였다. 이곳의 장식 중 특이한 것은 바로 종이 달린 소목걸이 장식…. 불고기 전문점이라 그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 준비하였다고 한다. 식당의 곳곳에 걸려 있는 장식은 아마도 손님들에게도 작은 이야깃거리가 되지 않을까?

▲ 골무 벽장식이 이채롭다
ⓒ 조선희

▲ 소의 목에 사용하는 종을 벽장식으로 활용
ⓒ 조선희
수원에 위치한 식당 'ㅂ'는 들어가는 입구가 마치 석재 전시장을 연상케 한다. 다양한 맷돌 외에 석탑과 오래된 돌상 여러 개가 진열되어 있다. 식당을 들어가기 전에 호기심에 한 번쯤 모두들 둘러보고 들어가는데 여러 가지의 돌 장식 외에 장독대도 볼 만하다.

ⓒ 조선희
효자동에 위치하고 있는 'ㄷ' 식당은 전시장과 함께 위치하고 있어 식사 전, 가벼운 마음으로 전시도 둘러보면서 작품 감상도 할 수 있다. 식당 정원에까지 진열되어 있는 전시품들을 보면서 낭만적인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식당 내부도 현대식과 전통 구조가 조합된 아주 이색적인 곳이다. 식사를 하는 내내 기분이 아주 좋았는데 아마도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필자와 같은 마음이 아닐까 싶다.

ⓒ 조선희
경주에 있는 식당 'ㅇ'은 들어가는 입구를 갖가지 모양의 돌 장식으로 꾸며 놓았고 식당 내부에는 갖가지 미술품으로 장식을 해 놓았다. 좌석에 미리 준비되어 있는 연꽃잎 모양의 정갈한 덥개가 주문을 하기 전부터 손님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었다. 조그마한 소품에서도 우리의 문화를 전달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작은 사물에도 더욱 관심을 갖게 해주었다.

ⓒ 조선희
인사동은 외국인들이 많이 방문하는 곳이라 그런지 다른 지역보다 우리의 전통을 느낄 수 있는 음식점들이 많이 있다. 필자가 가본 식당 중 'ㅆ'은 토속 음식점답게 갖가지 소품들이 우리의 전통을 진솔하게 느끼게 해주었다. 특히 재미있는 곳은 측간, 바로 화장실이다. 분위기는 전통, 설비는 현대식으로, 사용하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는데, 측간이라는 표현에서부터 웃음을 짓게 해준다. 이곳도 들어가는 입구의 바닥을 여러 모양의 맷돌로 장식해 놓았다.

ⓒ 조선희
이대 후문에 자리하고 있는 식당 'ㅈ'에서는 19세기 당시의 그림들을 만나 볼 수 있다. 특히 복제품이 아닌 원화라는 점에서 더 이채롭다. 단체석이 마련되어 있는 식당 안쪽은 그림을 보호하기 위해서 약한 조명을 사용하고 있었다. 편안하게 19세기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그런 곳이다. 이 식당 사장이 외국에 있으면서 몇 년 전부터 틈틈이 그림을 수집하였는데 이번에 식당을 오픈 하면서 그 원화 그림들로 장식을 하게 되었고 오픈 당시에 전시회도 가졌다고 한다.

ⓒ 조선희
지금까지 소개한 식당들은 단지 분위기만이 좋은 곳이 아니다. 음식 맛 또한 식당의 분위기를 더욱 즐기기에 충분할 정도로 맛깔스런 곳들이다. 음식 맛 때문에 분위기가 더 좋게 느껴지는 것일까? 아니면 분위기 때문에 음식 맛이 더 있다고 느끼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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