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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17일 미술교사 누드작품을 음란물로 인정한 대법원 판결을 중심으로 공개 좌담회를 개최했다.
ⓒ 오마이뉴스 허지웅
사회자 : "혹시 (김인규 교사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은 외설이 범람하는 사회에 대한 경종의 의미가 아닐까“

문건영 변호사 : "그렇다면 대법원은 가장 부적절한 대상을 고른 것이다. 김 교사의 작품 자체가 그러한 사회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김인규(43·전 서천 비인중학교 미술교사)씨 누드 작품에 대한 대법원의 음란물 판정을 되돌아보는 좌담회가 열렸다. 17일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이같은 대법원 판결을 주제로 시민포럼 '법정 밖에서 본 판결'을 개최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음란과 비음란의 문제가 아닌 상식과 비상식의 문제"라며 "중대한 예술성과 사상성은 음란성을 '완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없애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참가자들은 "음란물을 결정하는 법적 판단 과정에 일반 시민들과 전문가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며 대법관의 주관에 의해 음란물 여부가 판단되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음란물, '사회 평균인 입장에서 건전한 통념'으로 평가?

대법원은 지난 7월 27일 개인 홈페이지에 음란물을 개재했다는 혐의(전기통신법 위반)로 기소됐던 김인규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던 원심을 깨고 대전고법으로 파기환송한 바 있다.

당시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음란이란 보통사람의 성욕을 자극해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쳐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이며, 음란물 여부는 표현물 제작자의 주관적 의도가 아닌 사회 평균인의 입장에서 그 시대의 건전한 통념을 가지고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인규 교사는 지난 7월 28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상품화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신체를 전시함으로써 현대사회의 성 소비 전략에 대한 대안적인 이미지를 제시하고 싶었다"고 설명하면서 "예술가의 창작물을 바라볼 때 전체적인 맥락에서 파악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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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도, 예술가도 아닌 대법관의 심미안"

이날 좌담회에는 김민영 참여연대 시민감시국장, 문건영 변호사, 이원재 문화연대 공동사무처장, 임지봉 건국대 법대교수가 참여해 대법원 판결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 임지봉 건국대 법대교수가 선진국의 음란판단기준을 설명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허지웅
임지봉 건국대 법대 교수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음란판단 기준 세 가지를 제시하며 제도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임 교수는 "미 연방법원은 '호색적 흥미에의 호소'와 '명백한 공격성', 그리고 '문화, 과학적 가치의 유무'를 들어 음란물을 판단하고 있으며 배심원과 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견해가 적극 반영된다"며 "우리 대법원이 추상적으로 말한 '보통사람' 의견 반영이 법적으로 제도화되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보통 일반인도, 예술가도 아닌 대법관이 미흡할 수밖에 없는 심미안을 가지고 예술적 가치를 판단하기 때문에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이런 식의 판결이 나오는 것"이라며 "음란판단 기준을 좀더 여러 단계로 구체화해야 하고 배심제, 참심제 같은 제도를 도입해 일반 국민과 전문가들의 판단을 반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문건영 변호사도 제도적 차원의 개선을 요구했다. 문 변호사는 "우리는 음란물 판단기준을 판례에만 의존하고 있으나, 독일은 법률에 구체적으로 이를 규정하고 있다"며 "법관 연령이나 개인 성향에 따라 판결내용이 달라지는 것을 막으려면 판례기준을 구체화시켜 명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원재 문화연대 공동사무처장은 "표현의 자유는 소수 창작가들만을 위한 권리가 아닌 모든 사회 구성원의 기본권"이라며 "유통과정부터 의미까지 확연히 다른 예술과 음란물을 단순히 신체노출 정도와 크기만 갖고 구분하는 것은 근대 이전의 관점"이라고 강조했다.

'법정 밖에서 본 판결'을 표방한 시민포럼은 지난 6월부터 참여연대와 <시민의신문>이 판결 모니터 활성화와 구체적 판결에 대한 사회토론을 확대하기 위해 마련한 것으로, 매달 한번씩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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