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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중국 황산을 다녀왔다. 여름 휴가를 이용하여 집사람과 아들 두 놈과 함께.

현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않아 준비가 소홀했다. 3박4일 일정이었는데 1박을 산위 호텔에서 숙박한다는 사실을 그곳에 가서야 알았다. 호텔까지는 걸어서 가거나 케이블카를 이용해야만 한다. 큰 가방만 준비한 우리는 산에서 갈아입을 옷을 담을 수 있는 배낭을 준비해야 했다. 중국 돈 50위안을 주고 배낭 2개를 구입하고 각자 짐을 챙겼다. 배낭은 하루가 지나자 끈이 떨어지고 지퍼가 고장 나서 중국의 가짜 문화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케이블카를 이용하기 위해 현장에 도착한 우리는 많은 인파로 인해 2시간동안 지루하게 기다려야 했다. 아침부터 시작된 비는 그치지 않았고 욕심 많은 나는 카메라를 잔뜩 가지고 간 관계로 카메라 보호하랴 내 몸 피하랴 여간 신경이 쓰인 게 아니었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1차 목적지인 연화봉을 향해 산행을 시작했다. 황산은 산 전체가 화강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등산로를 석공들이 정으로 쪼고 다듬고 하여 계단으로 만들어 놓았다. 황산에 약 3만개가 넘는 계단이 있다고 한다.

정상으로 오르는 길에 중학교 3학년인 큰놈이 앞서 가다가 더 이상 못 가겠다고 한다. 비가 내리고 바람도 강하게 불어 서있기도 힘든 상황에서 낭떠러지를 보니까 현기증이 난다는 거다. 한참을 쉬고 다시 힘을 얻어 앞으로 전진했다.

가는 길에 아들놈은 불만 섞인 목소리로 "아빠! 다시는 오지 않을거야. 나 고소공포증 있는것 알아?" 이렇게 말하는 거다.

아들이 어릴 적 고소공포증을 느낄 만한 사건이 있었나 생각해 봤다. 우리집은 아파트 9층인데 아들이 베란다 창문쪽으로 가면 "그쪽은 위험하다 가지마라"라고 한 기억이 떠올랐다. 과잉보호로 키운 결과 고소공포증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경험은 나도 있다. 시골에서 자란 나는 여름이면 동네 선후배들과 함께 냇가로 수영을 하러 다녔다. 당시 냇가에서 멱을 감다 죽는 아이들이 종종 있어 우리집에서는 멱 감는 것을 금지 했다. 그 결과 나는 수영을 하지 못하는 아이로 성장하여 군에 갔을 때 수영훈련에서 앵커(anchor)조로 편성되어 호된 신고식을 치러야 했다.

중국 산수화의 대상이 되는 황산을 사진으로 찍을 때 장관을 찍으려면 새벽 여명에 흰구름이 밑으로 깔리고 산의 봉우리만 보이는 장면이 연출되어야 좋은 장면을 촬영할 수 있다. 이런 작품을 만날 수 있을까 기대하고 갔으나 역시 처음 오는 손님에게 이런 장면은 허락하지 않았다. 아침 5시에 기상하여 운해 속에 2시간을 기다려 촬영한 황산 사진 한 장을 독자에게 소개하는 것으로 글을 마친다.

▲ 중국 황산의 아침
ⓒ 김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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