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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부터 '암 등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시동

매년 6만4천명 사망과 11만 명 신규환자 발생, 교통사고 사망자의 10배, 전체 국민이 체감하는 공포의 질병, 가계파탄과 가족해체, 생명보험회사 성장의 견인차, 시장규모 최소 3조원 이상…

모두 '암'에 대한 수식어들이다. 이 암이 9월부터 대대적인 수술에 들어간다.

6월 27일 정부는 암, 심장, 뇌혈관 등 중증질환에 대한 보장성 강화를 발표했다. 일반 국민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획기적인 확대였다. 그 배경에는 2004년 1조5천억 원의 건보재정흑자와 시민사회단체의 대대적인 급여확대 요구가 있었다.

현재 암환자의 급여율은 47%에 불과하다. 총 진료비가 1천만 원 나오면 470만원은 건강보험에서 부담하지만 나머지 530만 원은 환자가 내야 했다. 이것이 올 9월부터 시작하여 2007년에는 급여율이 75%가 되고 여건변화에 따라서 2008년엔 80% 이상까지 올라갈 수 있다. 적어도 암 치료비로 인한 가계파탄은 우리 사회에서 사라질 수 있는 수준이다.

9월부터 암환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비의 일정 부분을 내도록 되어 있는 법정 본인부담률을 20%에서 10%로 절반만 내면 된다. 의약품, 검사 등 본인이 부담하던 비급여 항목도 급여로 전환된다. 이 경우 급여율은 64.4%로 늘고, 본인부담은 33%가 줄게 된다. 내년 1월부터 식대는 물론, 대표적 고가진료비였던 초음파와 PET(양전자단층촬영장치)도 보험이 적용되어 급여율이 70%가 된다. 내후년인 2007년에는 3∼4인 병실도 보험이 적용, 병실료차액으로 인한 환자부담도 없어져 암의 급여율이 75%로 확대된다.

선택진료비(특진료)만 개선되면 환자부담 장벽 사라져

암환자가 직접 부담하는 진료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병실료(17%), 식대(4%), 선택진료비(13%)'에서 일명 특진료로 불리는 선택진료비만 제외하고 대부분의 진료비가 급여로 전환되는 셈이다.

한편 건강세상네트워크는 지난달 '선택진료 폐지를 위한 시민소송인단'을 구성, 선택진료비에 대한 반환청구소송 진행과 함께 위헌법률제청소장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하여 복지부는 20일 '선택진료제도개선위'를 구성하여 선택진료제로 인한 환자의 추가비용부담을 최소화하는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선택진료비로 암을 포함한 전체 환자들이 부담하는 금액은 총 3천억 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9월 1일부터 백혈병, 위암, 폐암, 뇌종양 등 모든 암에 대한 급여율이 현재보다 20% 가까이 높아져 시행됨에 따라 건강보험공단(이사장 이성재)은 암환자에 대한 등록증 교부로 의료기관 이용시 편의성을 도모하기 위해 '암환자 등록' 준비작업을 거의 마친 상태다. 등록절차를 보면 9월 1일부터 암환자는 신청서를 작성하여 공단에 제출하고, 심장 및 뇌혈관질환자는 해당 수술을 했을 경우 신청서를 요양기관이 보관하는 방법 등이 제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암환자 치료에 소요되는 전체 비용은 2004년 약 2조3천억 원으로 건강보험에서 1조1천억 원, 환자가 1조2천억 원을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9월부터는 연간 32만명의 암환자가 5700억 원의 진료비 부담경감을 적용받을 것으로 추산되었다.

암보험 상품과 민간의료보험 시장에 커다란 파고 예고

암에 대한 보장성의 확대는 민간보험사(생명보험사)의 암보험 상품과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민간의료보험의 규모는 10조6683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는데(경희대 의료경영학과 정기택 교수), 전문가들은 암보험 상품이 3조 원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암에 걸려도 환자부담이 20% 미만이라면 한 달에 몇 만원씩 지출하며 굳이 암보험에 들 필요가 없다. 암보험 상품은 1990년대부터 확장을 거듭하여 생명보험시장 규모를 확대해온 견인차 역할을 해왔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기로에 설 수밖에 없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다.

요즘 들어 극대이윤을 주주들에게 남겨야 하는 주식회사인 보험사들의 광고전도 예사롭지가 않아 보인다. 연일 일간지 전면을 차지한다. 특히 케이블TV에서 하는 광고가 부쩍 늘었다. 또 보험개발원은 규제개혁기획단에 공단의 개인별 질병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법제화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삼성과 교보생명 등 민간보험사들은 실손형의료보험 상품을 개발해 본격적인 영업에 돌입할 예정이다(데일리메디, 2005.8.16).

보험개발원의 자료에 따르면 2003년 민영의료보험 보험료 수입은 45조7553억 원, 보유계약건수는 9320만여 건이다. 우리나라 민영보험은 이미 포화상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지적이다.

하지만 지난 3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국내에 영업 중인 23개 생보사의 2004년도 회계연도(2004년4월∼2005년3월) 사업비는 5조3483억원으로 전년도보다 13.6% 증가했으며, 보험영업에서 전년도보다 3.1% 증가한 10조1395억원의 이익을 냈다. 소비자의 돈인 생보사의 이익금만 건강보험으로 돌려도 모든 국민이 모든 질병에 대하여 무상에 가까운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규모인 셈이다.

▲ 건강보험의 암보장성 강화는 민간의료보험시장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이중부담 막고 의료사각지대 해소하는 계기로

이진석 교수(충북대 의대 의료정보학 및 관리학 교실)는 "우리나라는 정보의 비대칭을 방치하고 적정한 규제를 하지 않아 보험시장이 기형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민간의료보험시장은 비영리 상호보험조합 57%, 비영리 공제조합 18%로 영리 민간의료보험사는 24%에 불과하다. 독일도 민간의료보험료가 공적의료보장제도의 평균 최대 보험료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조치하는 등 엄격한 규제틀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 민간의료보험은 거의 방치상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의 조경애 대표도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서구유럽은 물론 이웃의 일본과 대만도 보장성이 80%를 넘는다. 우리나라는 OECD국가들 중에서도 보장성이 최하위인 참담한 수준이다. 이 토양 위에서 국민들은 공보험과 민간보험에 이중으로 보험료를 부담하고, 재벌 보험사의 이윤은 무한 팽창했다. 9월부터 시작되는 암 질환 보장성 강화는 왜곡된 민간보험시장과 의료의 빈익빈 부익부 심화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며 "현재 추진 중인 민간의료보험도입과 영리법인병원 허용 방안도 그 연장선상에서 반드시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보장성 강화가 암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암을 포함하여 3대 질환인 심장질환, 뇌혈관질환도 형평성 때문에 보장성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민간의료보험시장은 그만큼 설 땅이 좁아진다.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측은 "불필요하게 팽창된 민간의료보험 시장을 적정한 규모로 통제하여 사회적 합의 하에 국민의 이중부담을 막고 그 지출의 일정 부분만 공보험으로 돌리면 국민 누구나 부담 없는 의료비로 진료받을 수 있다. 치료비가 없어 의료사각지대에 있는 저소득계층의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무상의료는 꿈이 아니라 얼마든지 현실 가능하다. 문제는 정부가 얼마나 의지를 가지고 실천하느냐일 뿐이다"며 정부의 의지를 촉구했다.

무시무시한 수식어로 민간보험상품판매를 주도해 왔던 '암'이 역설적으로 민간보험회사의 시장 파이를 잠식하는 단초가 될 수 있는 시점이다. 보험소비자협회의 김미숙 회장은 "암에 대해 보장성이 확대된다는 말에 암보험 가입을 미루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소비자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9월의 암 보장성 강화 출발은 여러 가지 면에서 민간의료보험시장에 커다란 파고를 예고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송상호 기자는 국민건강보험공단 홍보실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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