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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횡재로 경매에서 낙찰받은 정장
뜻밖의 횡재로 경매에서 낙찰받은 정장 ⓒ 허선행
돌아보는 사이 이미 경매가 시작 되었나 봅니다. 금액을 부르는 소리를 들으며 빨리 가 보자며 서둘러 갔더니 첫 번째 옷이 이미 낙찰 되었다고 합니다. 두 번째 옷이 제가 마음에 두었던 옷입니다. 주변을 돌아보니 모두들 신기한 듯 저처럼 구경이라도 해보자는 표정이었습니다.

"두 번째 옷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정상가 36만원짜리 정장입니다."

한없이 마음 좋게 생긴 직원의 표정을 보며 브랜드 소개를 들었습니다.

"어떻게 하는 거예요? 저, 저거 꼭 사고 싶은데."
"삼 만원부터 부르시면 됩니다."

직원의 안내로 제가 먼저 삼 만원을 장난처럼 말했습니다. 저만치서 보고 있던 여자 분 두 분 중에서 한 분이 "삼만 이천 원!"을 크게 외쳤습니다. 저는 속으로 '천 원씩만 올려서 부를 것이지 한꺼번에 이천 원이나 올려서 부른담' 원망의 눈초리로 잠시 그 쪽을 쳐다보았습니다.

"아주머니! 저 옷 꼭 사실 거예요? 천 원씩만 올려서 부르면 좋겠는데…."

끝까지 다 말을 못하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서 있는데 그 분들이 계면쩍은 듯 웃으며 가버립니다. 저는 곧바로 3만2500원을 불렀습니다. 경매를 주도하던 분이 천원 단위로 가야 한다며 다른 날은 오천 원 단위로 부르던데 오늘은 이상하게 천원 단위로 부른다며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하는 수 없이 저는 삼만 삼천 원을 불렀습니다.

삼십만원 짜리 정장, 낙찰가 3만3천원

어!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모여 있던 사람 중에서 그 다음을 불러야 하는데 아무도 경매가를 부르지 않고 서 있었습니다.

"다시 한 번 불러 보겠습니다. 두 번째 정장 3만3000원. 누가 안 계십니까?"

저는 그렇게 해서 삼만 삼천 원에 정장 한 벌을 사게 되었습니다. 새 옷을 말이지요. 옷 네 벌 경매를 다 마쳐야 그 옷값을 계산하고 가져 갈 수 있다기에 다음 옷 경매 하는 모양을 느긋하게 지켜보았습니다. 검정색 투피스인데 딸을 사 주려고 한다던 아주머니에게 낙찰이 되었습니다.

그 옷은 서로 사려고 자꾸만 값이 올라갔습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자니 스릴도 있고 재미가 났습니다. 그런데 네 번째 옷은 젊은 층의 옷이라 그런지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아 그대로 두었습니다.

마침 지나가던 젊은 남자 분이 지켜보다가 휴대폰으로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빨리 와 봐. 여기 옷 경매 하는데 되게 재미있어."

연락을 받고 온 여자친구로 보이는 여자 분은 경매가 끝난 뒤 와서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경매가 모두 끝나 계산대로 가서 돈을 내는데 "축하드립니다"라고 말하는 직원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집니다. 정말 횡재입니다. 운 좋게 옷도 싸게 샀지요, 거기다가 같은 건물에 있는 사우나 이용권을 2매나 덤으로 주지 뭡니까. 지인에게 다음에 사우나를 함께 가자는 약속을 해 두었습니다. 영화는 잠시 까마득히 잊고 그 곳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오늘 소매길이와 바지 길이를 고치려고 아파트 옆 옷 수선하는 곳에 갔더니 질감도 너무 좋고 고급스러운 옷이라며 횡재했다고 축하인사를 건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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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부터 시작되는 일상생활의 소소한 이야기로부터, 현직 유치원 원장으로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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