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의 집권당은 한나라당이다…. 내가 칼자루 쥔 것도 아닌데…."
열린우리당 운영위원장인 정세균 원내대표가 5일 오후 108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X파일공대위' 대표단에게 한 말이다. X파일 공대위가 이날 면담 자리에서 거듭 특별법 및 특검법의 입법을 촉구하자 내놓은 '해명'이다.
이에 X파일 공대위측에서 "열린우리당이 집권당이란 자각이 매우 희박한 것 같다"며 "한나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고 있다고 해서 속수무책으로 가만 보고만 있는 모양새를 유지한다면 집권당인 열린우리당 책임으로 귀착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원내대표는 결국 "오해의 소지를 받지 않도록 다시 한번 신속히 처리되도록 요청할 수밖에 없다"고 공대위 활동가들을 달랬다.
X파일공대위 대표단의 정 원내대표 면담은 이날 오후 2시30분부터 국회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이석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과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 박석운 민중연대 집행위원장, 오종렬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상임대표,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 등이 대표로 참석했다.
이수호 위원장은 "여당이 확신한 책임을 갖고 X파일 문제를 제대로 다뤄 처리해야 한다"며 "여당과 정부, 국회가 결단을 내릴 때가 됐다"고 촉구했다.
이에 정 원내대표는 "옛날과 달리 정치가 많이 바뀌어 투명한 세상이고, 덮고 봐주고 그런 것은 없다"며 "도청테이프 내용을 공개할 생각이 없었으면 특별법을 이야기할 필요도 없었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본질은 테이프를 어떻게 처리하냐지, 처리수단이 특검이냐는 중요하지 않다"며 "우리는 법안을 내놓은 상태니까 법사위에서 빨리 처리해야 하는데, 지금 와서 한탄한들 소용이 없지만 한나라당에서 법사위원장을 맡아 빨리 될지 발목을 잡을지 봐야 알 것"이라고 대표단에게 전했다.
"국회란 곳이 뭘 되게 하는 것은 어렵다... 공대위가 압력 가하면 진전"
이어 정 원내대표는 "국회란 곳이 뭘 되게 하는 것은 어렵다"라고 말해 'X파일' 해법으로 법안이 제출된 특별법과 특검법의 신속한 처리를 촉구하는 X파일공대위 대표단의 마음을 애타게 했다.
그러면서도 정 원내대표는 "(X파일 사건의) 시시비비를 가려 응당한 처벌을 내리는데 있어 누구를 감싸고 비호하는 일이 전혀 없다는 것이 당의 방침으로 확고하다"며 "우리로써는 특별법을 신속히 처리하겠다는 확실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 원내대표는 "(X파일 내용에) 코끼리가 있는지 생쥐가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특별법이 있으면 됐지 특검법은 필요없다"며 열린우리당이 제출한 특별법만을 강조했다.
이에 이석태 민변 회장이 여당의 특별법 내용 중 법리상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하자, 정 원내대표는 "혹시라도 내용에 의견이 있으면 전해주면 법사위 의원에게 참고하도록 하겠다"며 "여당의 특별법은 진정성 없이 만들진 않았다"고 강조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어 "국정감사 때까지 2주 남았으니까 그때까지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본다"며 "이렇게 방문을 왔으니까 빨리 처리하도록 다시한번 촉구하겠으나 공대위에서 빨리 처리하라고 (정치권에) 압력과 비판을 가하면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면담에서 X파일 공대위측 인사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 원내대표는 면담을 '비공개로 하자'고 요청했다. 결국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한편 이들 X파일공대위 대표단은 다음날인 6일 오전 11시30분 천영세 민주노동당 원내대표를 면담하고, 이어 오후 2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만나 'X파일 사건'의 신속한 처리를 촉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