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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전 장관 촌지 사건'으로 징계를 받았던 우종창 <월간조선> 기자가 이번에는 지난 2002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과정에 깊숙히 개입해 특정 후보를 지지하고 불법 경선자금 전달에 관여했다는 주장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15일 발매된 <신동아> 10월호는 우 기자가 2002년 초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최병렬 전 대표를 적극 지지했으며, 한 벤처기업가를 종용해 같은해 초 5000만원의 불법 경선자금을 최 전 대표에게 건네는 한편 자신도 5000만원의 금품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또한 이 벤처기업가는 이후에도 우 기자를 통해 최 전 대표에게 수억원을 더 전달했다고 주장했으나 우 기자는 이를 부인, 진실공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신동아> 보도가 사실일 경우, 현직 기자가 특정 정당 경선과정에서 특정 후보를 측면지원한 것으로, 기자윤리를 심각히 위배한 것으로 보인다. 우 기자는 <신동아>와의 반론인터뷰에서는 관련 의혹을 일부 시인했으나, 파문이 인 이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는 "기사 내용과 제목이 매우 악의적"이라며 "서울중앙지법에 동아일보사 사장과 출판국장, 신동아 편집장, 허만섭 기자, 동아닷컴 제작 책임자 등 5명을 상대로 5억원에 이르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낼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최병렬 전 대표는 <조선일보> 출신 정치인으로 63년 기자로 입사해 80년부터 85년까지 편집국장을 지낸 후 85년 12대 총선에서 민정당 의원(전국구)으로 정계에 진출했다. 우종창 기자는 82년 <조선일보>에 입사, 99년부터 <월간조선> 기자로 일해왔다.

이에 앞서 우 기자는 지난 98년 동료기자 3명과 함께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 및 김영완씨로부터 180만원의 촌지를 받은 것으로 밝혀져 지난 5월 회사(월간조선)로부터 1개월간의 정직처분을 받은 바 있다.

사표 낸 우 기자 "기사 내용과 제목이 매우 악의적" 15일 전격 사표 제출... 회사, 즉각 수리 ▲ 우종창 <월간조선> 기자 ⓒ오마이뉴스 강성관 지난 2002년 대선 직전 당시 최병렬 한나라당 의원에게 불법자금을 제공한 기업인을 소개시켜줬다는 <신동아> 보도와 관련, 우종창 <월간조선> 기자가 15일 회사에 사표를 제출했다. <월간조선>은 우 기자가 사표를 제출한 즉시 수리했다. 우 기자는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도의적 책임을 지고 회사에 사표를 냈다"고 밝혔다. <월간조선> 관계자는 "회사도 <신동아> 보도가 나오기 전까지는 그 내용을 몰랐다"며 "보도가 나오자마자 우 기자를 불러 소명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우 기자가 동아일보사를 상대로 소송을 낸다고 하니 법적 내용은 재판과정에서 밝혀질 것"이라며 "하지만 도덕적으로 기자가 (이런 사건에) 연루됐다는 것에 대해 대단히 충격을 받았고, 우 기자도 회사에 누를 끼친 점에 대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로서는 독자들이나 국민들에게 이런 일로 심려를 끼쳐 드려서 매우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다"면서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며 <월간조선>도 마음을 가다듬고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우 기자는 보도와 관련해 "기사 내용과 제목이 매우 악의적"이라며 "제목과 내용이 다르고, 기사 내용도 틀렸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우 기자는 또 "내일(16일) 서울중앙지법에 동아일보사 사장과 출판국장, 신동아 편집장, 허만섭 기자, 동아닷컴 제작 책임자 등 5명을 상대로 5억원에 이르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우 기자는 "지금 당장은 손해배상 청구액이 5억원이지만 앞으로 청구금액을 더 늘릴 것"이라고 말하며 "나도 명예를 회복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벤처사업가 정씨 "우 기자가 '최병렬 전 대표 도와주라' 권유"

<신동아>는 벤처투자기업 S투자평가원 정아무개(41) 사장과의 인터뷰 기사를 싣고 "정씨가 우종창 기자를 통해 한나라당 최병렬 전 대표에게 불법 경선자금을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정씨는 "2001년 10월 중순 서울 여의도 일식집에서 우(종창) 기자와 함께 최(병렬) 의원을 처음 만났다"고 밝힌 뒤 "이후 최 의원의 절친한 친구 사무실에서 최 의원의 친구에게 5000만원을 줬다"고 말했다.

정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한아무개 박사를 통해 2000년말 경 우 기자를 소개받았으며, 이후 몇차례 식사를 같이 하면서 친해졌다. 최 전 대표에게 경선자금을 전달한 것도 우 기자의 권유에 따른 것이라고 정씨는 밝혔다.

정씨는 "내가 우 기자에게 '정치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적이 있다"며 "우 기자는 '최병렬 의원이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가려고 하는데 만약 한나라당 공천을 받으려면 지금 최 의원을 도와주는게 낫다, 최 의원은 한나라당 실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정씨는 "당시는 한창 '이회창 대세론'이 뜰 때라 한나라당이 집권할 줄 알았다"고 덧붙였다.

정씨가 건넨 5000만원은 최 전 대표의 친구를 통해 전달됐다. 정씨는 "돈을 전달한 뒤 최 의원이 전화를 걸어와 '고맙다'고 해 그 돈이 최 의원에게 전달된 것으로 짐작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이후에도 우 기자를 통해 최 전 대표에게 수억원을 더 전달했다고 주장했으나 우 기자는 "5000만원 외엔 최 전 대표측으로 전달된 돈이 없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정씨는 우 기자에게도 5000만원을 줬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2002년 2월 우종창 기자에게 5000만원을 줬다"며 "우 기자는 자신의 아파트 전세를 얻는데 그 돈을 보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최 전 대표와 우 기자를 통해 정계진출을 꿈꾸던 정씨는 대선 하루 전날인 2002년 12월 18일 기업 인수합병 과정에서 불법을 저지른 혐의로 구속됐다. 그의 사업도 망했고, 다음날인 19일에는 한나라당이 대선에서 패배했다.

정씨는 인터뷰에 응한 이유와 관련해 "구속된 뒤 최 전 대표나 우 기자가 외면해 비애를 느꼈다"며 "돈만 받아간 뒤 외면하니 나로선 그들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우 기자 "이회창 후보 아니면 누구라도 승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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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기자는 정씨 주장을 대부분 사실로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 기자는 <신동아>와의 반론 인터뷰에서 "(정씨에게 최병렬 전 대표를 도와주라는) 그런 제의를 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우 기자는 최 전 대표를 지지했던 이유에 대해 "2002년 대선을 앞두고 개인적으로 한나라당이 대선에서 승리하는 것이 나라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이회창씨가 후보가 돼서는 절대 대선에서 이기지 못한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어 우 기자는 "이회창씨가 아닌 다른 어떤 사람이 한나라당 후보가 돼도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평소 친분 있던 최 전 대표를 찾아가 한나라당 경선에 참가하라고 권했다"고 덧붙였다.

우 기자는 또 '최 전 대표에게 5000만원이 전달된 것이 법에 저촉되는 행위라고 생각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무슨 대가를 바라고 한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지금 생각해보니 정치자금법 위반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아울러 우 기자는 "(경선자금 전달 개입이) 기자의 본분을 벗어난 일이라는 점은 인정한다"며 "그러나 대선을 앞둔 그때는 옳은 일이 무엇인지 확신이 서면 '액션'을 취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또 "이는 회사와는 관련 없고 개인적으로 한 일"이라고 밝혔다.

2천만원 특종부터 사직까지 우종창 기자는 누구인가 우종창 기자는 57년 부산 출생으로 연세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다. 지난 82년 <조선일보> 기자로 입사, 편집부와 사회부, 주간조선부를 거쳤다. 99년부터 월간조선으로 자리를 옮겨 취재2팀장과 편집위원 등을 맡았다. 지난해 6월에는 <월간조선> 노조 결성을 주도, 첫 노조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지난 95년 8월 23일에는 '12·12사건 녹음테이프'를 보도,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을 받았으며 사내 특종상금 1천만원을 거머쥐기도 했다. 이듬해인 96년 2월 28일엔 '김정일 전처 성혜림 일가 서방탈출' 기사로 사내 특종상금 2천만원을 받았다. 지난 91년 <주간조선> 기자 시절, '노무현은 상당한 재산가'란 기사를 잇따라 내보내 노무현 현 대통령과 법정싸움까지 벌였다. 당시 <주간조선>은 1심 판결에서 패했다. 이밖에 최장집 고려대 교수의 사상논쟁을 다룬 '최장집의 충격적 한국전쟁관', '노 대통령 집무실에 김정일화가 놓여 있다', '추적-재검표 부른 전자개표 조작설' 등의 기사 등이 있다.

자신이 받은 5000만원에 대해서도 우 기자는 "2002년 2월쯤 내가 아파트 전세자금이 모자라 어려움을 겪는 것을 정 사장이 알고 5000만원을 빌려줬다"며 "대가성 있는 돈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우 기자는 또 "'나중에 전세를 빼서 갚겠다'고 했는데 1∼2개월 전쯤 정 사장의 어머니가 찾아와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해 우선 500만원을 갚고 잔액은 전세금을 빼서 갚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최병렬 "감사 전화를 한 적이 없다"

한편 최 전 대표는 <신동아> 인터뷰에서 '경선자금 5000만원을 제공했다'는 정 사장의 주장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최 전 대표는 "도와준 사람이 있었나… 정 사장에게 감사 전화를 한 적이 없다"며 "나는 돈을 직접 만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신동아>는 정 사장이 2001년 8월경부터 2개월간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측근으로 알려진 Q의원에게 장인이 운영하는 회사가 관급공사를 수주하게 해달라며 1억1500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정 사장은 국가청렴위원회(위원장 정성진)에 불법 경선자금 제공 등 부정행위를 신고해 놓은 상태다. 정 사장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파문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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