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중소기업청과 산하 법인인 중소기업유통센터에서는 지난 6월초부터 열린e장터(http://www.ejangteo.com/)를 통해 "재래시장 포탈 사이트"를 준비해왔다.

물론 그 전에 신문과 방송을 통해 이를 알렸고 준비 기간 동안에는 각 지역을 돌며 재래시장 담당자들을 모아놓고 설명회를 열었으며, 열린e장터 사이트와 지자체를 통해 홈페이지 개설 신청을 받았다.

그리고 넉달만에 9월 8일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9월 1일부터 시험운용)

사전에 어떤 자료를 뿌렸는지는 몰라도 "전국 재래시장 명물들 클릭하면 집으로 배달", "재래시장의 온라인 시대가 활짝 열렸다" 이런 제목의 단신이 올라왔고 9월 16일 KBS TV "여섯시 내고향(추석맞이 재래시장 특집)"에 출연한 김성진 중소기업청장도 이런 말을 한 것을 보면 자신이 단단히 있었던 모양이다.

많은 기대를 하지 않고 에브리마켓 홈페이지(http://www.everymarket.co.kr/)를 열었다. 홈페이지를 둘러본 후에 도대체 이런 수준 이하의 홈페이지를 만들어놓고 어떻게 '재래시장 포탈'이니 '안방에서' 운운할 수 있는지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

사이트의 구성을 살펴보면서 문제점을 지적하겠다.

에브리마켓은 메인 페이지를 비롯해서, 전국의 재래시장을 연결한 '전국재래시장', e마켓인 '온라인장터', 온라인 모임을 열 수 있는 '장터커뮤니티', 그리고 상인 전용의 '상인네트워크'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가장 주가 되야 할 '전국재래시장'에서 각 시장(9월 16일 현재 205곳)으로 들어가 보면, 시장 홈페이지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초라한 - 그저 시장을 간단히 소개하는 정도의 화면이 나타나는데, 그나마 내용이 빠져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연결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리는데 이는 차차 개선되리라 믿고.)

재래시장마다 홈페이지를 만들어준다고 했고, 각 시장에 별도의 주소(부가 도메인)를 부여해서 (서울에 있는 중앙시장의 경우 http://jungang.seoul.everymarket.co.kr/) 독립된 홈페이지 역할을 하도록 했으면 그에 걸맞은 구조를 갖추고 컨텐츠를 준비해야 했을 터인데, 구조는 엉성하고 컨텐츠는 듬성한 것이, 시장으로 사람을 끌어모으기는커녕, 홈페이지에 들어가 본 사람이라면 그 썰렁함으로 해서 시장을 찾고싶은 생각마저 가시게 할 정도다

'온라인장터'는 뭔가 그럴 듯 해 보인다. 하지만 내막을 알고 보면 쓴웃음이 나오게 된다. 판매 상품 분류를 눌러보면 대부분 판매처가 "에브리마켓"이고 '수산물'에서 '해초류'와 '건어물'의 일부가 "(주)자갈치코리아", '액세서리/시계' 밑의 '패션쥬얼리/비즈'에 있는 세 개 물품이 "수보석"과 "예돌젬" 그리고 '유아동/출산', '가전/휴대폰/게임', '컴퓨터/주변기기'에 속해 있는 물품들의 판매처가 "아이해피"로 되어 있다.

여기서 중소기업유통센터가 "행복한세상 백화점(http://www.haengbok.com/)"과 "아이해피 쇼핑몰(http://www.i-happy.co.kr/)"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결국 '온라인장터'는 중소기업유통센터에서 운영하는 두 쇼핑몰의 홍보 마당에 불과하다고 본다.

그렇다면 3천여개나 된다는 상점의 쇼핑몰은 다 어디에 갔을까? '온라인장터' 왼쪽에 보면 '에브리마켓 추천상점'이라고 달랑 세 개가 있는데 그것이 다는 아닐 거라 생각하고 기자는 메인 페이지에 있는 '통합검색'에서 '온라인상점'을 선택한 후 "대구"로 검색해봤다.

결과는 대구 지역에 있는 상점 몇 군데. 하지만 검색결과 화면 아래에 보니 카테고리별 상점 분류('상점카테고리')가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위쪽의 조건을 지우고 카테고리만 선택해봤다. (이곳은 and 조건 검색을 하기 때문에 위에 "대구"를 써놓고 식품을 선택하면 대구에서 식품을 취급하는 상점이 검색된다. 따라서 위쪽의 조건을 모두 지워야 한다.)

결과는 어이없게도 15개 카테고리에 36개 상점 뿐이었다. 믿어지지 않는다면 여러분도 통합검색(http://www.everymarket.co.kr/bseach.do?srchCate=3)에 가서 직접 수행해 보기 바란다.

그리고 재미있는 사실은 '에브리마켓 추천상점'에 있던 "대구전자"가 여기에는 들어있지 않았다. 다시 말하자면 온라인상점들과 물품은 한 개의 데이터베이스로 되어 있지만 추천상점은 별도의 데이터로 관리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취급 물품을 검색할 수 없기 때문에 일일이 그 상점의 홈에 가봐야 알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온라인상점은 재래시장 홈페이지의 단점을 보충하기 위해 만들었을 것이다. 재래시장 상인 가운데 홈페이지를 꾸밀 능력이 있는 곳은 별도의 홈페이지를 내주겠다는 의도에서 말이다. 기왕 만드는 김에 시장에 속해있지 않은 중소기업의 홈페이지까지 만들어서 끼워주면 오죽 좋으랴 싶었을 것이다. 다 좋은 일이다. 그런데 왜 중소기업유통센터의 온라인 마켓이 안방을 차지하고 온라인상점들은 더부살이를 해야 하는가 말이다. 그리고 3천여개라고 하는 상점 홈페이지는 다 어디에 있는가?

마지막으로 '장터커뮤니티'를 살펴보겠다.(기자가 사업자 등록을 갖고 있지 않아서 상인 전용의 '상인네트워크'는 들어가 보지 못했다) 기자가 몇 년간 식품과 재래시장에 관련된 자료를 정리해왔는데, 비록 에브리마켓 홈이 마땅치는 않았지만 자료를 올리기에 적당한 곳이라 생각해 커뮤니티를 개설하려 했다.

그런데 커뮤니티는 재래시장이나 온라인상점의 홈처럼 부가 도메인을 부여하지 않기 때문에 에브리마켓 홈을 거치고 여러 차례 클릭을 해야 한다. 그리고 게시판에 그림과 같은 파일을 넣을 수 없고 심지어는 HTML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가는 링크도 만들 수 없다.

도대체 이런 게시판을 누가 사용한다고 만들었단 말인가? 그래도 기능을 살펴보기 위해 커뮤니티를 개설해봤다. 그리고 새 방을 개설했다가 다시 삭제("미사용"으로 설정)하고 나서 글쓰기를 하려니까 메뉴에 삭제한 방이름이 나오고 저장이 안 되는 오류가 발생했다. 안되겠다 싶어서 커뮤니티를 폐쇄하려 했는데 페쇄하는 기능마저 없었다. 더 이상 할 말이 뭐 있겠는가?

그동안 재래시장을 위한 일을 한다고 소문은 소문대로 내고 돈은 돈대로 쓰면서(제작비 17억 원) 만든 홈페이지가 결국 자기네 집안 장사를 거든 꼴밖에 안됐으니 중소기업유통센터에서는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있을지 모르겠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