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꾸민 일이라니? 내가 그 자들을 베고 그쪽 또한 그들을 죽이지 않았습네까? 같은 패를 죽였단 말입네까?"

"그들은 큰 뜻을 위해 스스럼없이 목숨을 저버린 것이외다."

"어찌 그럴 수 있단 말입네까?"

두청은 잠시 말을 쉬며 밖에 있는 사람을 불렀다.

"무슨 일입니까?"

"물 한 잔만 떠다주게."

장판수도 술기운이 가시지 않아 목이 컬컬하던 참이라 물 한 잔을 더 요구했다. 둘 사이에 잠시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고 잠시 후 사발에 가득담긴 물 두 잔이 개다리소반에 얹어져 들어왔다. 두청과 장판수는 물을 달게 마신 뒤 얘기를 계속했다.

"자네에게는 숨길 것이 없으니 솔직히 얘기 하겠네. 난 이괄 장군의 뜻을 잇고 있네."

"이괄?"

장판수에게는 그 이름이 가물가물 하기만 했지만 언젠가 들은 바 있는 난을 일으킨 역적의 이름이 이괄이라는 것을 금방 떠올렸다.

"장초관은 아마 잘 모를테지! 나 역시 그때는 혈기 왕성한 청년이었다네."

"역적이라는 것은 압네다."

"후후후… 그렇게만 알려져 있겠지. 그래도 저자에서는 그 이름을 거론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울 텐데 장초관은 용케 알고 있구먼."

잠시나마 긴장을 풀어졌던 장판수의 신경이 곤두서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나라를 집어삼킬 뜻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외까?"

두청은 허리를 곧추세우며 딱 부러지게 대답했다.

"아닐세! 이장군의 뜻은 그런 것이 아니었네! 게다가 나 역시 이장군의 진실 된 뜻을 알게 된 것은 남한산성에 와서였다네. 수년전, 역적들의 이름이 담긴 연판장이 남한산성 어딘가에 숨겨져 있다는 소문을 듣고 스스로 머리를 깎고 이곳에 들어왔다네. 그리고 옛 이괄 장군의 사당에서 그 연판장을 손에 넣을 수 있었지."

"이괄 장군의 사당?"

"혹시 알고 있는가? 임금이 온조왕의 사당이라며 머리를 조아리던 그곳 말일세"

두청의 말이 사실이라면 인조는 자신에게 반기를 든 자의 사당에 머리를 조아린 꼴이 되고만 셈이었다. 장판수는 그런 사실이 놀랍다기보다는 어느 사이엔가 슬며시 평대를 하기 시작하는 두청의 말투가 더 신경 쓰일 뿐이었다.

"이괄장군은 바로 이곳, 풍산에서 지금 공신이 된 자들과 회합을 가졌네! 그뿐만 아니라 그곳에는 지금은 청의 황제인 홍타이지도 있었다네."

"허허허…."

너무나 황당한 얘기라고 판단한 장판수의 입가에서 실없이 웃음이 배어나왔지만 두청은 그리 신경 쓰지 않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거기서 논의 된 얘기는 청이 조선 땅을 밟을 빌미를 준다는 것이었다네. 그렇게 되면 백성들은 조정의 혼란 따위는 돌아보지 않고 외적의 침입에만 불안해 할 뿐이겠지! 정묘년에는 정말 그렇게 일이 진행되었네 하지만…."

두청은 물을 한 모금 죽 들이켰다.

"오히려 청에 대한 적개심만 키워지는 결과를 낳았네. 더불어 명에 대한 은혜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나오자 왕은 밀명을 내렸네. 병자년에 청에서 다시 대군을 이끌고 내려와 달라고 말일세. 왕은 스스로 성밖을 나가 청군에게 사로잡힌 후 항복을 하려 했네. 이를 알아낸 우리가 목숨 바쳐 이를 저지한 후 시일을 좀 더 번 것이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