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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새벽 5시. 같은 아파트에 사는 동서와 나는 낚시 가방을 둘러메고 삼천포로 향했습니다.

삼천포 초입에 있는 낚시점에는 이미 많은 낚시꾼들이 채비를 준비하느라 분주합니다. 우리는 홍지렁이와 청지렁이 각 한통씩을 샀는데 주인아주머니는 "학꽁치가 많이 붙었으니 크릴새우 한 덩이를 준비해 가라"고 일러줍니다.

삼천포 대교를 지나는데 해가 솟아오릅니다. 다리 위에서 붉은 구름을 뚫고 솟아나는 일출의 장관에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늑도로 들어서니 포장을 하기 위해서인지 차량출입을 통제하는 푯말이 있어 입구에 차를 세웠습니다. 물이 빠진 해변을 따라 적당한 바위에 자리를 잡는데, 아직은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다. 나는 우선 학꽁치 낚시채비를 합니다.

학꽁치 낚시채비는 너무도 간단해서 가족들과 즐기기에 안성맞춤입니다. 적당한 길이의 장대 낚싯대에 길이만큼 줄을 매어서 찌를 달고 꽁치바늘을 달면 끝입니다. 미끼도 크릴새우(한통에 1500원)를 사용하므로 지렁이를 싫어하는 아이들이나 여자들도 마음 놓고 만질 수 있습니다. 아침 아홉시를 넘기자 낚시꾼들이 몰려들기 시작합니다.

▲ 학꽁치를 낚는 사람들(아주머니도 있다)
ⓒ 한성수
우리가 꽁치를 한두 마리씩 낚아 올리기 시작하자 모두들 우리 옆으로 자리를 옮깁니다. 어떤 이는 동서와 내가 있는 좁은 틈 사이에 들어와서는 낚싯대를 휘두르면서 던지고, 꽁치가 물면 옆으로 후려치면서 낚아내어 옆 사람과 낚싯줄이 얽히기 일쑵니다. 너럭바위에는 벌써 낚은 학꽁치로 회를 썰어 먹는 일행도 눈에 뜨입니다.

▲ 우리가 낚은 학꽁치 조과, 총 53마리
ⓒ 한성수
내 낚싯대에도 학꽁치가 연이어 올라옵니다. 학꽁치는 '붉으죽죽한 아랫부리가 뾰족하게 튀어나와서 학의 부리를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인 것 같은데, 낚싯바늘은 주로 여기에 걸립니다. '치'자 달린 생선이 그러하듯 물 밖으로 나와 10초 정도 지나면 죽고 마는 성질 급한 놈이지만 은빛으로 번뜩이는 날렵하고 단정한 자태는 가히 '바다의 학'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습니다.

▲ 날렵하면서도 품위있는 학꽁치의 자태
ⓒ 한성수
내 낚싯대에는 간간히 망상어도 고개를 내밉니다. 열두시쯤에 우리는 김밥으로 배를 채웁니다. 그 사이에 낚시꾼들이 더 불어났습니다. 건너편 섬에도 방파제에도 등대 옆에도 학꽁치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아이들과 여자들도 드문드문 보입니다. 동서와 나는 주변을 정리합니다.

미처 다 쓰지 못한 크릴새우와 뚜껑도 열지 못한 청지렁이, 홍지렁이는 바다에 고기들의 먹이로 던져주고, 주변에 있는 각종 쓰레기들은 비닐봉지에 담습니다. 항상 느끼지만 낚시꾼들이 모인 주변은 너무 지저분합니다. 다리가 놓이기 전에는 깨끗했는데, 이제 각종 술병과 음식물 찌꺼기가 온통 섬을 뒤덮고 있으니 주민들도 낚시꾼에게 진저리를 치고 있을 것입니다. 나는 '주차료라도 받아서 그 돈으로 섬 주변을 청소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는 동서 집에 짐을 풀었습니다. 이제 학꽁치 회를 쳐야 합니다. 나는 먼저 학꽁치의 비늘을 치고 지느러미를 잘라서 동서에게 넘깁니다. 동서는 그 중 작은 것과 망상어의 배를 갈라 내장을 빼냅니다. 이 놈들은 뼈째로 썰어낼 생각입니다.

▲ 작은 놈은 뼈째 써는데, 오독 오독 씹히는 맛이 일품!
ⓒ 한성수
나머지 학꽁치는 몸통의 가운데를 갈라서 등뼈를 발라냅니다. 동서가 내장을 긁어낸 후 다시 내게 넘기면 나는 물에 깨끗이 씻어서 건져냅니다. 그리고 마른 행주로 여러 번 눌러서 물기를 제거하고 고기에 붙은 이물질들을 닦아서 깨끗하게 손질합니다. 잘려나간 학꽁치의 대가리를 세어보니 모두 53마리를 낚았습니다.

▲ 몸통을 반으로 갈라 등뼈를 들어낸다
ⓒ 한성수
아이들이 먹을 회는 잘게 자르고 어른들이 먹을 것은 다섯으로 토막을 냅니다. 아이들 먹을 것, 뼈째로 썬 것, 크게 썬 것을 모두 따로 담아서 냉장고로 넣어둡니다. 왜냐고요? 회는 차게 먹어야 제 맛이 나니까요. 그래서 야외에서 회를 먹을 때도 회 접시 밑에 얼음을 깔면 훨씬 맛이 있습니다.

▲ 내장을 긁어내고 씻어서 물기를 제거한다
ⓒ 한성수
아내와 처제는 시장에서 사온 고추냉이와 쌈장, 초고추장과 들깻잎과 상추를 씻어서 상에 놓느라 분주합니다. 상이 준비되었습니다. 회는 모두 네 접시라 우리는 이웃집 두 식구를 초대했습니다. 나는 소주 한 잔을 입에 톡 털어 놓고 상추쌈에 회를 듬뿍 싸서 입이 미어지게 밀어 넣었습니다.

▲ 완성된 회 모양 :고소하면서도 담백하다.
ⓒ 한성수
쫄깃쫄깃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입안을 가득 채웁니다. 또한 생긴 모양만큼이나 담백해서 뒷맛도 개운합니다. 채비가 간단하고(장대, 미끼(크릴새우), 찌, 꽁치바늘) 회를 쳐서 먹는 데도 별 어려움이 없습니다.

다음주 연휴에는 가족들과 학꽁치 낚시 어떠세요?

 

덧붙이는 글 | 가능하면 낚시터에서는 음식을 해 먹지 마세요. 해 먹더라도 가져간 쓰레기는 반드시 다시 가지고 나옵시다. 낚시하시는 분도 낚시줄이나 바늘, 추(납으로 만든 것, 아시죠?)나 미끼를 아무 데나 버리지 마세요. 여러분이 서 있는 그 곳이 어민들에게는 삶의 터전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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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 있는 소시민의 세상사는 기쁨과 슬픔을 나누고 싶어서 가입을 원합니다. 또 가족간의 아프고 시리고 따뜻한 글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글공부를 정식으로 하지 않아 가능할 지 모르겠으나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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