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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도 지키지 못한 불효자 걱정하지 마시고 고이 잠드소서. 아버지 유언에 따라 이라크 평화재건 임무를 완수하고 무사히 귀국하겠습니다."

이라크 아르빌에서 평화ㆍ재건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자이툰 부대 중대장 이승용 대위(30세;학군 37기)는 지난 26일,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8일이 지난 뒤에야 접하고, 머나 먼 이국땅에서 안타까운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아버지(고 이도희, 55세)가 유명을 달리한 것은 지난 18일인 추석날 아침이었다. 고 이도희씨는 2년전 한국통신 정년퇴임 후, 처남이 운영하는 제약회사에서 이사로 근무하였고, 처남이 출장 중에 교통사고를 당하자 회사를 혼자 이끌어 나가다가 과로로 심신이 지쳐있었다. 이로 인해 17일 오후에 갑작스럽게 쓰러졌고 손쓸 틈도 없이 12시간 만에 유명을 달리했다.

하지만 가족들은 이러한 사실은 장남인 이승용 대위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장례를 치러야만 했다. 아버지는 생전에 아들이 장교로서 해외파병을 가게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했었고, 임종을 맞이하는 순간까지도 가족들에게 ‘타국에서 임무수행하는 아들에게 마음의 짐이 되니 알리지 말라’고 당부했던 것이다.

이승용 대위는 추석 당일에도 어머니와 아내를 비롯해서 쌍둥이 아들들과 통화를 했으나, 가족들은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은 채 철저히 비밀을 유지했다. 그러나 이 사실은 지난 26일, 함께 근무했던 선배 정용훈(31세, 예비역 대위)씨가 자이툰 부대 인터넷 홈페이지에 "군인인 아들이 소임을 다하게 하기위해 상주없이 장례를 치뤘다"는 사연을 올리면서 부대와 이 대위에게 뒤늦게 알려지게 되었다.

이라크에서 임무수행한지 고작 1개월 된 이 대위는 갑자기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말이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다. 뒤늦게 연락이 된 어머니(안민자, 55세)는 "아들이 힘든 곳에서 임무수행하는데 마음에 부담을 갖지 않도록 비밀로 했는데, 아들이 알게 되어 유감"이라면서 "앞으로 몸 건강히 무사히 귀국하는 것이 돌아가신 아버지를 위한 것"이라고 흔들리지 않고 임무를 마칠 것을 당부했다.

한편, 부대에서는 이승용 대위를 위로하고 청원휴가를 권유했으나 이 대위는 “귀국할 때까지 이라크의 평화재건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마지막 효도하는 길”이라면서, “내년 귀국 후에 아버지 묘소를 찾아 임종을 지켜드리지 못한 죄를 무릎 꿇고 빌겠다”고 말해 주위 동료들에게 애잔한 감동을 주었다.

덧붙이는 글 | 연합에 송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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