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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구 교수(가운데)는 6일 저녁 전남대 초청 강연에서 발제문을 배포했지만 최근 자신에 대한 경찰 수사 등을 고려해 '침묵 발제'로 강연을 대신했다.  동행한 홍윤기 교수(왼쪽)가 발제를 대신했다.
강정구 교수(가운데)는 6일 저녁 전남대 초청 강연에서 발제문을 배포했지만 최근 자신에 대한 경찰 수사 등을 고려해 '침묵 발제'로 강연을 대신했다. 동행한 홍윤기 교수(왼쪽)가 발제를 대신했다. ⓒ 광주드림 김태성
지난 7월 "한국전쟁은 북한이 시도한 통일전쟁"이라는 발언을 해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고발당한 강정구 동국대 교수는 6일 저녁 전남대학교 강연을 '침묵'발제로 마쳤다.

이날 저녁 7시께부터 전남대 인문대 교수회의실에서 `인문학 이야기' 초청 강사로 나선 강 교수는 '국가보안법과 냉전성역 허물기'란 주제로 발제를 하기로 돼 있었다.

국보법 위반 수사에 '침묵' 발제 나선 강 교수

그러나 최근 자신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점을 감안, 강연 발언이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침묵 발제를 선택했다. 강 교수는 '침묵'을 통해 국가보안법이 학문의 자유를 어떻게 억누르고 있는지 몸소 '퍼포먼스'를 보여준 셈이다.

강 교수는 인사말을 통해 "오늘처럼 광주 오는 길이 길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 48시간을 들여 광주에 왔다"면서 "학문을 하는 사람이 토론장에서 발표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지금은 내 발언 하나 하나가 수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발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이미 계획했던 강연이 차질을 빚어서는 안되기 때문에 침묵 발제로 진행하겠다"며 "이런 상황이 빚어진데 대해 유감"이라며 양해를 구했다. 발제는 동행한 홍윤기 동국대 철학과 교수가 대신했다.

홍 교수는 강 교수의 '국보법과 냉전성역허물기' 발제문을 요약 발표하면서 강 교수를 둘러싼 정치권과 경제계 등의 갖가지 발언 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밝혔다.

홍 교수는 "강 교수와 관련된 사건은 없어져야 할 법이 살아나 어떻게 사람을 괴롭히는지 보여주는 적절한 경우"라며 "강 교수가 발언을 할 때마다 강정구가 친북용공인양 이야기되고 있다"고 말문을 뗐다.

홍 교수 "청개구리 통해 야만과 무지 드러내"

이어 홍 교수는 "(강 교수를) '실험실 청개구리'를 보는 심정으로 두고 보자, 어디까지 괴롭힘을 당하는지 지켜보자고 작당한 사람"이라면서 4일 김상렬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의 발언을 언급하며 "이제 구경은 끝났다, 또 하나의 강정구가 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홍 교수는 "김 부회장이 강 교수의 강의를 들은 학생에 대해 취업에 불이익을 당하도록 모종의 조치를 하겠다는데 유신 때도 5공 때도 이런 발상은 없었다"면서 "이는 '청개구리'를 통해서 어떤 야만과 무지를 드러낼 수 있는지 보여준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한국전쟁은 북한이 시도한 통일전쟁' 발언에 대해 홍 교수는 "발언이 문제가 된 것은 북에 의한 남침전쟁이라는 말을 쓰지 않아서 문제였다는 것"이라며 "당시 모든 (전쟁의) 당사자는 정부 통일을 의도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발언은 북을 찬양고무하려는 얘기가 아니다, 실증적 사실이다"면서 "북은 조국해방전쟁이라고 불렀고 50년 10월 7일 유엔결의안은 한반도 통일선거, 통일독립국가의 수립을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한 것은 유엔이 유엔군의 38선 월선을 통일전쟁으로 보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학문적 논의와 고찰이 축적된 내용이 정치적 여론몰이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며 "우리 사회 지배층이 결국 강 교수가 깨고자했던 냉전 성역안에서 추악한 밑바탕을 드러내고 있다"고 힐난했다.

"동아일보 왜곡보도로 색깔 덧칠"

ⓒ 광주드림 김태성
침묵을 지키던 강 교수는 <동아일보>의 3일자 보도에 대해 "왜곡보도"라고 주장했다. 홍 교수의 발제 도중 강 교수는 지난 8월 30일 한 토론회 발제에서 "46년 여론조사에서 공산주의와 사회주의를 지지한 국민이 77%"라는 자신의 발제문에 대한 보도에 대해서 반론을 펼쳤다.

강 교수는 "<동아일보>는 내가 당시 여론조사에서 85%가 대의민주주의를 지지했다는 것을 완전히 왜곡·은폐했다고 보도했는데 이는 왜곡보도"라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46년 8월 당시 미군정은 40개 문항의 여론조사를 벌였다"면서 "이 가운데 '어떤 경제체제를 원하는가'라는 문항에 사회주의 70%, 공산주의 7%였고 이를 기술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산주의와 사회주의 지지 세력이 무려 77%였고, 당시 조선 사람 대부분이 원하는 것이면 응당 그 체제를 택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고 기술한 것"이라고 밝혔다.

강 교수는 46년 8월 13일자 <동아일보> 보도를 인용, "당시 문항 중 '귀하가 찬성하는 일반적 정치행태는 어느 것입니까'라고 묻는 질문에 개인독재 3% , 수인독재 4%, 계급독재 5%, 대중정치(대의정치) 85%로 나와 있다"면서 "그런데 이번 동아일보는 대중정치와 대의정치가 상호 배타적 개념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을, 원문 그대로 하지않고 '대의민주주의 85%'라고 왜곡하고 (색깔론을) 덧칠을 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잘라말했다.

자신은 당시 경제체제에 대한 문항을 인용해 기술했을 뿐이며, 정치체제에 대한 문항을 의도적으로 은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3일자 <동아> 보도는 정치체제에 대한 결과만을 부각시켜 자신을 의도적으로 몰아세웠다는 것이다.

한편, 강 교수는 발제문을 통해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사실논쟁을 이념논쟁과 가치논쟁으로 환원시켜 색깔몰이로 판결을 내리려 한다는 점"이라며 "학문적 귀결인 통일전쟁론이 틀렸다면 실증적 차원에서 객관적 자료를 제시하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문제는 이를 입증할 수 없으니까 지난 60년간 '전가의 보도'로 써먹던 이념논쟁을 들이대니 파시즘 행위를 자행한 것"이라며 "냉정한 이성적 대응을 촉구했는데도 폭력몰이와 색깔몰이가 횡행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강연과 관련 강 교수는 강연 주최측인 전남대 인문학연구원에 5일과 6일 두 차례에 걸쳐 강연 불참을 통보하기도 했다. 전남대 인문학연구원은 3차례의 '인문학 이야기' 강좌를 통해 국가보안법과 학문이 자유를 주제로 강연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날 강 교수의 강연이 첫 강연회로, 오는 11일과 18일에도 강좌가 열린다.

이날 '인문학 이야기' 강좌에는 최근 강 교수의 발언 등이 정치권은 물론 경제계에서도 논란이 불거져서인지 대학교수, 학생 등 80여명이 몰려들어 강연 장소가 비좁았다.
이날 '인문학 이야기' 강좌에는 최근 강 교수의 발언 등이 정치권은 물론 경제계에서도 논란이 불거져서인지 대학교수, 학생 등 80여명이 몰려들어 강연 장소가 비좁았다. ⓒ 광주드림 김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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