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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 1월 26일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의 채용비리에 노조간부가 관련된 것에 대해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대국민사과 성명서를 발표했다. 하지만 그 뒤에도 노조 비리는 고구마줄기처럼 엮여져 나왔다.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 1월 26일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의 채용비리에 노조간부가 관련된 것에 대해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대국민사과 성명서를 발표했다. 하지만 그 뒤에도 노조 비리는 고구마줄기처럼 엮여져 나왔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돈' 앞에 노동운동은 없었다.

2005년 한해, 도덕성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아야 할 노동운동의 고위 간부들이 줄줄이 수배되거나 구속됐다. 파업 때문이 아니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에서처럼 탄압을 받아서도 아니다. 모두 '금품수수'와 관련된 죄목 때문이었다.

노조 간부들이 돈을 받아 챙긴 수법도 다양했다. 채용을 미끼로 돈을 갈취하는가 하면, 장부를 조작해서까지 노조 기금을 빼돌려 착복한 범죄도 적발됐다. 노동조합이 발주한 공사를 주겠다며 리베이트를 받아 챙긴 최고위급 노조 간부도 있었다.

11일 이수호 위원장을 비롯, '지도부 총사퇴'라는 최악의 상황을 불러온 강승규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의 금품수수는 올 한해 터진 '노조 비리 시리즈'의 결정판인 셈이다.

채용 미끼·기금 횡령·리베이트 요구... 금품수수 방식도 다양

금품수수와 관련된 노조 비리는 2005년 새해 벽두부터 노동계를 뒤흔들었다.

지난 1월 19일, 광주지검은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노조지부장의 계좌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소문으로만 떠돌던 채용 비리 수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미 검찰은 2004년 10월부터 내사를 시작한 상태였다.

검찰의 수사가 시작된 다음날인 1월 20일, 기아차노조 집행부는 총사퇴했다. 채용 비리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같은 해 2월 14일, 검찰은 기아차노조 채용비리와 관련해 19명을 구속 기소(노조 간부 12명), 8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수사 결과, 채용 비리를 통해 부정 입사한 사람은 모두 120명에 달했고 부정하게 오간 돈은 24억3천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기아차노조 광주공장 노조지부장인 정아무개씨는 36명을 채용해주는 대가로 무려 3억4천여만원을 챙겼다.

기아차노조 채용 비리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인 2005년 3월, 이번엔 부산항운노조 간부들의 횡령과 리베이트 수수 사건이 터졌다. 부산지검은 부산항운노조 간부들의 횡령·인사비리 등에 대한 각종 제보를 바탕으로 특수수사팀을 구성, 3월초부터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지난 3월 14일 노조사무실 등 8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한 검찰은 광범위한 수사를 벌인 끝에 배임수재, 업무상횡령 등 혐의로 모두 53명을 입건했다. 이 중 구속된 숫자는 모두 33명.

검찰 수사 결과 부산항운노조의 인사비리 관련자는 28명, 밝혀진 금품수수 액수는 11억9100만원에 달했다. 노조 공금 횡령에 연루돼 입건된 관련자도 23명, 공금 횡령 액수는 모두 11억4300만원으로 밝혀졌다. 구평연락소 신축공사 등 사업을 미끼로 2억3440만원의 리베이트를 받아 챙긴 6명도 형사입건 됐다.

부산항운노조 비리사건은 지난 9월 26일 6개월여간 수배를 받아온 상임부위원장 김아무개(61)씨가 검거되면서 일단락 됐다.

기아차노조의 충격 가시기도 전에 터진 항운노조 횡령·현대차노조 채용비리

지난 5월 구속된 이남순 전 한국노총위원장은 59년 노조 역사상 금품수수로 인한 첫 구속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지난 5월 구속된 이남순 전 한국노총위원장은 59년 노조 역사상 금품수수로 인한 첫 구속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5월에는 현대차노조의 채용 비리가 적발됐다. 울산지검은 지난 3월 기아차노조 채용 비리와 똑같은 비리가 현대차노조에도 있다는 첩보를 바탕으로 은밀한 내사에 착수했다.

3월부터 취업비리 개연성이 높은 노조간부의 계좌추적을 시작한 검찰은 지난 5월 10일 노조간부 정아무개(42)씨 등 3명을 긴급체포 했다.

이후 검찰은 현대차 울산공장 인사팀과 노무팀 사무실을 두 차례에 걸쳐 압수수색하고, 입사지원서류를 통해 확보한 노조간부 명단 등 무려 400여명에 대한 계좌추적을 벌였다. 그 결과 정씨를 포함한 8명이 구속되고, 브로커 등 12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특히 정씨는 입사희망자 12명으로부터 모두 4억1500만원을 받아 주식투자와 골프를 즐긴 것으로 밝혀져 도덕적 타락의 극치를 보여줬다.

5월에는 또 이남순 전 한국노총위원장이 검찰에 의해 구속 수감돼 충격을 더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 2003년 12월 한국노총 서울여의도 근로복지센터 건립을 맡은 시공사 하청업체로부터 모두 2억2천여만원의 리베이트를 받은 것을 드러났다. 이 전 위원장과 함께 구속된 권원표 전 한국노총 부위원장도 6억4500여만원에 달하는 뇌물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11일 서울남부지법은 배임수재 혐의를 받은 이남순 전 위원장에게 징역 1년6개월, 추징금 2억2천만원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구속된 권 전 부위원장은 징역 2년6개월, 추징금 5억5500만원이 선고됐다.

이남순 전 위원장의 구속·처벌은 한국노총 59년 사상 초유의 일로 노동계에 큰 충격을 던져준 사건이었다.

이남순 전 위원장과 권원표 전 부위원장에 이어 권오만 전 한국노총 사무총장도 '검은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5월 서울남부지검은 권 전 사무총장이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택노련) 위원장 시절 노조 기금을 모 건설업체에 빌려주는 대가로 8000만원에 이르는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를 밝혀냈다. 하지만 권 전 사무총장은 11일 현재까지 검찰 수사를 피해 도피중이다. 현재 검찰은 권 전 사무총장에 대해 기소중지 결정을 내리고 전국에 지명 수배한 상태다.

이남순 전 위원장, 59년 한국노총 사상 첫 구속 '오명'

지난 7일 긴급체포된 강승규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도 권 전 사무총장과 같은 '택시노동자' 출신이다.

강 수석부위원장은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전국민주택시노조연맹 위원장으로 일하면서 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박아무개 회장과 산하 택시운송사업조합 한 곳으로부터 모두 세 차례에 걸쳐 8000여만원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강 수석부위원장은 민주노총으로 자리를 옮겨서도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으며, 자신이 직접 전화를 걸어 돈을 요구하기도 해 도덕적 지탄을 받고 있다.

이 외에도 검찰은 11일 문진국 현 전국택시노조연맹 위원장과 구수영 민주택시노조연맹 위원장을 소환해 금품수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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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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