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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의 고장' 주가각 전통마을을 노젓는 유람선으로 답사하는 한국 답사객
ⓒ 유창하
중국 상하이가 현재는 중국 경제 성장을 이끄는 중요 도시지만 과거에는 '물의 고장' 이라고 불리었습니다. 그 이유는 상하이 지역의 육지 면적에 비례하여 강과 하천 비율이 12%를 차지할 정도로 물이 차지하는 면적이 많았고 주민들은 물이 흐르는 수로를 만들어 농사를 짓거나 어업 활동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근대화된 지금도 상하이 지역 인근을 유심히 관찰하면 곳곳에 수로가 많이 조성되어 있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옛날부터 상하이 내 여러 지역에 조성된 수로를 통해 물자를 수송하는 상업 활동을 하였습니다. 그러한 지역의 대표적인 마을로는 상하이 행정 소재지 내에는 주가각(朱家角), 동리, 칠보진, 시 경계선 밖 인근에는 주장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 관광객을 위해 명청시대 뱃놀이 퍼포먼스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 유창하
주가각은 살아있는 전통마을

주가각은 상하이 행정구역 상 청포구(靑浦區)에 속하며 경계 지역으로 장슈성, 저쟝성에 가까이 있습니다. 이곳은 상하이와 타 지역에서 관광객이 많이 찾아오는 관광지구입니다.

주가각은 이미 중국 송나라와 원나라 때 시가지가 본격적으로 조성되었으며 명나라 말기에는 수천 개의 점포가 형성되었다고 할 정도로 당시 장강 이남지역에서는 보기 드문 번화한 상업지역이었습니다.

▲ '어부의 집' 전시관에 전시된 명나라 때 목선에 새겨진 물고기 조각이 너무 정교합니다.
ⓒ 유창하
주가각은 1,700여 년 전에 마을이 형성되었으며 명나라 말기에 주가각진(鎭)으로 승격하였습니다. 당시 주가각 마을에서는 포목업, 양곡업이 성행하였는데 지금도 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현재에도 그 당시의 우체국, 외국은행, 전구공장 등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2001년에는 상하이에서 열린 APEC 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과 부인들이 단체로 방문할 만큼 주가각은 전통을 간직하고 있는 마을로 중국 명청시대 역사를 볼 수 있는 살아있는 현장입니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안동의 하회마을, 경주 양동의 민속마을, 순천의 낙안읍성인 셈이죠.

▲ 주가각 마을에 들어서면 우리나라 70년대 변두리 이발소를 연상하는 이발소가 영업을 하고 있어 콧잔등이 찐해 옴을 느낍니다.
ⓒ 유창하
주가각 입구 마을 풍경

더위가 지나고 제법 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10월 지난 일요일. 상하이에 체류하는 모임 회원들과 함께 상하이동물원 앞 정류소에 집결하여 주가각 가는 장거리 버스를 탔습니다.

상하이 시내라 해도 대지 면적이 서울의 10배 정도나 되는 도시라 외곽지역은 농촌이나 다름없습니다. 차창 밖에 펼쳐지는 익어가는 곡식들과 정겨운 시골풍경을 감상하다 보니 어느새 주가각 버스종점에 도착합니다(소요시간 1시간 10분).

넓은 종점 주차장에 도착하니 삼륜차 인력거 아저씨들이 모여듭니다. 하지만 인력거를 탈 필요는 없습니다. 주가각 전통마을 입구까지 10여분이 채 걸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전 정보를 모르고 갔다가는 불필요한 돈을 쓰게 됩니다.

▲ 주가각 '동네가수'들이 노천 식당 손님 앞에서 노래를 불러 돈을 법니다.
ⓒ 유창하
주가각 마을 입구에는 주민들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병원도 보이고 관공서도 있으며 공안 파출소도 있습니다. 소형 아파트와 주택들이 보이는 주가각 입구 주변 주거지역은 꽤 많은 주민들이 생활하는 동네입니다.

▲ 방생교의 정교한 돌사자가 방문객을 노려보고 있습니다. 중국의 크고 작은 돌사자 장식물은 과거와 현재 구분이 없습니다.
ⓒ 유창하
중국인들이 물고기를 풀며 소원을 비는 장소인 방생교(放生橋)가 나옵니다. 방생교 이후부터가 전통마을입니다. 방생교는 중국 발음으로 '팡성차오'라고 합니다. 대만에서 온 관광객들이 방생교 앞에서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있습니다. 이 다리는 주가각의 대표적 볼거리입니다.

다리 밑으로는 '차오강허'가 흐르고 있습니다. 명나라 융경 5년(1571년)에 설치된 무지개 형 돌다리로 그 당시 양자강 이남지역에서는 가장 웅장한 석교였습니다. 다리 정상에는 용 8마리가 조각된 문양이 있고, 다리의 네 모서리에는 네 마리의 사자상이 방문객들을 노려보고 있습니다.

▲ 명청거리 북대가 거리에 들어서면 별의 별 물건들이 다 보입니다. 아직도 모택동 전주석의 사진은 단골 메뉴입니다.
ⓒ 유창하
방생교 앞 입구에서 왼쪽으로 들어서면 베이따지아(北大街) 입니다. 조금 들어가면 배 타는 곳이 나옵니다. 반시간 빌려 타는데 50원, 1시간은 100원입니다. '베이따지아'는 400여년 전 명청시대에 지은 그대로 건물 모양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좁은 점포 길 양쪽으로 공예품, 그림, 기념품, 음식 등을 팔고 있습니다.

명청시대 때의 번화한 중국 상업지역 모습을 떠올리면서 점포 골목을 다니며 건물과 상품을 구경하면 됩니다. 민가들도 처마 끝이 기다랗게 하늘로 솟아 있는 명청시대 건물양식을 하고 있습니다. 상인들이 홍등을 많이 달아 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방생교 한쪽 편에서는 한국에서 보아왔던 구공탄보다 더 자그마한 연탄을 가득 실은 배가 정박하여 있습니다. 배가 정박을 하고 연탄장수 두 사람이 긴 막대기를 어깨에 매고 줄에 이은 큰 대나무 바구니에 연탄 20여장을 담아 하역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80년대에 보았던 부두 노무자들의 하역 모습이 갑자기 떠오릅니다.

▲ 태안교 다리 난간에 앉아 있는 중국 현대 젊은 여성과 명청시대 주가각 마을이 다리의 전통조각 문양과 함께 시공을 넘다들고 있습니다.
ⓒ 유창하
아직도 연탄으로 취사를 해결하는 마을 주민

마을 한바퀴를 천천히 걸어 다녀 보기도 하고 배를 타고 돌아보기도 하였습니다.

주가각 안의 대부분 주민들은 이렇게 수송된 연탄불을 이용하여 취사를 해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 흔한 가스레인지도 이곳에서는 불필요한 문명 기구인 모양입니다. 마을을 더 들어가니 노인들이 수로 가에서 연탄 불씨를 살리느라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연탄불 지피는 번개탄 태우는 모습이 마치 70년대 후반 한국의 대도시 판자촌을 연상하게 합니다.

▲ 물자를 수송하는 주가각의 아낙네 모습입니다. 물살을 가르며 세차게 노를 젓고 있습니다.
ⓒ 유창하
수로가에서 빨래하는 아낙네들도 보입니다. 수로 한쪽에서는 동네할머니가 두레박을 이용하여 수로의 물을 긷고 있습니다. 아마도 빨래 설거지 등 허드렛물로 사용하는 모양입니다. 수돗물을 아끼는 노인의 애틋함이 엿보입니다.

앞에서 수로를 따라 노 젓는 자그마한 배가 오고 있습니다. 노 젓는 아낙네는 어디론가 물살을 세차게 가르며 물건 보따리를 이송하느라 바삐 배를 저어가고 있습니다. 이곳의 작은 배들과 수로는 주가각 주민들의 주요 재산이자 교통수단이기도 하고 동시에 중요한 경제적 자원입니다.

마을을 한 바퀴 돌아서니 50농이라고 쓰인 대문 팻말이 보입니다. 안을 보니 여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습니다. 이곳은 아직까지 목재로 만들어진 대문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상하이 시내에서 보아왔던 석고문은 불에 강한 화강암을 달아 화재에 대비하였습니다만 여기 대문은 나무문으로 되어 있고 주택 형식은 석고문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석고문 이전의 주거 양식이었습니다.

현재도 상하이 시내에서 사용되는 농은 작은 골목을 뜻합니다. 상하이 이남 지역은 "리"와 " 농"으로 지역을 연결하고 구분하는 양쯔강 이남의 독특한 주택문화 양식입니다. 리는 25호구가 모여서 리가 됩니다. 주가각의 민가들을 보면서 명청 시대 때의 주택양식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 주민들의 땔감인 연탄이 배로 수송되고 있습니다. 전통마을 주민들에게는 '작은 연탄'이 아직도 주요 취사용 땔감입니다.
ⓒ 유창하
주가각은 인위적으로 조성된 관광마을이 아니라 주민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는 전통마을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낙안민속마을이나 경주의 양동마을처럼 방문자를 위해 보기 좋게 꾸미지는 않았지만 있는 그대로 물을 이용하며 꾸밈없이 살아가는 중국 서민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마을이었습니다.

번잡한 상하이 시내를 훌쩍 떠나 교외 풍경을 바라보며 물을 이용하며 살아가는 명청시대 중국 서민의 생활 모습을 느끼고 싶다면 주가각 가는 시내버스를 타고 '물의 고을' 주가각을 다녀오십시오. 눈높이를 중국 '서민의 삶'에 맞추고서 친근하게 다가가면 중국역사와 문화가 나에게 소리 없이 다가올 것입니다.

주가각 찾아가는 방법

시내버스를 타고 주가각 가는 방법은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한 가지 방법은 인민광장에서 출발하여 주가각까지 가는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방법이고 또 다른 한 방법은 청포구 버스터미널에 가서 버스를 갈아타는 방법입니다.

인민광장에서 시 외곽 지역으로 운행하는 호주선(滬朱線) 시내버스는 연안서로를 따라 오다 상하이 동물원 앞을 지나 청포를 지나 주가각을 갑니다.(버스요금 인민광장에서 주가각까지 9원. 첫차와 막차시각은 주가각 아침5시15분 오후5시15분, 인민광장 오전5시40분 오후5시40분, 차편 많음)

또 다른 방법은 시내 여러 곳에 분산되어 있는 장거리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 청포 버스터미널에 도착하여 주가각 가는 버스로 갈아타고 가는 방법입니다. ( 참조/ 청포 버스종점에서 주가각 15분 거리, 주가각~ 대관원 15분 거리, 다시 동리까지 20여분 거리이며 동리까지 갈려면 차편이 빨리 떨어지므로 아침 일찍 서둘러야 함)

덧붙이는 글 | 유창하 기자는 다음 카페 '중국 상하이 한인 모임' http://cafe.daum.net/shanghaivillage 운영자입니다. 중국 상하이 한국인들의 살아가는 모습과 문화 역사 경제 등을 전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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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랜 기간 오마이뉴스에서 쉬었네요. 힘겨운 혼돈 세상, 살아가는 한 인간의 일상을 새로운 기사로 독자들께 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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