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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감로탱 특별전 포스터
조선시대 감로탱 특별전 포스터 ⓒ 전영준
전시장은 양산시민은 물론 인근 부산ㆍ경남, 울산, 대구ㆍ경북 등지에서 온 관람객들로 연일 붐빈다. 간간이 외국인 관광객들도 눈에 띈다.

2005년 문화관광부 복권기금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전국에 흩어져있는 60여 점의 감로탱 가운데 각 시대의 시대상황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대표작 23점을 골라 선보이는 국내 최초의 탱화 테마전이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불교회화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이들은 말할 나위도 없지만 '감로탱'이란 낯선 말에 고개를 갸우뚱하던 이들도 전시장을 둘러보고는 인간의 삶과 죽음, 희망과 절망을 한눈에 펼쳐 보이는 전시작품들 앞에서 경탄을 금치 못한다. 그래도 아직 전시회장을 찾아보지 못한 이들은 '감로탱'이 무엇인지 마냥 궁금해 한다.

'감로탱'은 감로(甘露)같은 법문을 베푼다는 뜻

감로탱(甘露幀)은 '죽은 이에게 감로(甘露)같은 법문을 베푼다'는 뜻에서 이름이 붙여진 불교회화의 한 갈래로 수륙재(水陸齋)나 사십구재 때 쓰이는 의식용 탱화를 일컫는 말로 조선시대에 성행했다.

인간의 삶과 죽음 그리고 구원을 주제로 한 의식용 걸개그림인 감로탱은 작품이 조성되던 시대의 다양한 풍속장면과 재난장면, 지옥장면 등이 흥미롭게 묘사되어 있어 불교회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일반인들도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다. 또 불교미술, 종교학, 복식사, 문학, 예술 등 여러 분야의 연구자들이 관련분야에 대한 학술적 자료로도 널리 활용하고 있다.

감로탱은 도상의 연원을 중국의 수륙화(水陸畵)에 두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수륙화의 도상들에 새로운 도상들을 추가하여 한 화면에 재구성해 우리만의 독특한 도상을 정립하였으므로 이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창적인 불화라 할 수 있다.

특히 조선시대 감로탱은 인간의 삶과 죽음, 구원에 대한 불교적 시각을 그리고 있지만, 여러 불교의 존상(尊像)들뿐 아니라 조선 시대 보통사람들의 어리석고 잘못된 여러 모습을 반영한 각종 위난(危難) 장면과 생활 속의 풍경들이 다양하게 배치돼 있는 점이 특이하다.

"인간의 삶은 결국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다"

감로탱 특별전 들머리에 이르면 먼저 '쿵'하고 관람객의 가슴을 울리는 글귀를 만나게 된다.

"인간의 삶은 결국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다" 곧 이어지는 또 다른 글귀.

"눈앞에 보이는 이익을 쫒아 발버둥치는 이 순간에도 우리는 점점 죽음에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인간은 예기치 못한 위난의 순간들을 통해 죽음과 삶의 무상함을 인지한다. 살아가는 동안 끊임없이 반복되는 희ㆍ로ㆍ애ㆍ락(喜怒哀樂). 삶의 방식이 바뀌었을 뿐 인간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기쁨과 성냄, 슬픔과 즐거움은 과거와 현재가 다름없다. ……"

글귀의 끝 부분은 관람객에게 던지는 물음이다.

"그대는 바르게 살고 있는가? 죽음을 준비하고 있는가?"

이 커다란 물음 앞에 숙연해진 마음으로 발길을 옮기면 저 먼 몇 백 년 전의 시대가 펼쳐진다. 마차에 깔려 죽는 사람, 무너진 집에 깔려 죽는 사람, 칼을 들고 싸움을 하는 사람, 침을 잘못 맞아 죽는 사람…. 지난 시대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인물군상들이 금방이라도 걸어 나올 듯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거기에 오늘의 이라크와 아프카니스탄이 오버랩 되고 뉴올리언스와 파키스탄의 재난, 삼풍백화점붕괴, 대구지하철화재, 각종 의료사고가 겹쳐진다. 따라서 이번 전시회는 2005년 현재를 살아가는 오늘의 어느 누구도 죽음과 지옥의 공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삶의 바른 태도와 인류 보편의 구원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의미 깊은 자리를 마련한다.

경북대 소장 감로탱(17세기)
경북대 소장 감로탱(17세기) ⓒ 전영준
해인사 감로탱(1723) -아귀
해인사 감로탱(1723) -아귀 ⓒ 전영준
이번 특별전의 전시작 가운데는 대표작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보석사 감로탱(1649년 제작)과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경북대 박물관 소장 감로탱(17세기 중후반으로 추정).

16세기 후반과 18세기를 이어주는 보석사 감로탱은 임진왜란 이후 전사한 수많은 의병들의 수륙재를 위해 제작한 작품으로 당시 수륙재를 생생하게 재현하고 있다. 경북대 박물관 소장 감로탱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도상 표현으로 인해 조선시대 감로탱이 지니는 다양성과 특수성을 보여준다.

이밖에 우학문화재단(1681년), 해인사(1723년), 성주사(1729년), 운흥사(1730년), 수도사(1786년) 등이 소장하고 있는 감로탱도 함께 전시돼 있다. 특히 이번 전시회는 2005년 문화관광부 복권기금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만큼 지역사회 및 국내외의 문화발전에도 크게 기여하여야 하는데 때마침 전시 시기가 21개국 정상과 각료들을 포함하여 1만5000여명의 외국인이 참가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부산APEC회의와 맞물려 있어 한국의 독창성 있는 문화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전영준

덧붙이는 글 | ■탱화((幀畵)는?
탱화는 천이나 종이에 그림을 그려 벽에 거는 불화의 종류로 족자 또는 액자로 만들어 사용했다. 티베트에서 유래한 ‘탕카(Thang-ka)’가 어원이다. 한자로 족자그림 ‘정(幀)’자를 쓰면서 읽기는 ‘탱’으로 읽는 까닭도 ‘탕카’의 어원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우리나라에 언제 탱화가 들어왔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현존하는 탱화는 고려시대 이후의 작품이다. 그러나 <삼국유사>에 의하면 이미 삼국시대부터 불화가 그려진 것으로 나타나므로, 탱화는 통일신라 때부터 일반화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고려시대의 탱화는 귀족적인 성향, 조선시대의 탱화는 민중적인 성향을 보인다. 탱화는 사찰 전각이나 불상의 종류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을 갖는데, 본존불 뒤에 놓여 그 신앙적 성격을 묘사한 것이 후불(後佛)탱화이고, 불법(佛法)의 수호신들을 그린 것으로 대웅전의 좌우 벽면 혹은 각종 전각에 설치하는 것이 신중(神衆)탱화다. 원혼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데 쓰인 탱화가 이번 특별전의 전시품인 감로탱이고, 이밖에도 지장보살을 그린 지장(地藏)탱화, 염라왕의 심판을 그린 시왕(十旺)탱화와 현왕(現王)탱화, 북두칠성에 대한 신앙을 불교화한 칠성(七星)탱화, 산신각에 모신 산신(山神)탱화, 도리천의 우두머리인 제석을 그린 제석(帝釋)탱화, 공양을 짓는 부엌의 신인 조왕신을 묘사한 조왕(竈王)탱화, 부처의 제자인 나반존자를 그린 독성(獨聖)탱화 등 다양한 종류의 탱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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