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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의 단풍
지리산의 단풍 ⓒ 이은화
구례땅에 발을 딛고 보니 가고 싶은 곳이 한두 곳이 아닙니다. 지리산의 피아골계곡도 가고 싶고 노고단도 넘고 싶었고 천년고찰 화엄사도 가고 싶었습니다. 다 들러보고 싶은 굴뚝같은 마음을 지그시 누르고 예정대로 꼭 가보고 싶었던 사성암으로 향했습니다.

하동에서 구례로 가는 19번 국도
하동에서 구례로 가는 19번 국도 ⓒ 이은화
하동에서 구례로 가는 19번 국도를 따라 내려가는데 길이 참 예쁩니다. 조금 더 있으면 붉게 물든 단풍으로 더 화려해질 것입니다. 가로수로 벚나무가 보이는 것을 보니 봄이면 이 19번 도로가 벚꽃으로 또 얼마나 멋질까요?

구례읍에서 조금 샛길로 방향을 돌려 올라가다보니 오른편으로 사성암 안내표지판이 보입니다. 표지판이 작아서 지나칠 뻔 했지만 무사히 사성암 산아래 입구에 도착을 하니 올라가는 길이 제법 가파릅니다. 시원한 바람과 맑은 공기를 쐬며 조금은 헉헉거리며 산 정상까지 올라가니 기암절벽에 절묘하게 있는 절이 보여 저절로 감탄의 탄성이 나옵니다.

기암절벽에 있는 법당
기암절벽에 있는 법당 ⓒ 이은화
사성암은 백제 성왕 22년(544년)에 연기조사가 본사 화엄사를 창건하고 이듬해 사성암을 건립했다고 합니다. 기록에 의하면 4명의 고승, 즉 원효, 의상, 도선국사, 진각국사가 수도한 곳이어서 사성암이라고 불리운답니다.

또한 송광사 제6세인 원감국사 문집에도 오산 정상에 참선을 행하기에 알맞은 바위가 있는데 이들 바위는 도선, 진각 양국사가 연좌수도 했던 곳이라고 나와 있고 이와 같은 기록으로 보아 통일신라 후기 이래 고려까지 고승들의 참선을 위한 수도처였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처음으로 눈에 들어 온 법당은 바위를 쪼아 그 돌로 축대를 쌓아 절벽에 절묘하게 세워놓았는데 그 모양이 절벽과 한몸을 이룬 탑의 모양입니다. 사바세계 위로 봉긋이 솟은 산 전체를 기단으로 삼아 정상에 석탑을 세운 모습이라는 안내지의 설명이 아니더라도 예술적 가치가 높은 절입니다.

법당으로 올라가는 108계단
법당으로 올라가는 108계단 ⓒ 이은화
절벽 옆으로 계단을 만들어 법당으로 올라가는 길은 신도들의 기원이 담긴 기와로 단장이 되어 있어 계단 하나하나가 기원의 계단 같았습니다. 그 계단을 올라가 법당입구에 서서 아래를 보니 오금이 저려옵니다. 뒤로 물러나 법당 안을 들여다보니 다른 법당과 달리 벽에 벽화가 보입니다.

원효스님이 손톱으로 그렸다는 마애약사여래불
원효스님이 손톱으로 그렸다는 마애약사여래불 ⓒ 이은화
원효스님이 선정에 들어가 손톱으로 그렸다는 ‘마애약사여래불’이라는 벽화인데 사성암의 불가사의한 전설이며 자랑이라고 합니다. 약 25미터의 기암절벽에 음각으로 새겨졌으며 왼손에는 애민중생을 위해 찻잔을 들고 있는 것이 특징이고 현재 전라남도 문화재 222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건축양식은 금강산에 있는 보덕암의 모습과 흡사하다고 합니다.

도선굴 옆에 있는 법당
도선굴 옆에 있는 법당 ⓒ 이은화
절벽에 매달려있는 법당에서 그냥 갈 수 없어 경건한 마음으로 삼배를 올리고 나니 마음이 평안해집니다. 다시 정성이 가득한 계단을 내려와 조금 옆으로 가니 그곳에도 법당으로 가는 계단이 있습니다. 그 계단은 108계단이었는데 천천히 올라가보니 스님들이 정진을 하는 도량채가 오른쪽에 있었고 왼쪽으로 임시로 만들어 놓은 요사채도 보입니다. 그곳을 지나쳐 조금 더 올라가니 지장전과 나한전 법당이 보입니다.

도선굴에서 바라본 섬진강 유역
도선굴에서 바라본 섬진강 유역 ⓒ 이은화
지장전과 나한전 법당도 둘러보고 다시 삼배를 올린 다음 무심코 옆을 보니 도선국사가 수도를 했다고 하는 도선굴이 보입니다. 한사람이 걸을 수 있는 통로를 걸어가 허리를 굽혀 굴 속으로 들어가니 촛불이 켜져 있고 천장은 커다란 돌이 바위와 바위위에 얹혀 있는 모양으로 하늘이 보일 듯 말 듯 하였고 옆으로는 바위 틈으로 아래세상이 훤하게 보입니다.

도선굴 내부
도선굴 내부 ⓒ 이은화
굴 안의 엄숙하면서도 고요함에 그리고 산꼭대기 바위와 바위사이에 오묘한 굴이 있음에 과연 정말로 "이런 곳에서 수행하면 정말 득도하지 않을 수 없겠구나" 안내지에 써있던 그 글귀가 실감나게 다가왔습니다.

절에서 바라본 섬진강과 구례 너른 들
절에서 바라본 섬진강과 구례 너른 들 ⓒ 이은화
도선굴에서 나와 아래세상을 바라보니 고요히 흐르는 섬진강과 구례와 곡성평야가 한눈에 시원하게 들어옵니다. 산꼭대기에 있는 그곳에서 내려다 본 세상은 평화롭고 아름다운 강산입니다.

108계단을 내려와 약수 한 모금 마시고 대웅전을 짓기 위한 기와불사를 하기에 기와에 정성껏 가족의 건강과 소원을 적었습니다. 이곳 사성암에 우리 가족의 이름이 적혀있는 기와 한 장이 절의 한 부분으로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기분이 묘해지고 편안했습니다.

쉽게 내려오지 못하고 다시 뒤돌아 바라보게 했던 사성암을 내려오면서 섬진강과 지리산이 있는 이곳 하동, 구례가 있는 남도가 고향인 사람들이 무척이나 부러웠습니다.

섬진강
섬진강 ⓒ 이은화
아이들 현장학습으로 주중에 떠난 가을여행은 비록 1박2일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전날 밤에 있던 지리산 두메산골의 음악회의 감동과 함께 역사가 깊은 고찰의 정기를 마음에 담고 오기에 충분했습니다.

인천으로 올라오면서 가족들끼리 함께 자동차안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노래를 함께 부르면서 올라오는 그 순간도 아주 즐거웠고 새로운 일상을 위한 충전의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가을 여행은 아주 특별했고 아름다웠고 행복하였기에 이 가을이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두고두고 꺼내어 볼 수 있는 추억이 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사성암은 SBS 드라마 <토지>에서 서희와 길상이가 불공을 드린 촬영장소로 널리 알려져 많은 참배 불자들과 관광객이 줄을 잇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내려오는 동안에 관광차가 연달아 산아래 입구까지 도착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올라가는 길이 가파르다보니 절에서 봉고차로 관광객을 태우고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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