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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진희 쓰고 신영식이 그린 <짱뚱이의 상추쌈 명상>
ⓒ 열림원
<짱뚱이의 상추쌈 명상>-이 책이 수필집인가 요리책인가? 싱싱한 건강식 요리법이 담긴 개성 있는 수필집이라고나 할까!

저자인 동화작가 오진희씨는 <돌배>와 <짱뚱이> 시리즈의 만화가 신영식씨와 한 황토집에서 산다. 두 예술가는 부부다. 그것도 멋진 부부다. 진돗개 두 마리를 기르며 사는 흙냄새 나는 신선한 부부다.

내가 두 분을 소개받은 것은 소설가 김문숙씨를 통해서였다. 그러니까 지난해 2월경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들 부부가 사는 강화도 땅을 밟기로 마음먹었으며 방문을 흔쾌히 허락받았다. 그때 나는 그들 부부의 흙냄새를, 당시 내가 편집주간을 맡고 있던 < Dog's Life >에 이렇게 썼다. (인용문 일부 수정)

인천종합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한 오래 된 시외버스(앞좌석 뒤에는 어느 못된 사람이 껌을 여기저기 붙여 놨다)는, 김포를 지나 강화대교를 건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강화종합버스터미널에 닿는다. 오후 세 시 다 되어 가는 시각.

전화를 걸자 만화가 신영식씨가 받는다. 일러준 대로 200미터를 후진하여 도로 맞은편에 있는 SK마트 앞에서 기다리는데, 마트 건물 옆쪽 민가 앞마당에서 아이들 셋이 훌라후프를 돌리며 “누가 더 잘하나?” 재미있게 놀고 있다. 흙냄새 자욱한 아이들이다.

여자아이 둘, 남자아이 하나. 집의 차림새로 보아서 부잣집은 아니지만 아이들의 표정은 너무도 맑고 밝고 예쁘다. 때 묻지 않은 황토 냄새다. 이제 마중 오실 때쯤 됐겠지 싶어 도로 쪽으로 몸을 돌리자, 신영식씨가 회색 지프차를 몰고 나타나 차창 밖으로 손짓을 한다. 올라타자, 가능한 지점에서 U턴하여 달린다.

“저쪽으로 가도 되지만 해안을 끼고 달리려고 일부러 이쪽으로 가는 겁니다.” 방문자에게 해안도로를 달리며 멋진 풍경을 보여주고 싶은 배려일 것이다. “하하, 개를 너무 좋아하다 보니까…”하고 말문을 연 그는, “전세 살 때 개 때문에 마당 있는 집으로 이사하지 않을 수가 없었죠”하고 사람 좋은 웃음을 보인다.
(중략)

“지금까지 여러 종류의 개를 키워봤지만 진돗개만큼 매력있는 개는 없었어요.”
(중략)

이윽고 강화군 선원면에 있는 전원주택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는 이방인을 발견하고 블랙탄 곰실이(한 살)가 우렁차게 “컹컹” 짖어댄다. 풀어놓고 기르는 곰실이가 짖으면 경계경보, 황토로 지은 전원주택 현관에 묶어놓고 기르는 황토(세 살 다 되어간다)가 짖으면 공습경보. 다행히 황토는 짖지 않는다.
(중략)

“제가 어릴 적에 어머니는 장날 북어 껍데기를 사 와서 된장 풀어 끓여주곤 하셨죠. 북어껍데기가 개한테는 보약이래요. 그런데 요즘은 사료만 먹이고 있잖아요” 오진희씨의 얘기다.

“아이들한테 인스턴트 식품만 먹이는 것과 같네요.”
“식품공해병이죠. 이 병에 한번 걸리면 낫기 힘들어요.” 신영식씨가 말한다.
(중략)

오진희씨가 벽난로에 고구마를 굽는다.
“드세요. 정말 맛있어요.”
오진희씨가 주는 고구마. 정말 그렇다. 너무 맛있다.
(중략)

1966년부터 월간지 <작은 것이 아름답다>(녹색연합 발행)에 연재하기 시작하여 현재까지도 최고 인기를 끌며 연재중인 <짱뚱이의 고향이야기>는 짱뚱이(오진희씨의 어릴 때 모습이 모델) 등의 어린이 표정을 살린 명랑만화 캐릭터와 어른과 진돗개의 표정을 살린 극화 캐릭터가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장르의 실험정신을 보여주는 성공작으로 평가할 수 있다.
(중략)

저녁식사 대접까지 받고 막차 시각이 임박하여 터미널에 다다라 시외버스에 오르니, 마침 새 차다. 인천으로 달리는 시외버스 안에서 문득 바지를 보니, 몸에 좋은 황토가 기분 좋도록 묻어 있다.


<짱뚱이의 상추쌈 명상>(2006년 8월 11일 열림원 펴냄)을 보자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도심지(都心地)에서 황토를 만난 것처럼 기분 좋았다. 오진희씨가 푸른 상추를 들고 있는 모습이 아주 정겹다. <짱뚱이> 시리즈는 꽤 많지만 오진희씨의 사진이 앞표지에 들어가 있는 건 처음이다.

그녀는 책 속에다 ‘예전에는 가난한 사람이 쌀보다 시래기나 풀을 많이 먹으니 똥이 너무 거칠어서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하다는 말이 있었는데, 지금은 껍데기 훌렁 다 벗겨낸 쌀이나 밀가루 음식에 고기만 기름지게 먹으니 변비가 걸려서 똥구멍이 찢어진단다’라고 썼다.

<짱뚱이의 상추쌈 명상>은 386세대의 어린 시절 고향 냄새가 풀풀 나는 책이다. 흙냄새 나는 짱뚱이 오진희씨의 다채롭고 순수한 요리 이야기가 신선한 만화를 보듯 재미있게 가득 담겨 있다. 남편 신영식씨의 삽화는 잊혀져 가는 우리의 농촌 풍경을 회상하고 곱씹게 해준다.

<짱뚱이의 상추쌈 명상>. 한마디로 ‘아름다운 책’이다. 황토 냄새 짙게 나는 책이다. 어른들은 물론 중고생들도 직접 읽으면 좋겠고, 초등학생들에게는 어머니나 아버지가 천천히 읽어주어도 좋을 책이다.

짱뚱이의 상추쌈 명상

오진희 지음, 신영식 그림, 열림원(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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