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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와 차향이 배인 현수막
산사와 차향이 배인 현수막 ⓒ 허선행

끌고 밀며 가파른 길을 오르다
끌고 밀며 가파른 길을 오르다 ⓒ 허선행
열시쯤 도착한 오서산 입구 주차장은 여느 산과 다름없이 알록달록 하게 차려입은 등산객들로 북적댑니다. 산을 오르는 길에는 민가와 텃밭도 보였습니다. 한창 추수를 하느라 도리깨질을 하는 모습을 보니 돌아가신 할아버님 생각이 문득 납니다. 깨와 콩 등 가을걷이에 여념 없는 농가를 지나기가 공연히 죄스럽습니다.

그곳은 생강이 많이 나오는 곳인가 봅니다. 생강이 밭에 심어져 있는 모양을 처음 보았습니다. 보기에도 싱싱한 생강을 가는 길에 꼭 사가야겠다며 유심히 생강 밭을 살펴보았습니다.

소나무향에 취해 초입의 가파른 길도 힘든 줄 모르며 걷고 있는데, 벌써부터 땀이 비 오듯 한다며 쉬어 가자는 제안을 해 옵니다. 배낭이 무거웠는데 잘 되었다 싶어 떡과 과일을 꺼냈습니다. 몇 발짝 오지도 않았는데 먹을 것부터 내놓는 모양이 우스꽝스럽긴 했지만 짐을 줄이려는 꾀라며 엄살을 부려 봤습니다

막 일어서려는데 '후두둑 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졌습니다. 모처럼의 산행이 비마중이 될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비는 잠시 후에 잦아들었습니다. 비 때문에 여럿이 그냥 내려가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하지만 우리 일행 중 몇 명은 그대로 산을 오르기로 하고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산사와 색이 연한 나뭇잎이 어우러진 모습에 환호성이 절로 나왔습니다. 빨갛고 노란 원색의 나뭇잎 보다 아직 물이 덜 든 연한 파스텔 톤 잎이 더 눈길을 끕니다.

억새는 먼 빛으로만 보고
억새는 먼 빛으로만 보고 ⓒ 허선행
이곳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면 정상
이곳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면 정상 ⓒ 허선행
작고 아담한 산사를 뒤로하고 억새풀을 향해 부지런히 산을 올랐습니다. 얼마나 갔을까? 우리가 모이기로 한 열두 시 오십 분에 도착하기 위해 쉬엄쉬엄 가는 일이란 허락되지 않습니다.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올라야 한다며 내려오는 분에게 자꾸만 얼마나 남았냐고 물어 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어떤 분은 “아직도 멀었습니다. 앞으로 두 시간 가셔야 합니다”또 어떤 분은 “ 다 오셨습니다. 오 분만 가면됩니다”라고 합니다. 보통은 조금만 더 가면 된다는 말에 위안을 삼게 되는데 두 시간과 오 분으로 많은 차이가 나니 웃음이 납니다. 우린 그저 ‘아직도 멀었구나’로 감을 잡았습니다. 상당히 가파른 길인데 어린아이를 업은 젊은 부부의 모습도 보이고 다정한 연인의 힘들다며 투정하는 다정한 모습도 보입니다.

서로를 끌고 밀며 평탄한 길에 다다랐습니다. 내 삶도 마찬가지로 가파른 길 올라서 밋밋한 이 길이 현재의 내 위치로 여겨졌습니다. 억새를 향해 걷다보니 우리 동호회 선발대가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출발 전 맨 앞에 오른 분이 내려오면 다함께 내려오기로 약속했었는데, 차마 억새를 눈앞에 두고 그냥 내려오지는 못하겠습니다. 그냥은 억울해서 못 내려간다며 억새풀을 한 번 만져 보기라도 해야겠다고 말리는 분을 뒤로하고 서둘러 앞으로 갔습니다.

손에 잡힐 것 같지만 족히 삼십분은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우린 “우리가 서 있는 이곳이 정상이다”며 내려 와야 했습니다. 먼 빛으로 보이는 억새의 바람결에 춤추는 모습을 남겨두고 오는 아쉬움도 잠시 뛰다시피 내려와 길가에 나란히 앉아 농산물을 판매하는 곳에 다다랐습니다.

갈 때부터 살펴 둔 생강을 샀습니다. 화분에 심어 두면 오랫동안 보관 할 수 있다고 하니, 한동안 오서산 생각을 하게 되겠지요. 벌서부터 알싸한 생강차 향이 코 끝에 닿는 듯 했습니다.

물이 덜 들어 더 예쁜 나뭇잎을 만지는 동호회 부부
물이 덜 들어 더 예쁜 나뭇잎을 만지는 동호회 부부 ⓒ 허선행

어시장의 활기찬 모습
어시장의 활기찬 모습 ⓒ 허선행
오는 길에 들른 젓갈 판매장은 (광천의 젓갈이 유명한 곳인 줄은 알았지만) 얼마나 많은 종류의 젓갈이 있는지 깨우쳐 준 곳이었습니다. 젓갈의 맛에 빠져 짠 줄도 모르고 서로 맛보라며 입에 넣어 주는 우리네 인심 또한 맛보았습니다. 점심으로 회를 먹으러 가는 길목은 건어물을 파는 상인들의 판매전이 치열했습니다. 맛보기로 입에 넣어 주는 구운 쥐치포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우리가 사는 충북에서 가장 가깝고 오기 쉬운 곳이 대천입니다. 그래서 대천을 여러 번 와 보았지만 사십 여명이 함께 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니 잔칫집 같습니다. 점심 후에 찾은 어시장의 활기찬 모습에서도 생기를 되찾았습니다. 이제 다시 일상의 시작입니다. 우리 동호회원들도 각자의 일터에서 충전 된 에너지를 쏟고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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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부터 시작되는 일상생활의 소소한 이야기로부터, 현직 유치원 원장으로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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