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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김의 편지' 사이트 모습.
'로버트 김의 편지' 사이트 모습. ⓒ 로버트 김의 편지
오는 6일 10년만에 고국 땅을 밟게 되는 로버트 김(65·한국명 김채곤)씨가 앞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한국의 국민들과 편지를 통해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나누게 된다.

로버트 김씨는 '로버트 김의 편지(letter from Robert Kim)'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문을 연 인터넷 홈페이지(www.robertkim.or.kr)를 통해 그간 자신을 성원해 준 고국의 국민들에게 가슴에 담아온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풀어놓는 것으로 석방 후 한국에서의 첫 번째 활동을 시작한다.

로버트 김씨는 이 사이트에서 '편지 받아보기'를 신청한 회원들에게 앞으로 매주 한 차례씩 직접 쓴 편지를 메일로 발송한다. 그와 서신을 주고받기 원하는 사람들은 이 사이트에 접속, 자신의 이메일 주소를 등록하면 된다.

'로버트 김의 편지' 사이트는 지난해 활동을 마감한 후원회 사이트를 활용하여 꾸며졌다. 로버트 김에 대한 소개와 사건 개요, 로버트 김의 편지를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친구에게 전달하기', 그에게 보내는 '응원 메시지쓰기', 건강한 사회참여를 위한 '후원하기'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로버트 김씨는 앞으로 이 편지를 통해 미국에서 40년 동안 거주하면서 보고 느낀 일들, 보통 사람으로서는 상상하지 못할 8년 수감생활의 경험, 그리고 미국 주류사회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터득한 진실 등 많은 이야기들을 담아내게 된다.

또 그가 남은 생애 동안 하고 싶어 하는 청소년 교육사업의 밑그림과 민주시민으로서의 올바른 의식함양, 조국애 등 세대를 넘어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내용들이 편지지에 담길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이러한 편지 나누기는 로버트 김 본인이 직접 아이디어를 냈다. 본격적인 활동을 위해서는 좀 더 사회적응의 시간이 필요하고, 예순여섯의 연령을 고려할 때 자신의 경험과 전문성을 활용해서 할 수 있는 일이 편지 쓰기라는 판단에서다.

또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로버트 김씨가 한국의 국민들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소박하게 자신의 꿈을 실현해 갈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유용한 방법이 편지를 쓰는 것이라는 생각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로버트 김씨는 1일 첫 편지에 앞서 보낸 인사말에서 "여러분은 끝없는 사랑과 지원으로 제 인생의 싹을 띄워 주셨다"며 국민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이제는 제 스스로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뻗어 열매를 맺을 차례"라며 새롭게 펼쳐질 앞날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김씨는 "제가 가진 거라곤 부족하나마 미국에서 생활하며 얻은 인생과 사회 경험, 그리고 우리 민족, 우리 청소년을 사랑하는 정열"이라며 "국제화 사회에서 국경의 개념 없이 많은 활동이 이뤄지고 있고, 올바른 국제화 감각과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을 가진 젊은이들의 활약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예순여섯에 시작하는 제2의 인생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많은 생각을 했다"며 현실적 고뇌를 밝히고 "세계의 중심이라는 미국의 정부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쌓은 경험과 깨달음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면서 조국 발전을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다"고 희망했다.

로버트 김 고국방문 지원모임 간사로 봉사하고 있는 이웅진씨는 "국민들로부터 받은 사랑을 다시 돌려주고 싶어 하는 그의 꾸밈없는 마음"이라며 "그가 오랜 기다림과 준비 끝에 시작하는 이 일에 많은 관심을 성원을 부탁한다"고 참여를 당부했다.

이 모임의 관계자들도 "이 공간은 로버트 김이 한국의 회원들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대화를 나누고 교감하는 장이 될 것"이라면서 "진정한 원로가 없는 우리 사회에서 로버트 김의 편지는 국민들에게 편지 몇 줄 이상의 감동과 교훈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로버트 김씨 본인도 "이곳은 저 혼자만의 무대가 아닌 우리가 함께 만나고, 대화하고, 가꿔가는 공간"이라며 "더 밝고 나은 사회를 생각하는 분들이라면 언제든 오셔서 저와 함께 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초청했다.

"손으로 꼽을 정도로 가까워지니 마음이 붕 떠있는 것 같아"
고국 방문 엿새 남기고 보낸 로버트 김의 첫 편지

▲ 로버트 김 이미지
로버트 김씨는 2일자로 한국의 회원들에게 첫 편지를 발송했다. 그는 이 편지에서 가택연금으로 풀려나 7년여만에 집으로 돌아오던 지난해 초를 회상하며 고국 방문을 앞둔 현재의 기분을 "마음이 붕 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설레어 했다.

그는 "편지를 통해 여러분을 자주 찾아 뵙고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며 "한국의 청소년은 물론, 그들의 부모님과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그의 첫 편지 전문을 옮겨본다.

안녕하십니까.
로버트 김입니다.

이제 고국에서 여러분들을 뵙기까지 꼭 6일 남았습니다. 막연하게 기다리다가 손으로 꼽을 정도로 가까워지다 보니 마음이 붕 떠있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은 옛말이고, 요즘엔 변화의 속도가 하도 빨라 1년이 10년 같습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본 대한민국이 10년 전이니, 어떤 모습으로 절 반겨줄지 상상하기가 힘듭니다.

제가 사는 이곳 버지니아는 수도 워싱턴이 인근이라 미국의 심장부와 같은 곳인데도 서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담합니다.

문득 2004년 초, 가택연금으로 집에 머물 수 있게 되어 7년 반만에 돌아오던 때가 생각납니다. 제가 집을 떠나있는 동안 없던 길이 생기고, 건물과 집들이 들어서는 바람에 30년이나 살았던 곳인데도 그만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

10년만에 돌아가는 조국, 출발을 기다리는 제 마음은 설레기만 합니다. 오랫동안 기다려주신 동포들이 계셔서 길을 잃을 염려도 없겠지요.

이번에 저는 집사람과 동행하게 됩니다. 저는 만나뵐 분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를 생각하고 있는데, 집사람은 어떤 옷을 가져가야 하는지, 그 옷이 혹 유행에 뒤떨어진 건 아닐지, 고심하면서 옷가방을 싸고 있습니다.

이제 "로버트김의 편지"를 통해 여러분을 자주 찾아 뵙고 대화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청소년은 물론이고 그들의 부모님과도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의 특별한 사회경험과 미국생활 경험을 함께 나누고, 앞으로 우리나라 발전에 이바지하게 될 젊은이들과의 만남은 제게 소중하고 특별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 정리 김범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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