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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8일 2차 공판을 앞두고 애써 환하게 웃는 권오일 교감
ⓒ 임정훈
재단 비리로 7년 간의 진통을 겪은 뒤, 지난 2003년 정상화의 길을 찾은 평택 에바다 학교 권오일 교감이 학교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수원지법 평택지청은 지난 7월 8일 권 교감에게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야간, 공동상해)죄'를 적용, 징역 8월에 집행유예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오는 8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릴 마지막 심리 공판에서 이대로 형량이 확정된다면 권 교감은 교직을 떠나야 한다.

권 교감은 에바다 정상화 과정에서 구 재단과 경찰로부터 여러 차례 고소를 당한 바 있는데, 이번 사건도 그 과정에서 벌어졌다. 지난 2003년 5월 28일, 법원으로부터 출입금지가처분을 받은 비리 당사자들이 에바다 학교를 불법 점거하자, 권 교감을 비롯한 교사들이 진입을 시도하였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권 교감에게 '주거침입, 폭행, 경찰에 대한 명예 훼손' 등의 명목으로 혐의를 둔 것이다.

▲ 교사와 학생들이 학교 텃밭에 가꾼 땅콩을 수확하던 날
ⓒ 임정훈
이에 대해 권 교감은 "교사가 학교에 들어가는 것은 식구들이 집에 들어가는 것과 같은데 '주거침입'이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폭행'은 오히려 상대 쪽에서 저지른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찰의 부당한 업무 집행에 대한 형평성의 문제를 제기하였다.

2차 심리 공판을 앞두고 전교조 에바다분회(분회장 신연실)를 중심으로 권 교감을 구명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미 에바다 학교 교사와 학생들은 모두 탄원서를 작성한 상태이며, 지역의 교사들도 권 교감을 구명하기 위한 탄원서 서명운동에 동참하고 나섰다.

▲ 권 교감의 구명을 호소하는 탄원서
ⓒ 임정훈
평택 ㅎ고 ㅈ교사는 "권오일 선생님이 교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면 7년간의 에바다 싸움은 결국 이기고도 지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제대로 된 학교를 만들어보자고 고생한 사람에게 죄를 묻는다는 건 사형 선고나 다름없다. 고생 끝에 꿈을 이루어 실천해 가고 있는데 이런 날벼락이 어디 있느냐"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또한 에바다 학교 고등부의 ㅁ학생은 "왜 권오일 선생님이 벌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분은 우리에게 희망을 찾아 준 분이다. 상은 주지 못할망정 벌이라니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 있느냐"며 울먹거렸다.

권 교감은 이러한 분위기에 대해 "염려해 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라며 "판사님께서 여러 정황을 잘 살피셔서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시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낡은 교사(校舍) 때문에 현재 인근 지역의 복지관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에바다 학교는 내년쯤이면 새로 지은 학교 건물에서 생활을 할 수 있게 된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탄원서 서명운동이 내년에 새로 지은 교사에서 권 교감을 다시 볼 수 있을 것인가를 결정하는데 얼마나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오는 8일 이후의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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