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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침개 재료와 다듬는 모습
부침개 재료와 다듬는 모습 ⓒ 김현
말이 특별 요리지 실제론 특별한 건 아닙니다. 내가 만들 특별 요리는 온갖 신선한 야채를 넣어 만들 전(부침개)입니다. 난 그 특별 요리를 만들기 위해 깻잎. 표고버섯. 양파. 감자. 고구마. 당근. 팽이버섯. 실파를 냉장고에서 꺼내 씻고 적당한 크기로 잘라 부침개를 만들 준비를 합니다. 씻고 칼질하고 하는 것은 내 몫이지만 남편이 조금은 못미더웠는지 어느 새 왔는지 뒤에서 아내가 이것저것 알려줍니다.

"당신, 제대로 하려나 모르겠네."
"무슨 소리? 당신 나 의심하는 거야. 자취 경력 10년이 넘는다구. 이것은 당신과 아이들을 위한 최고의 요리가 될 테니 기대해 보라구."
"피∼. 기대해 볼 게. 근데 양파를 그렇게 두껍게 자르면 어떻게 해. 얇게 해야지. " 하고 깻잎은 듬성하게 자르면 돼."
“이 사람아 걱정하지 말고 가서 누워있기나 하셔. 여기 일은 내가 알아서 할테니. 자취 10년이 넘는다니까 그래."

말은 자신만만하게 했지만 솔직히 조금은 염려도 됩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아이들에게 그리고 아프다는 아내에게 특별 요리를 해준다고 큰 소리 떵떵 쳤으니 끝까지 해봐야지요.

야채를 적당한 크기로 자른 다음 반죽할 통에 온갖 야채를 넣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밀가루를 적당히 부은 다음 물을 일곱 컵 정도 부어 반죽을 하기 시작합니다. 손으로 반죽을 하고 있는데 그 모양이 어설펐는지 아내가 가지 않고 "그렇게 하면 밀가루 안 풀어진다고. 팍팍해도 되니까 힘차게 해"하며 훈수를 합니다. 뒤에서 훈수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아픈 사람 같지가 않습니다. 속으로 "안 아프면 자기가 하지" 중얼거리지만 어찌 그럴 수 있나요.

반죽을 하면서 계속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게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부침개를 만들려고 하는데 정말 필요한 오징어가 빠진 것입니다. 미리 냉장고에서 꺼내놓아야 하는데 갑자기 만들다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그래서 오늘 만드는 부침개는 해물이 빠진 오리지널 야채 부침개입니다.

반죽하는 손과 반죽이 다 된 상태의 모습
반죽하는 손과 반죽이 다 된 상태의 모습 ⓒ 김현
그래도 농약 하나 치지 않은 진짜 웰빙 야채로 만든 부침개 맛이 어디 가겠습니까. 반죽을 하는데 야채의 싱싱함과 밀가루의 부드러운 촉감이 손끝을 타고 온 몸에 전해져 옵니다. 딸아이가 다가와서 "아빠, 나도 해 볼래" 하며 자기도 해보겠다고 하는 걸 부침개 부칠 때나 하라 하고 말렸습니다.

반죽을 잘 해야 부침개 맛을 제대로 낼 수 있답니다. 대충 하다보면 밀가루가 풀어지지 않은 채 깻잎 같은데 붙어 있으면 제대로 익지도 않기 때문이죠. 드디어 반죽이 다 끝났습니다.

가서 누워 있으라던 아내는 남편이 아직도 못 미더웠는지 식탁 의자에 앉아 있다가 어느 새 프라이팬을 가스 불 위해 잽싸게 올려놓고 들기름을 사알짝 칩니다. 우리 집에선 식용유를 사용하지 않고 시골에서 갖다 먹는 들기름으로 계란 프라이나 부침개를 부치곤 합니다. 일반 식용유에 비해 들기름으로 전을 부치면 그 고소한 맛이 훨씬 더 합니다.

"당신 괜찮아. 가서 누워 있으라니까."
"좀 나아졌어. 자기가 부침개 해 준다고 해서 그런가 봐."
"하하. 근데 누가 자기 해준데, 아이들 해준다고 했지."

아내가 아닌 아이들을 위해 해준다는 말에 아내가 입은 삐죽했지만 기분은 좋은 표정입니다. 내 마음을 다 안다나요.

부침개를 부치고 있는 딸아이
부침개를 부치고 있는 딸아이 ⓒ 김현
프라이팬 위에서 자근자근 노릿노릿 익어 가는 부침개를 바라보고 있으니 괜히 어깨가 으쓱합니다. 오늘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뭔가 했다는 기분 때문일 것입니다. 딸아이가 와서 부침개를 부치는 것을 해보겠다며 컴퓨터를 하다말고 쪼르르 달려옵니다. 아들 녀석은 컴퓨터 삼매경에 빠져 있어 부침개를 부치던 말든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딸아이는 부엌에서 하는 일들을 무척 좋아합니다. 그래서 엄마 대신 설거지도 종종 하곤 합니다. 부침개 부치는 모습도 제법입니다. 재미있냐고 물으니, "응 재미있어"하고 대답합니다.

완선된 작품과 시식하고 있는 아이
완선된 작품과 시식하고 있는 아이 ⓒ 김현
드디어 기다리던 야채만의 부침개가 탄생했습니다. 먼저 아내에게 먹어보라고 한 입 떼어주고 품평을 기다립니다.

"맛 어때?"
"…으음. 맛있어. 정말."
"딸, 넌 어때?"

딸아이도 먹어 보더니 맛있다고 하며 간장을 달라고 합니다. 부침개는 간장을 찍어 먹어야 한다나요. 먹을 때가 되니 아들 녀석도 쪼르르 달려와 먹습니다. 두 아이가 금세 두 개를 먹어 치웁니다. 아내와 아이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오늘 제 요리는 성공한 거겠죠. 암튼 이날 우리 집 저녁은 해물 빠진 웰빙 야채 부침개로 푸짐하게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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