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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 몇 포기 경고문 옆엔 배추를 다듬은 쓰레기인 듯한 배춧잎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는데 이웃밭에 김씨는 이렇게 말했다. "이집 주인이 농사를 잘 지어 이 근방에서 배추가 제일 좋았는데, 엊그제 밤에 누가 배추와 무를 많이 뽑아 가버렸다. 이러다 김장도 못하고 다 뺏기는 거 아닌가싶어 급히 포기도 덜 찬 나머지 배추, 무를 뽑아 김장을 해버렸다고 한다."
아울러 김씨는 "해마다 일정량의 호박이나 배추, 무 등 손실이 있는데 올해는 배추 값이 비싸다보니 더 심해진 것 같다"고 씁쓸해 했다.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범죄자들은 자기가 범죄를 행한 곳을 꼭 다시 한번 가본다는. 그 외상(?)으로 배추 무 가져간 사람이 지나다 이 팻말을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3대안에 양상군자(梁上君子, 들보 위의 군자라는 뜻으로 도둑을 가리키는 말)가 나타나지 않도록 무, 배추 값 5만원을 꼭 갚길 바란다. 그래서 밭에 이런 팻말들도 점점 없어지길 바란다.
마지막 팻말을 찍고 돌아오는 길, 오래 전부터 붙어있다 찢겨진 커다란 포스터가 그래도 웃음 짓게 만든다. '독도를 사랑합니다'
그래요, 독도를 사랑하는 농부들이 피땀 흘려 가꾸어 놓은 농작물에 절대 손대지 않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밭을 지날 때마다 꼭 만원짜리 한장을 넣어갑니다. 무 밭을 지날 땐 저도 자꾸 무 하나 뽑아 벗겨 먹고 싶어 집니다. 그리고 우리밭이 아니란 걸 알게 되지요. 그래서 그때그때 푸성귀나, 토마토, 상추 등을 밭에서 직접 사가지고 오려고 돈을 가지고 다닙니다. 오늘은 노지에 자라는 붉은 꽃상추를 한봉지 직접 뜯어 왔습니다. 2000원이에요. 하루종일 상추쌈 싸먹느라 입이 아프지만 참 잘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