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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건 무엇이든 좋아하는 여름이. 아이스크림 하나면 하루 종일 행복해합니다.
차가운 건 무엇이든 좋아하는 여름이. 아이스크림 하나면 하루 종일 행복해합니다. ⓒ 김미영

여름이가 좋아하는 또 한가지 '사탕'. 사탕달라고 떼쓰면 그것도 장난이 아니랍니다.
여름이가 좋아하는 또 한가지 '사탕'. 사탕달라고 떼쓰면 그것도 장난이 아니랍니다. ⓒ 김미영

떼쓰지 않으면 이렇게 얌전하고 착한데 말입니다. ^^
떼쓰지 않으면 이렇게 얌전하고 착한데 말입니다. ^^ ⓒ 김미영
몇 번은 여름이의 요구대로 문을 열어주기도 했다. 그런데 여름이의 요구는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점점 커져서 이중으로 되어 있는 커다란 베란다 창문을 활짝 다 열어달라기에 이르렀고, 이젠 그것도 모자라 아예 베란다의 바깥 창문까지 열어달라고 한다.

며칠 전 밤에는 어쩔 수 없이 여름이와 '대전쟁'을 치를 수밖에 없었다. 그날도 밤에 여름이를 재울 때는 베란다 창문을 어느 정도 열어주었다. 그리고 여름이가 잠이 들자 늘 그랬던 것처럼 창문을 닫았다. 바람이 차가워서 창문을 열어놓을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잠을 자던 여름이는 아마 조금 답답하기도 하고 덥기도 하고 그랬던 모양이다. 자다 말고 3시가 넘은 새벽에 잠을 깼다. 깨자마자 여름이는 말 그대로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계속해서 창문을 열어 달라고 떼를 쓰면서, 그것으로 부족한지 역시 베란다 바깥의 창문까지 열어 달라고 했다. 아이가 있는 집은 알겠지만, 떼쓰는 아이의 목소리가 좀 큰가. 더구나 새벽 3시를 넘은 그 시간에 있는 대로 소리를 지르며 우는 것이다.

"여름아, 엄마가 창문 열어줬잖아. 저만큼만 열어도 시원한 거야. 시원하지?"
"앙~ 앙~ 창문 열어줘~~!"
"엄마가 문 열었네. 여름이가 한번 봐."
"앙~ 앙~ 더 열어야지~~!"
"여름아, 봐 다 열었잖아. 아직 햇님 안 나왔지? 그러니까 얼른 자야지~."
"저것도 열어주세요~ 앙~ 앙~."
"여름아, 저 창문은 밤에는 못 여는거야. 깜깜해서 엄마 무서워~."

이렇게 한참을 다독였는데도 여름이의 울음은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치기는커녕 울음소리는 더욱더 커지고 있었다. 마음 한 편에서는 그냥 열어줄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여름이는 더워서가 아니라 고집을 피우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습관이기도 했다. 얼마 전부터 좀 고쳐줘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잘됐다 싶었다. 이번 기회에 버릇을 좀 고쳐야겠다고 맘을 먹었다.

처음엔 이렇게 차근차근 설명을 해주려 하고 목소리도 크게 내지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난 조금씩 이성을 잃어가고 있었다. 여름이에게 이야기를 하는 내 목소리가 조금씩 커져가고 있었다. 옆에서 함께 여름이를 달래던 남편이 눈짓을 하며 나에게 목소리를 낮추라고 했다. 그런데도 난 계속 큰소리로 여름이를 꾸짖게 되었다.

"엄마 눈 똑바로 보세요! 엄마가 창문 열면 춥다고 했어, 안했어? 창문 열어야겠어, 안 열어야겠어? 뚝 그쳐! 여름이 때문에 다른 사람들 잠 못 자겠네! 이 녀석, 안되겠다. 여름이 회초리로 손바닥 맞을래?"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회초리로 준비해 둔 등긁기를 꺼내와 여름이 손바닥을 두어 대 때려주었다. 더 큰소리로 울던 여름이가 그제서야 "엄마 다시는 안 그럴게요"하며 울음을 조금씩 그쳤다. 한 시간 가량을 그렇게 여름이와 한바탕 전쟁을 치렀지만 마음이 영 편치 않았다. 나는 여름이가 진심으로 자신의 행동을 잘못했다고 느낀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제 세 돌도 되지 않은 아이가 알면 뭘 얼마나 알겠는가.

다음날 아침 남편은 출근한 나에게 전화를 했다. 그리고 여름이를 때리지 말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나 역시 여름이를 때리고 나서 마음이 불편했다. 그것이 내가 아이를 키우면서 허용했던 것인지 아닌지부터 시작해서 머리가 너무 복잡했다.

그리고 세게 때리지도 않았지만, 마음은 또 얼마나 아프던지 말이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정말 '산 너머 산'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를 이렇게 키워주신 부모님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부모님들이 참 위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젯밤에 여름이는 역시 창문을 열어달라고 했다. 그런데 그전처럼 다 열어달라고 떼를 쓰지는 않았다. "엄마, 창문은 조금만 열어 놓는 거지요?"하고 말하며 조금 열어놓은 창문에 만족해 했다. 나는 이런 여름이의 변화가 마냥 기쁘게만 생각되지 않는다. 지금도 나의 체벌(?)이 잘 한 것인지 잘 못한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처음 아이가 생겼을 때 절대로 아이를 때리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더랬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흘렀을 때는 마음이 조금 바뀌어 손바닥 정도는 때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여름이의 손바닥을 때려보니 그것도 못 할 일이란 생각이 듭니다. 부모가 된다는 것이 정말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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