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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모간의 <그곳에선 나 혼자만 이상한 사람이었다>
말로 모간의 <그곳에선 나 혼자만 이상한 사람이었다> ⓒ 정신세계사
2년 전 경기도 포천 일동에 있는 ‘운악산’에 올랐었다. 어렵게 올라간 그 산에서 낡은 텐트 몇 동을 보았다. 여름이라면 산에 놀러온 누군가가 텐트 치고 있구나, 할 수 있었지만 날씨는 꽤 쌀쌀한, 지금과 같은 늦가을이라 놀러 온 사람의 텐트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노숙을 하는 사람들일까란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그것도 아닌 것 같았다. 파봐야 흙 밖에 나올 것 없는 산에서 살 이유가 없었다. 그들이 도 닦는 사람일 것이란 결론을 내렸다.

텐트의 주인이 내 생각처럼 도를 닦는 사람이라면 이들은 분명 우리 사회에서는 이방인이었다. 우리사회는 깨달음이나 도, 이런 걸 중요시 하는 사회가 아니라 경제적 풍요를 지향하는 자본주의 사회인 것이다. 잘사는 것이 좋은 것이라는, 모두들 개미처럼 부지런히 일해야 한다는, 이런 가치관인 지배적인 사회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살기 위해서 아등바등 일하고 있는데, 산 중으로 숨어들어가 도를 닦고 있는 이들은 괴짜가 분명했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물질지상주의 가치관을 잘 따르는 대부분의 사람이 비정상인이 되고, 산중에서 만난 이들 도인 같은 사람들이 정상인이 되는 사회가 있었다. 이 사회에서는 모두가 정신적인 삶을 추구하기에 물질을 탐하는 우리는 무탄트(돌연변이)가 되고, 이상한 사람이 되어야 했다.

<그곳에선 나 혼자만 이상한 사람이었다>(정신세계사)는, 미국인 여의사 말로 모간이 호주로 건너가 호주 내륙을 무대로 생활하고 있는 호주원주민 ‘참사람 부족’과 함께 사막을 4개월간 여행하면서 보고 듣고 깨닫고 배운 걸 기록한 책이다. 명상서적 전문 번역가 류시화씨가 우리말로 옮겼다.

호주 내륙 사막을 무대로 생활하는 참사람 부족은 텔레파시로 의사를 전달하고, 뱀이나 파리의 알도 먹을 수 있고, 다리가 부러진 사람도 하루 만에 고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었다. 문명사회에 속한 우리의 상식으로서는 믿을 수가 없는 얘기들이었다.

또한 이들은 마땅한 집도 소유하지 않고, 그날 먹을 음식은 그날 구해서 먹고, 또 구하지 못하면 굶으면서도 행복해하는 사람이었다. 한 마디로 소유와 집착을 떠난 사람이었다. 산중에서 만난 도인들과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차이점은 참사람 부족이 속한 사회에서는 모두들 이렇게 하기에 이런 삶의 방식이 상식적이라는 것이다.

믿음이 '기적'을 만들어내다

문명인이 과학을 발달시켜 오는 동안 참사람 부족은 직관을 키우면서 살아 왔다. 특히 병을 치료하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우리가 많이 말하고 있는 ‘마인드컨트롤’하고 약간 비슷하였다. ‘돌수집가’라는 이름을 가진 원주민이 바위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졌었는데 이 남자는 하루 만에 다리가 완전히 나아서 걸어 다닐 수가 있게 됐다. 예수님이 일으킨 기적에 버금가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들의 치료과정을 보면 정말 간단했다.

먼저 주술사가 상처는 건드리지 않고 손을 아래위로 움직였다. 이 동작은 뼈가 원래의 건강했던 상태를 기억하고 돌아가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노래를 부르고 기도를 하고 주술적인 행위를 하였다. 물론 다친 사람도 주술사나 치료사와 함께 자신의 뼈는 원래대로 돌아간다는 믿음을 갖고 그 메시지를 계속 뼈에게 보냈다.

이렇게 해서 나았다면, 우리의 관점에서는 확실히 기적이고, 믿을 수가 없는 일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능의 1할 밖에 쓰지 못하고 있는 우리가 믿지 못한다하여 사실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다. 왜냐면 자신을 자연의 일부로 생각하였던, 단순하고 순수했던 고대인들은 비가 오지 않을 때는 하늘을 향해 간절하게 비를 뿌려 달라고 기도하면 비가 내렸었다. 왜냐면 그들에게는 ‘설마 비가 내릴까, 이렇게 기도해도 안 내릴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의심이 하나도 없었다. 기도를 하면 비가 내린다는 믿음이 확고했기에 이런 종류의 기적이 일어날 수가 있는 것이다.

중요한 건 ‘믿음’이었다. 삶에서 ‘믿음’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이 책은 일러주고 있었다. 믿음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믿음은, 세상은 나에게 우호적이라는 믿음이라고 이 책은 강조했다. 이들 원주민은 모든 존재는 나에게 이로운 존재고, 내가 맞닥뜨린 세상은 나에게 우호적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이런 믿음은 우리가 끔찍하게 생각하는 파리에게도 해당됐다.

당신은 덤불 파리가 해롭고 나쁜 존재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 결과 당신한테는 그것들이 해롭고 나쁜 존재들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당신의 이해와 지혜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파리는 실제로는 꼭 필요하고 이로운 생물입니다. 파리는 우리의 귓속으로 기어들어가 우리가 밤에 잠자는 동안 귓속에 들어간 모래와 귀지를 없애 줍니다. 우리 청각이 완벽한 걸 아시지요? 그래서 그렇습니다.(99페이지)

사막에서는 덤불 파리가 수만 마리씩 몰려다니는데, 이들 파리가 몰려와서는 순식간에 사람의 몸을 틈 하나 남기지 않고 덮어버린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눈을 간지럽게 하고 콧속으로 기어들어가고, 귓속에서 돌아다니는 파리 때문에 거의 미칠 지경이 돼버린다. 허나 파리는 결코 해로운 존재가 아니라 자신에게 지금 이로운 일을 하고 있다고 마음을 그렇게 먹고 파리에게 몸을 맡겨버리면 그 순간이 그런 고통의 순간이 아니라 미용사가 머리를 손질할 때의 그런 느낌일 뿐이라고 저자는 말했다. 중요한 건 대상에 대한 믿음이었다.

우리 문명인이 이성을 발전시켜오는 동안 이들 참사람 부족은 직관을 계속 키워왔다. 그래서 참사람 부족의 생활방식이 생소하고 낯설기도 했다. 문명사 몇 천 년을 고스란히 땅에 묻어버리고 그 옛날로 돌아간 것 같은 인상을 주었다. 물질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정신면에서도 현대인 보다는 고대인의 의식에 더 가까운 것 같은 참사람 부족.

중요한 건 이들이 행복하다는 것이다. 고도로 발달한 문명과 이성을 발달시켜온 우리보다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이들이 훨씬 행복해 보이는 것은, 물질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게 그리 큰 것은 아니라는 뜻이라고, 물질 때문에 더 중요한 것을 잃고 살아가는 지도 모른다는 뜻으로 이해했다.

무탄트 메시지

말로 모간 지음, 류시화 옮김, 정신세계사(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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