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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덕규 편저 <중국 역사 이야기> 1권 앞표지
ⓒ 일송북
방대한 중국의 역사가 아담한 책으로 만들어져 나왔다. <(온 가족이 함께 읽는) 중국 역사 이야기>(2005년 11월 1일 일송북 펴냄). 먼저 5권 분량이 나왔는데, 낱권은 아담하지만 모두 14권이 나올 예정이라고 하니 그 분량을 모두 더하면 만만치 않은 무게일 터. 박덕규 교수(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가 편저했다.

박덕규 교수의 필력, 중국 역사를 만나다

문인 중에는 소설이면 소설, 시면 시, 오로지 한 우물만 파서 빛을 내는 문인들이 많다. 또는 대학 강단에 서면 집필이 줄어드는 일이 많다고 하는데, 박덕규 교수는 바로 그러한 고정관념을 깨뜨려 버렸다. 교수로 재직 중이면서 14권의 분량 가운데 5권을 내놓았으니 (작가 고유의 창작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필력이 참으로 무섭다.

나는 '중국의 역사'와 아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중국의 후손이라거나 중국 여행을 오래 한 사람이라는 뜻이 아니라, 지금으로부터 18년 전인 1987년에 중국계 일본 작가인 진순신의 <중국의 역사>(전15권)를 번역 출간할 때 출판사의 편집장을 맡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글 번역판 제목은 <6000년의 야망>이었고, (내가 출판사를 그만둔 이후) 출판사 사장이 작고하고 얼마 뒤에는 다른 출판사에서 판권을 사들였는지 내용은 그대로인데 제목만 원서 그대로인 <중국의 역사>로 내놓았었다.

지금은 모두 절판 상태. 사실 나는 그때부터 <중국의 역사>를 통틀어서 소설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었다. 그런데 시간과 열의(熱意)와 기회가 근 20년 동안 찾아와 주지 않았다.

그런데 <중국 역사 이야기>를 준비 중이라는 일송북 사장의 말을 듣고, "그것 참 좋은 기획입니다"라고 말하고는 작가가 누구인지 묻지 않았었다. 궁금한 대로 있는 것이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책을 보고 나는 머릿속에서 무릎을 탁 쳤다. 꽤 오래 전에 어느 출판기념회에서 만난 뒤 만나보지 못했던 박덕규 교수였기 때문이다.

그는 시면 시, 소설이면 소설, 문학평론이면 문학평론, 교수면 교수, 어느 장르에서건 논평의 가치가 있는 저서를 내놓은 팔방미인이다. 현재 48세인 그는 경희대 국문과 시절인 23세 때 <시운동> 활동을 벌인 장본인 중의 한 사람이요, 2년 뒤에는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아예 문학평론가로 등단하였고, 37세에는 문예지 <상상>을 통하여 소설가로 데뷔하였다. 그러고 세 장르 모두 저서를 내놓았다.

한국인이 중국 역사를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해

저자의 말을 빌리면 이 책은 '중국 역사를 한국 사람들이 재미있게 읽고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로 엮은 것'이다. <손자병법> <삼국지> <수호지> <초한지> 같은 책을 읽어가며 그 시대 역사의 재미를 만끽하고 또 연도에 맞게 역사를 연결시키는 것도 중국 역사를 이해하는 독법(讀法)이지만, 이렇게 <중국 역사 이야기>처럼 한 흐름으로 읽어나가는 방법도 있다.

이 분량 많은 책은 대하소설이 아니다. 역사서다. 하지만 행간에는 대하(大河)가 흐르고 있다. 대하 역사서라 하면 어떨까.

그런데 왜 편저인가? 바탕이 된 원서가 있기 때문이다. 바탕이 된 원서의 첫 집필이 시작된 것은 1960년대 초라고 한다. 중국소년아동출판사가 펴낸 <중국역사고사(中國歷史故事)>. 편저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중국 내 조선족자치주 옌볜의 연변인민출판사에서 그 책을 주목해 다른 많은 중국 사서를 참조해 새로 다듬고 고치면서, 중국 내 조선족들을 위한 중국 역사 이야기 책이 탄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 임한달 선생의 집필과 마상헌, 박승명, 강동철 등의 번역 작업으로 이어지던 그 책들은 저 악명 높은 문화혁명 때 모조리 '자본주의의 독초'로 몰리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문화혁명 이후 속간이 가능해져서 주중옥, 장복유 선생 외 다수의 집필과 마상헌, 마용덕 부자 등의 번역 작업이 보태져 전 14권의 <중국 역사 이야기> 책이 완성된다. 처음 발간되던 때부터 치면 30년도 넘는 대장정의 결실이다.

- 박덕규 편저 <중국 역사 이야기> '머리말'에서


▲ 박덕규 편저 <중국 역사 이야기> 5권 앞표지
ⓒ 일송북
이 책이 한국에 전해진 것은 1990년대 중반일 것이라는데, 편저자는 이 책을 3년 전에 만나게 되었고 마침내 우리가 읽기 쉽도록 잘 다듬어 내놓은 것이다. 어떤 이는 "탁 트인 문장력으로 번역물을 훑어나가며 윤문했군"하고 비아냥거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값어치가 있는 윤문이며, 이 윤문은 또한 우리가 쉽게 중국의 역사에 다가설 수 있는 디딤돌이나 징검다리의 역할을 해주고 있다.

전 14권 안에 춘추시대~청나라까지

중국이 우리의 역사를 무시할 수 없듯이, 우리도 중국의 역사를 무시하고는 세계화의 대장정에서 난감함을 겪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한문이나 불교를 보아도 그렇듯이, 편저자는 '고대로부터 우리나라 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준 나라가 중국이라는 데 대해 부인할 수 있는 사람은 없겠다'고 말했다. 이 책은 중국의 역사 흐름을 파악하는 데 아주 귀중한 치세(治世)의 책이다. 또한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좀더 나은 방법인가를 그 시대의 에피소드를 통하여 엿볼 수도 있다.

이 책은 시대에 맞게 각 권별로 나누어져 있다. 1권 춘추시대, 2권 전국시대, 3권 서한시대, 4권 동한시대, 5권 삼국시대, 6권 서진과 동진, 7권 남북조시대, 8권 수나라 당나라, 9권 북송과 요나라, 10권 남송과 금나라, 11권 원나라, 12권 명나라(상), 13권 명나라(하), 14권 청나라.

이 책, 특히 중국 역사를 한 줄에 꿰어서 읽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다. 또한 중국 취업을 앞두고 있거나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아도 좋을 것이다. 5권은 분명 많은 분량이지만 14권까지는 아직도 멀다. 아직 마라톤 반환점을 돈 것도 아니다. 이 귀중한 역사서 14권 모두가, 우리가 읽기 쉽게 탄생하기를 고대하며, 박덕규 교수의 건필을 기원한다.

온 가족이 함께 읽는 중국 역사이야기 1 - 춘추시대

박덕규 지음, 일송북(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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