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크리스 월리스 <대통령의 위기> 앞표지
ⓒ 이가서
사람은 누구에게나 위기가 닥쳐 올 수 있다. 부자에게도 빈자에게도 위기가 닥쳐 올 수 있다. 부자가 망하거나 죽음 일보 직전에 놓일 때도 있고, 빈자가 절망하거나 죽음 일보 직전에 놓일 때도 있다. 그것은 권력의 최고봉인 대통령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거지에게도 겨울 추위로 인한 동사(凍死) 위기가 매년 닥쳐오듯이, 대통령에게도 큰 정책을 결정하고 나아갈 때마다 위기는 닥쳐오는 법이다.

언론에 비치는 모습만으로는 백악관의 분위기 실감할 수 없어

팍스 방송국의 일요일 아침 정치 프로그램인 '팍스 뉴스 선데이'의 진행자이며 팍스 방송국의 정치 및 선거 뉴스에서도 활동하는 크리스 월리스(Chris Wallace)가 대단한 일을 해냈다. 미국의 대통령 16인의 위기의 순간을 다룬 인물평론집 <대통령의 위기>(한국어판 2005년 10월 20일 이가서 펴냄)를 펴낸 것이다.

그는 대통령 노릇에 관해 자신이 아는 모든 지식이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은 것이 언제인지 확실치는 않다고 했다. 그런데 1980년대에 NBC 뉴스의 백악관 수석 출입기자로 로널드 레이건을 수 없이 취재하던 때마다 대통령에 대한 고정관념이 하나하나 깨졌다고 했다. 그가 온갖 비난에도 불구하고 '힘을 통한 평화' 정책을 밀고나가는 신념은 빛나는 외교적 성공을 거두고 세상을 바꿔놓았다는 것이다.

백악관을 드나들던 크리스 월리스는 이렇게 강조했다.

...직접 가보지 않고 언론에 비치는 모습만 보고는 백악관의 분위기를 실감할 수 없다. 반대 여론으로 인해 불 보듯 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대통령의 목을 죄는 압박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정치 알력, 여론의 거센 반발, 자칫 잘못하면 유일한 초강대국을 파멸로 몰고 갈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대통령이 본궤도를 벗어나기는 쉽다. 내가 레이건을 통해 느낀 것은 대통령의 자리가 지성이나 이념을 휘두르는 자리가 아니라 의지와 목적의식의 시험대라는 사실이었다...

크리스 월리스는 "대통령이 대중의 비난을 무릅쓰고 끝까지 신념을 지키고 목표를 달성한 사건들을 소개하고자 했다. 아울러 이런 역사적 사건들을 저널리스트의 시각에서 이야기하고자 했다. 다시 말해, 널리 알려진 극적인 순간뿐 아니라 거의 알려지지 않은 무대 뒤편의 모습까지 포착해 내고자 했다"고 <대통령의 위기>의 구상 목적을 밝혔다.

옮긴이, 실패의 상징인 닉슨마저 좋아져

1부는 '내부 갈등', 2부는 '대통령의 실행력', 3부는 '평화를 위한 지도', 4부는 '적에 맞서'이며 각 부마다 다룬 대통령 이야기는 아래와 같다.

1부-조지 워싱턴과 위스키 반란, 에이브러햄 링컨과 노예해방령, 그로버 클리블랜드와 풀먼 노동쟁의.

2부-앤드류 잭슨과 미국 제2은행, 앤드류 존슨과 전쟁장관, 린든 존슨·베트남 전쟁·위대한 사회.

3부-율리시즈 그랜트와 쿠바, 시어도어 루스벨트와 러일 평화조약, 우드로 윌슨과 국제연맹, 닉슨과 중화인민공화국, 로널드 레이건과 소련.

4부-토머스 제퍼슨과 출입항 금지법, 프랭클린 루스벨트와 무기 대여법, 해리 트루먼과 베를린 공수(空輸), 존 케네디와 피그스 만, 조지 W. 부시와 이라크 전쟁.


조지 W. 부시를 다룬 것은 흥미롭지만 빌 클린턴이 빠진 것은 아쉽다. 하여간 미국에는 국민들이 존경하는 대통령이 꽤 많다. 가령 반미 감정으로 우리가 그렇게 보지 않더라도 미국 안에서는 적어도 그렇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 이름을 딴 도시 이름도 있는 것이고 거리 이름도 있는 것이다. 옮긴이 정성묵씨는 이 책을 읽는 동안 실패의 상징인 닉슨마저 좋아졌을 정도로 미국 대통령에 대한 시각이 180도 바뀌었다고 고백했다.

'진정한 용기'가 대통령의 첫째 미덕

이 책에서는 괜찮은 대통령의 첫째 미덕을 '진정한 용기'로 꼽고 있다. 우리나라의 현재 대통령이 실수와 약점이 있다면 그 자체를 비평해야지 지긋지긋한 군사정권을 그리워해선 안 된다. 또다시 지상 최대 권력에게 매를 맞으며 살아가는 국민이 되고 싶지 않을 텐데도 자꾸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을 때는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어 갈 '진정한 용기'를 가진 대통령감은 누구일까?

지난 11~19일까지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정상회의가 부산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공동의 번영을 위해 개최하는 제13차 정상회의였다. 아시아 13개국, 미주 5개국, 오세아니아 3개국의 정상이 한 자리에 모였던 것이다. 각 나라 정상들의 진정한 신념과 용기, 위기 극복 능력은 어느 정도인지 문득 궁금해진다.

대통령의 위기

크리스 월리스 지음, 정성묵 옮김, 이가서(2005)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