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뉴스전문채널 CNN이 21일(현지시간) 낮 딕 체니 부통령이 미국기업연구소에서 행한 연설을 생중계하는 과정에서 체니 부통령 얼굴 위에 '엑스(X)' 표시가 여러 차례 나타났다고 인터넷신문 <드러지 리포트>가 보도했다.
우파 성향의 뉴스전문채널 <폭스 뉴스>의 한 대담 프로그램에 출연한 드러지 리포트의 맷 드러지는 화면을 가득 메운 X표시가 체니 부통령의 얼굴 위에 수 차례에 걸쳐 나타났으며 X표시가 화면에 등장한 시간은 1/15초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맷 드러지는 이것이 시청자들의 무의식을 조종하려 한 시도가 아닌지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뒤 "CNN 측이 적절한 해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드러지의 말은 영화 필름 사이에 수십 분의 1초 길이로 광고 자막 등을 삽입해 관객들의 무의식을 자극하자 콜라나 팝콘 등의 구입량이 늘었다는 유명한 실험결과를 빗댄 것이다.
드러지 리포트가 공개한 당시 동영상 캡쳐 화면(사진)에 따르면 체니 부통령 얼굴 위에 X표시가 나타난 것과 동시에 화면 아래에 "체니 부통령: 비판하는 것이 잘못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라는 CNN측의 요약 자막이 떠 있다.
백악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CNN의 누군가가 우리에게 무슨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표명했다.
한편 CNN은 대변인 발표를 통해 화면 위에 짧은 순간 '그래픽'이 지나간 사실을 확인하고 CNN 고위층에서 이 사건에 대해 즉각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CNN은 "이번 해프닝이 기술적 결함 때문에 발생했을 뿐 방송 기술자의 실수는 아니며 스위치 장비 일부가 순간적으로 결함을 일으켰다"고 해명했다.
맷 드러지는 이에 대해 "이런 결함이 어떻게 반복적으로 그것도 하필이면 그런 순간에 발생할 수 있는지 흥미로운 일"이라며 CNN의 공식 발표에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딕 체니 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백악관이 오도된 정보를 바탕으로 미국을 전쟁으로 이끌었다고 주장하는 세력은 부패하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수정주의자들"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뒤 "미군이 이라크에서 즉각 철군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위험한 환상에 불과하다"며 민주당 중심의 철군 주장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