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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5일 경찰의 진압 뒤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던 고 전용철씨를 다른 농민들이 발견해 들어 옮기고 있다. 빨간 머리띠를 맨 사람(왼쪽)이 김장택 제주도연맹 조천읍지회장이고 오른쪽에서 팔을 잡은 사람이 정태문 성산읍지회장이다.
ⓒ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지난 15일 전국농민대회에 참석했다가 9일만에 뇌출혈로 숨진 고 전용철(44)씨가 당시 경찰의 시위진압 직후 쓰러져 다른 농민들에 의해 실려나가는 사진이 발견됐다.

이에 따라 전씨가 넘어져 머리 뒤쪽에 손상을 입고 숨졌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경찰측 발표는 더욱 설득력을 얻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전국농민회총연맹과 시민사회단체 등은 이같은 발표에 강력하게 반발하며 경찰의 폭력적 진압으로 전씨가 숨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터넷신문 <민중의소리>는 27일, 당시 4명의 농민들이 고 전씨를 들다시피 부축해 나가는 장면을 찍은 사진을 찾아냈다고 보도했다. 김철수 <민중의소리> 기자가 찍은 이 사진은 15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전국농민대회 현장을 담은 것.

사진에 기록된 촬영시각은 15일 당일 오후 6시 27분 34초. 김장택(52) 전농 제주도연맹 조천읍 지회장과 정태문 성산읍 지회장 등이 쓰러진 전씨를 들고 급히 빠져나가는 모습이 생생하게 잡혀 있다. 당시 김 기자는 여의도공원에 마련된 전국농민대회 본 무대를 바라보고 왼쪽으로 5m 가량 떨어진 곳에 있었다.

시위현장에서 쓰러진 전씨 사진과 증인들 나와

경찰의 '마구잡이' 강경진압으로 이미 수십명의 농민들이 부상을 당한 직후였다. 당일 오후 4시 30분께부터 농민들과 물리적 충돌을 빚었던 경찰은 오후 6시 20분께 여의도공원 안을 기습 공격해 행사장과 무대를 점령한 상태였다.

이 과정에서 여의도공원 국기게양대 근처에 있던 제주도연맹 소속 농민 10여명은 '와' 하고 함성을 지르며 공원 안쪽으로 쳐들어오는 경찰과 맞닥뜨렸다. 이후 농민들은 경찰이 지나간 자리에 한 명이 쓰러져 있길래 달려가보니 의식을 잃은 채 꼼짝도 못하고 있더라는 것.

농민들은 119에 연락을 한 뒤 혹시 척추가 다쳤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잠시 지켜보다가 본 무대 뒤쪽으로 전씨를 들고 옮겼다. 전씨는 다리가 그냥 들릴 정도로 몸이 뻣뻣하게 경직돼 있었고, 맥박은 뛰는데 한참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20여분이 흘러 겨우 눈을 떴지만 정신없이 답변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김장택 제주도연맹 조천읍 지회장은 <민중의소리>와 통화에서 "여의도공원 국기게양대 앞에 있다가 경찰이 함성을 지르면서 뛰어오길래 국기게양대 위로 몸을 피했다"면서 "(그 과정에서) 한명이 광장에 쓰러져 있었는데 경찰이 그냥 밟고 지나갔다"고 말했다.

정태문(53) 지회장은 "사람이 누운 채로 꼼짝도 못하고 있길래 죽었나 싶어서 코 밑에 손가락도 대보고 맥박이 뛰는지 보기도 했다"면서 "나중에 겨우 눈을 떴는데 멍한 게 맛이 간 사람 같더라"고 말했다.

정 지회장은 "맞았냐고 물어봐도 대답도 안하고, 직감으로는 경찰이 쳐들어올 때 짓밟은 것 같았다"며 "일으켜 세워서 괜찮냐고 물었더니 뭐라고 중얼중얼거리는데 도무지 알아듣지 못하겠더라"고 덧붙였다. 그는 "사람이 죽었다는 소릴 듣고, 영정사진을 보니까 비슷하긴 한데 콧수염이 있길래 긴가민가했다"고 말했다.

김 지회장과 정 지회장 등은 이날 발견된 사진 속에 자신들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비로소 당시 부축해 옮겼던 그 농민이 숨진 고 전용철씨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민중의소리>는 전했다. 이들은 "사람이 죽다니, 열불이 나서 죽을 것 같다. 노무현 정권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리라곤 생각도 못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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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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