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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1일 저녁 8시28분]

의구심 증폭되고 있는 '희망'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팀의 연구성과 진위공방이 확산되는 가운데, < PD수첩 > 제작진과 황 교수팀이 계약서까지 쓰고 실시한 1차 검증 결과 복제줄기세포와 체세포의 DNA가 서로 일치하지 않은 것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 연합뉴스 백승렬

왜 2차 검증을 거부했을까? 지난 11월 24일 서울대학교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황우석 교수가 침통한 표정으로 눈을 감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팀의 연구윤리 논란이 연구성과 진위공방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MBC < PD수첩 >과 황 교수 연구팀이 복제배아 줄기세포 검증을 위해 계약까지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1차검증이 끝난 뒤 그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며 2차검증을 요구한 황 교수가 11일만에 입장을 번복, 현재까지 2차검증에 불응하고 있다고 < PD수첩 >팀은 밝혔다. < PD수첩 > 제작진은 이같은 내용이 포함된 취재일지를 1일 공개했다.

< PD수첩 >과 황 교수측이 계약서까지 쓰고 실시한 1차 검증은 국내 연구기관 2곳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황 교수팀이 배양에 성공한 복제배아 줄기세포와 체세포(모근세포)의 유전자(DNA) 일치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실시된 1차 검증 결과 줄기세포 5개 라인 중 신뢰할 만한 수준의 DNA가 검출된 것은 1개이고, 불확실하지만 DNA 데이터가 나온 게 1개, 나머지는 DNA 검출이 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중 신뢰할 만한 수준의 DNA가 검출된 줄기세포의 경우 환자 체세포 DNA와 지문이 일치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는 것. 이는 분석에 사용된 줄기세포가 복제된 배아에서 배양된 줄기세포가 아니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 PD수첩 >-황 교수팀 공동 1차검증 결과 일치하지 않은 것 나와

취재일지에 따르면, 제작진은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황 교수의 <사이언스> 논문이 허위일 가능성에 대한 제보와 증언을 잇따라 받았다. 이후 10월 20일 미국 피츠버그대 제럴드 섀튼 교수 연구실에 파견된 연구원 2명을 인터뷰했고, 한 연구원으로부터 2005년 논문에 대한 '중대한' 증언을 확보했다는 것.

2005년 <사이언스>에 게재된 논문의 공동저자이기도 한 이 여성연구원은 자신의 신원을 보호해줄 수 있느냐고 세차례나 물은 뒤 증언을 했다고 제작진은 밝혔다. 제작진은 10월 31일 황우석 교수를 직접 만나 난자문제와 연구원의 증언 등에 대해 물었고, 이때 황 교수가 제작진과 함께 논문의혹을 검증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제작진은 11월 6일 줄기세포를 받으러 갔으나 황 교수는 없었고, 자리에 있던 이병천 교수와 강성근 교수가 줄기세포 4점을 주려고 했다. 그러나 2005년 <사이언스>에 발표된 몇번째 것인지는 특정해주지 않았다고 한다. 제작진은 검증을 위해 몇번 줄기세포 라인인지 거듭 확인을 요청했으나 황 교수팀이 거부해 이날 결국 줄기세포를 받지 못했다.

이후(11월 7∼11일) 공동연구자로 참여중인 안규리 서울대 의대 교수측에서 < PD수첩 >의 검증과정을 감시하고 양측 이견을 조정할 재판관격 인물을 참여시키자고 제안하면서 다시 탄력을 받았다. 당시 안 교수측은 명망있는 변호사 K씨를 조정 재판관격 인물로 지정했고, 제작진도 동의했다.

황 교수측에서는 11월 12일 검증과정과 관련, 계약서를 쓸 것을 요구했다. '검증결과가 논문과 동일하면 방송을 하지 않고, 논문과 다르게 나오면 1주일 이내에 2차 검증을 마무리한다'는 요지다. 이날 양측은 계약서를 완성했고, 제작진은 강성근 교수로부터 줄기세포 5개라인(2·3·4·10·11번)과 줄기세포에 체세포를 제공한 환자들의 모근세포(머리카락)와 체세포를 각 5개씩 함께 받았다. 당시 과정은 안 교수측이 지명한 변호사 K씨와 서울대 의대측 과학자 교수가 참관했다.

"황 교수, 1차검증 수용 거부... 2차검증 요구 뒤 번복"

검증 결과가 나온 11월 17일 양측 관계자들과 감독 역할의 변호사가 참관한 가운데 결과를 검토했다. 황 교수팀에서는 황 교수를 비롯해 서울대 의대 성명훈 기조실장과 황 교수 대리인 윤모씨가, < PD수첩 >에서는 최승호 책임PD와 한학수 담당PD가 참석했다. 그러나 황 교수가 이 자리에서 "검증결과를 믿을 수 없고, 검증기관을 신뢰할 수 없다"며 2차 검증을 요구했고, 제작진도 이를 수용해 1주일 이내 마무리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11월 28일 황 교수 대리인 윤모씨와 제작진, 변호사가 다시 만났으나 황 교수는 대리인을 통해 2차 검증에 임하지 않겠다고 통보해왔다. 2차 검증을 요구한지 11일만이다. 그러자 제작진은 1차검증 결과만으로 방송할 경우 국민적 혼란이 우려된다는 점을 밝혔으나 황 교수측은 2차검증 불응 입장을 고수했다는 것이다.

결국 제작진은 11월 30일 황 교수측에 1차검증 결과를 신뢰할 수 없는 이유라도 인터뷰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황 교수 거부로 성사되지 못했다. 재검증 요청과 2차검증 거부시 1차검증 결과에 대한 반론만이라도 말해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황 교수측에 추가로 보냈다. 그러나 1일 현재 황 교수측에서는 이에 대한 답변이 없다고 제작진은 밝혔다.

< PD수첩 > "재검 끝내 응하지 않으면 지금까지 취재한 내용 방영"

최승호 책임 PD는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황 교수측이 재검을 끝내 하지 않겠다고 하면 지금까지 취재한 내용을 방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PD수첩 >측은 황 교수측이 재검에 계속 불응하자 1차검증 결과의 신뢰성 여부를 묻기 위해 1일 오후 국립과학수사연구소를 찾았다. 1차검증에서 나온 데이터에 대한 해석을 묻기 위한 것. 이에 대해 김현기 PD는 전화통화에서 "오늘은 협의차 갔고 다른 얘기가 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오마이뉴스>는 이같은 주장과 관련, 이날 오후 황 교수측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차례 연결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전문] < PD수첩> 취재 일지

△2005년 6월1일 제보자 A씨, PD수첩 제보란에 자신의 신원을 정확히 공개하며 최초 제보.

△6월~7월 : 제보자 A씨를 수차례 만나 제보 내용 확인. 제보의 내용은 '황우석 교수의 연구에 매매된 난자와 연구원 난자가 사용된 점과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이 허위일 가능성'.

△8월 : 제보자 B씨, '연구에 사용된 난자 의혹'에 대해 증언.

△9월 : 제보자 C씨,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이 허위일 가능성'에 대해 증언.

△10월20일 : 미국 피츠버그에서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의 공동저자인 연구원 K를 만남. 자신의 신원을 보호해 줄 수 있느냐고 3차례 물은 후에 2005년 논문에 대한 중대한 증언. 또한 피츠버그에서 연구원 P씨를 만나 난자 제공여부에 대해 인터뷰.

△10월31일 : 황우석 교수 정식 인터뷰. 이때 난자 문제에 대한 질문과 함께 피츠버그 연구원 K의 증언 내용에 대해 물음. 2005년 논문 의혹에 대해 PD수첩과 함께 검증하기로 합의함.

△11월6일 : 줄기세포를 인수하러 갔으나 황우석 교수는 자리에 없었고 이병천 교수와 강성근 교수가 있었음. 줄기세포 4점을 주는데, 그것이 2005년 사이언스에 발표된 몇 번째 것인지 특정해주지 않겠다고 함. 취재진은 검증을 위해 몇번 줄기세포 라인인지 확인해 줄 것을 거듭 요청했으나 황교수팀은 이를 거부함. 결국 줄기세포를 받지 못하고 옴.

△11월7일~11일 : 안규리 교수측에서 검증 과정을 감시하고 양측의 이견을 조정 할 재판관격 인물을 참여시키자고 제안. 안교수측은 명망있는 변호사 K씨를 지정. PD수첩팀은 이에 동의함.

△11월12일 : 황교수측에서는 계약서 쓸 것을 요구함. '검증결과가 논문과 동일하면 방송을 하지 않는다는 것과 논문과 다르게 나오면 1주일 이내에 2차 검증을 마무리한다'는 내용. 계약서를 완성함.

서울대 수의대 황우석 교수팀의 강성근 교수로부터 줄기세포 5개라인(2,3,4,10,11번 줄기세포 라인)과 동일한 환자의 모근세포를 받음. 이때 과정을 감독할 변호사와 서울대 의대측의 과학자 교수가 전 과정을 참관함.

△11월17일 : 검증 결과 나옴. 황우석 교수팀과 만남. 황우석 교수팀에서는 황교수와 서울대 의대 성명훈 기조실장, 황교수의 지인 윤모씨가 참석함. PD수첩팀에서 최승호 책임프로듀서와 한학수 PD참석. 감독 역할의 변호사가 참관. 황우석 교수는 "검증 결과를 믿을 수 없으며 검증기관을 신뢰할 수 없다"고 밝힘. 계약서대로 황교수측에서 2차 검증을 요구. PD수첩팀은 이를 수용하고 1주일 이내에 마무리하기로 양측이 합의함.

△11월28일 : 황우석 교수의 대리인 윤모씨, PD수첩의 최승호, 한학수PD, 감독역할의 변호사가 다시 만남. 황교수는 대리인을 통해 "2차 검증에 임하지 않겠다"고 통보. PD수첩팀은 1차 검증결과만으로 방송할 경우 국민적 혼란이 우려된다는 점을 역설. 황교수측은 2차 검증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 고수.

△11월30일: 황우석 교수측에 1차 검증 결과에 대한 입장(검증결과를 신뢰할 수 없는 이유)인터뷰 요청. 황교수측 거부. PD수첩, 공문으로 재검증 요청 및 재검증 거부시 1차 검증결과에 대한 반론만이라도 인터뷰해줄 것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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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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