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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표지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표지 ⓒ 리더스북
<시골 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그 두 번째 이야기 중 '안동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읽으며 우리는 한 사람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생각했다. 사회적 지위와 명성을 가지고 있는 노신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칭송을 받는 위치에 있지만, 50년 동안 함께 살아온 아내를 매일 같이 시도 때도 없이 뺨을 때리고 괴롭히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어느 날 병원에 찾아온 할머니. 50년 세월 동안 견뎌온 남편의 구타를 마냥 묻어두고 있기엔 너무도 버거웠던 것일까. 눈물을 흘리며 남의 이야기처럼 말했다. 이제는 하루에도 몇 번이고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뺨을 또 맞을지 몰라 정신을 차리지 못하겠노라고, 이제는 차라리 몽둥이로 맞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

"또 의사 양반과 무슨 얘기를 했냐며 뺨을 때릴 거"라며 황급히 나가는 할머니를 보며 눈시울이 뜨거워진 시골의사 박경철. 그는 이렇게 말한다.

"더럽고 낡아 더 이상 필요 없는 군화라 할지라도 그 속성은 여전히 사람을 짓밟고 걷어차는 데 있다. 살갑게 대하고 인자한 웃음을 잃지 않는 할아버지의 뒷모습에 숨어있는 또 다른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박경철의 두 번째 이야기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2>는 첫 장을 열면서부터 눈물바라기였다. 그는 특별한 재능이 있는 것 같다. 독자들의 이성이라는 딱딱한 껍질을 단번에 벗기고 감성의 맑은 샘을 자극하는 재능 말이다.

27편의 사연들을 실은 저자의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2>(박경철/리더스북/10000원)은 '죽도록 사람답게 사는 법을 알아가며…'라는 부제를 붙였듯이 자기 반성과 생명 사랑을 뜨겁고 잔잔하게 혹은 격렬하게 풀어내고 있다. 이번 이야기는 저자가 만났던 사람들, 그 자신의 입장에서 쓴 기록들이다. 저자의 가슴에 묻어두기엔 너무 벅찼던 것일까.

박씨는 '나는 앞의 책에서 한 번도 흘리지 않았던 눈물들이 이야기들을 묶으면서 쏟아냈다. 그것은 자신의 입장에서만 느껴지는 사무침 같은 것 곧 나를 힘들게 했기 때문이다'라고 고백하고 있다. 그의 이야기들이 왜 눈물샘을 자극하고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것일까. 마치 저자는 이 책을 펼쳐든 순간부터 독자의 마음 지휘봉을 쥐고 지휘하고 있는 듯하다. 독자들을 울리고 웃기며 깊이 삶과 죽음, 사람과 사랑에 대해 사유하며 깊어지게 한다.

그 비밀을 발견했다. 저자가 독자들의 감성을 건드리는 이유를! 그것은 그가 살아가는 삶 속에서 세상을 '사랑'으로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차창으로 스쳐가는 농촌 풍경을 보고 '낭만'을 이야기 하는 값싼 감상이 아니라, 직접 그 안으로 들어가서 해거름에 피어오르는 연기 속에 감춰진 고단함과 질곡을 체험하고 느낀 삶 한가운데의 여행이기 때문이리라. 세상과 사람을 따뜻한 사랑의 시선으로 깊이 들여다보기 때문이리라. 또 하나는 그가 어릴 적에 호롱불 아래서 생활하고, 낫 들고 꼴 베고 소 먹이며 자란 '촌놈'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사랑아, 사랑아, 즈려밟힌 내 사랑아'는 가까운 친구의 불행한 죽음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사랑이 가난한 환경으로 인해 불행하게 생을 마감하고 만 친구의 짧은 생에 대한 이야기이며, '어머니를 위한 마지막 기도'는 6·25전쟁 때 마을에 들어온 인민군에게 성폭행 당해 태어난 아들과 어머니의 한 많은 인생이야기이다. 거친 삶 속에서 고단한 삶을 보듬으며 천국으로 만들어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슬픈 사연들, 그리고 치열하고 바쁘게 사는 병원사람들 이야기들이 여기 있다.

사람이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삶 속에서 행과 불행은 무엇이며 희망과 절망은 무엇인지, 사랑이 무엇인지, 우리는 정말 사랑하며 살고 있는지 생각하게 한다. 나와 직접 관련이 없는 모든 타인의 행과 불행, 삶과 죽음, 사랑과 이별…. 그 모든 것들은 철저하게 '일상사'이며 가슴에 와 닿지 않는 것을 볼 때 얼마나 또 인간은 가련한 존재들인가. 우린 정말 사랑할까. 우린 정말 사랑하며 살고 있는 것일까. 차창 밖으로 스쳐지나가는 풍경처럼 눈에도 마음에도 들어오지 않는 것들은 아닐까. 그는 독자들을 향해 이렇게 묻는다.

"삶과 죽음, 내가 당사자가 되기 전에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얼마나 진지할 수 있을까. 혹은 얼마나 초연할 수 있을까? 삶에 대해 얼마나 충실할 수 있을까? 그의 극적인 삶은 우리에게 삶과 죽음에 대한 두렵고도 무거운 질문을 던지며 깊은 생각에 빠지게 한다."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세트 - 전2권 - 개정판

박경철 지음, 리더스북(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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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데살전5: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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