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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끼 식사를 다 찾아 먹기 어려웠던 1960년대만 해도 설날이나 정월대보름이 돌아오면 가난한 살림에 마땅히 마련할 음식도 없고 하여 대부분 농촌에서는 콩나물을 직접 길러서 먹었다.
이맘때가 되면 거의 모든 집마다 안방 웃목에는 큰 함지 위에 가위 모양으로 생긴 나뭇가지를 걸치고 그 위에 콩나물시루를 올려놓고 콩나물을 길렀다. 이렇게 정성스레 기른 콩나물은 설날 세배 오는 분들에게 입맛다실거리로 내놓기도 하고, 쑥떡이나 인절미같이 찰진 음식에 얹히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한 것 같다.
콩나물을 가마솥에 끓여서 옹기항아리에 가득 퍼서 난방이 되지 않은 마루방에 두면 추운 겨울에 얼음이 사르르 얼 정도로 차가워진다. 놀다 들어와 출출할 때 콩나물을 한 그릇씩 퍼 먹는 시원한 맛은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서울 생활을 오래 하며 술을 가까이 하다보니 과음을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이에 따라 숙취해소 문제가 꽤나 큰 문제이다. 숙취해소에는 여러 가지 좋은 드링크제가 많이 나와 있고, 해장국, 북어국 등등 수없이 많은 음식이 오랫동안 전해 내려오고 있지만 나는 이 콩나물국만큼 좋은 숙취해소 식품 없다고 생각한다.(물론 체질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겠지만.)
따라서 언젠가부터 우리 집 냉장고에는 항상 싱겁고 차디찬 콩나물국 냄비가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게 되었다. 과음 후 집에 들어가면 우선 집사람이 제일 먼저 떠 내오는 것이 시원한 콩나물 국 한 사발이고, 아침에 눈 뜨고 한 사발을 더 마신다. 아무리 과음을 해서 속이 더부룩하거나 입이 칼칼해 식사를 하지 못 할 때에도 시원한 콩나물국에 밥을 한 술 말으면 술술 넘어간다.
이런 콩나물국이 내 몸에 딱 맞는 숙취해소 식품이지만 우선 만들기기 매우 간단해서 좋다.
콩나물과 마늘과 소금과 깨끗한 생수만 있으면 가능하며, 콩나물은 퉁퉁하고 살찐 것보다는 가늘고 꼬리가 긴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이 말한다.
콩나물국을 끓일 때는 끓기 전에 뚜껑을 열지 않아야 콩 비린내를 제거할 수가 있고 절대 짜게 끓이면 안된다. 그냥 음료수처럼 수시로 떠다 마실 수 있을 정도로 싱겁게 끓여야 쉽게 마실 수 있다.
이렇게 끓인 콩나물국은 뜨거운 것보다는 식혀서 냉장고에 넣어 두고 냉수마시고 싶을 때나 음주 후 숙취해소를 위해 한 사발씩 마시면 이 보다 더 좋은 음료가 없는 듯 싶다.
덧붙이는 글 | 연말에 송년회다 회식이다 해서 술자리가 많은 직장인들은 값싼 콩나물국 한 냄비씩 끓여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한 사발씩 마셔 보세요. 저하고 체질이 비슷한 분은 분명히 효과를 보실 것입니다. 감자나 고구마 삶아서 시디신 동치미와 곁들여 간식으로 드셔보시는 것도 살찌지 않으면서 배부를 수 있는 환경친화적인 다이어트 식품이 아닌가 싶어 우리 집 방식대로 소개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