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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세계 첫 논문' 일에 선수 뺏겨"라는 제목의 보도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서 보도 배경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조선일보>의 "'세계 첫 논문' 일에 선수 뺏겨"라는 제목의 보도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서 보도 배경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 <조선일보> PDF

한국이 '황우석 진통'을 겪는 사이 일본의 한 대학 연구팀이 황 교수 연구팀과 비슷한 주제의 논문을 국제학술지에 발표해 선수를 뺏겼다는 6일자 <조선일보> 보도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조선일보>는 이날 '황우석 휘청하는 사이…, 세계 첫 논문 日에 선수 뺏겨'라는 기사에서 "황우석 교수팀이 MBC PD수첩의 '협박·회유 취재'에 시달리는 사이 일본이 줄기세포 관련 분야에서 또 다른 세계 최초의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며 "이 논문은 황 교수팀도 준비중이었던 것이어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5일 황 교수팀에 따르면 황 교수팀은 최근 개의 자연교배 수정란에서 줄기세포를 배양하는 데 성공했으나 최근 연구가 외적인 요인으로 차질을 빚으면서 진행되지 못해 논문을 게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그 사이 일본 오사카 부립대 연구팀이 자연교배로 얻은 수정란에서 줄기세포를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며 지난달 16일 국제학술지 '분자재생 및 발달'(Molecular Reproduction and Development)에 게재했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황 교수팀은 최근 세계 최초로 개의 자연교배 수정란에서 줄기세포를 배양하는데 성공했지만 MBC < PD수첩 >의 취재에 시달리면서 이를 국제학술지에 게재하는 시기를 놓쳤다는 것이다. 이 와중에 일본 오사카 부립대 연구팀이 비슷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에 먼저 게재하는 바람에 선수를 뺏기는 국가적 손해를 봤다는게 <조선일보> 보도 요지다.

황우석 연구팀의 일원인 이병천 서울대 교수도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10개를 했다면 일본팀은 5개를 한 수준"이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저널에 발표하기 위해 준비하던 중 최근 논란 때문에 손을 놓은 사이 일본이 좀 더 아래 단계의 저널에 발표해 김이 샜다"고 말했다. 논문 발표 시기를 놓친게 사실상 MBC < PD수첩 >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네티즌 "<조선> 오보, 황 박사 연구팀 언론플레이 아니냐"

하지만 <조선일보> 보도 내용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전세계 1천여개의 과학저널을 소개하는 '윌리인터사이언스'(www3.interscience.wiley.com) 기사에 따르면, 지난 11월 16일 발간된 국제학술지 '분자재생 및 발달'에 실린 일본 오사카 부립대 연구팀의 연구논문(Isolation and characterization of embryonic stem-like cells from canine blastocysts)은 이미 지난 5월 29일 제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또 '분자재생 및 발달'은 이미 8월 22일 이 논문을 채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연구팀이 논문을 제출한 날짜가 5월 29일이라는 점이 확인됨에 따라 <조선일보>의 보도는 오보로 밝혀졌다. MBC < PD수첩 >이 제보를 통해 황우석 박사의 난자매매 의혹 취재를 시작한 것은 지난 6월경. 시기상으로도 논란이 일기 훨씬 전에 일본 연구팀의 논문이 제출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오보에 대해 일부 네티즌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특히 < PD수첩 > 취재 때문에 논문 게재가 늦어진 것처럼 <조선일보>와 인터뷰한 한 이병천 교수에 대해서는 "언론플레이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인연합(www.scieng.net) 자유게시판에서 한 네티즌은 "이거 (논문이) 5월 접수에 8월에 실린 건데 대체 무슨 선수를 쳤다는 것이냐"며 "아무래도 (일본 연구팀이) 독자적으로 연구해 온 결과가 실린 것뿐인 듯 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논문관련 (조선일보) 기사를 봤는데 진심으로 그런 생각에서 이병천 교수님이 인터뷰를 한건지 모르겠지만 기사 내용은 PD수첩 때문이라고 몰아세우는 것이더라"며 "이걸 웃기다고 웃어야될지 아니면 울어야될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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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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