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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의 논문 진위 논란과 관련 MBC가 최근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자, 유창선 <오마이뉴스> 고정칼럼니스트는 지난 5일 ‘황우석 몰아세운 일그러진 진보주의'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이 논란을 지켜보는 진보주의자들의 태도를 질타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여인철 한국과학기술원(KAIST) 감사가 반박문을 보내왔습니다. 여인철(49) 감사는 공학박사로 한국선급 수석연구원을 지냈으며 지난해 9월 KAIST 제13대 감사로 선임된 바 있습니다. <편집자주>
▲ 지난 5일 <오마이뉴스>에 게재된 유창선 고정칼럼니스트의 칼럼 '황우석 몰아세운 일그러진 진보주의'.
지난 4일 일요일, MBC에서 자사의 < PD수첩 > 취재과정에서 윤리기준 위반이 있었다며 사과방송을 내보낸 이후, 대다수 언론이 거의 신바람이 난 듯하다.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굴복'한 MBC에 저마다 한방씩 날리고 있다. 그리고 그동안 MBC < PD수첩 > 방영을 옹호했던 한줌도 안 되는 사람들에게도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MBC의 사과가 취재윤리 위반에 대한 사과였으며, 사건의 본질은 그대로 남아있음에도 마치 모든 것에 패배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거의 모든 언론이 부추기며 즐기고 있다. 그들은 마치 '승자'가 된 듯 착각하는 모양이다. 거기엔 <오마이뉴스>도 예외는 아니었던 것 같다. 메인화면 톱기사를 "자가당착 MBC"로 채우더니, 곧 차가운 비판글이 이어졌다.

[전문보기] 유창선 칼럼 - 황우석 몰아세운 '일그러진 진보주의'

MBC의 '굴복' 즐기는 언론

그 글은 고정 칼럼니스트인 유창선 기자의, '황우석 몰아세운 일그러진 진보주의'였다. 우선 '진보론자'들이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 PD수첩 > 방송을 지지한 사람들을 일컫는 것 같아, 나도 < PD수첩 >을 옹호한 사람의 한 명으로서 한마디를 하고 싶다.

우선 당시의 상황을 다시 되돌아보자면, 11월 22일 MBC < PD수첩 >에서 황 교수팀의 난자취득 의혹을 밝히자 이틀 후 황 교수가 기자회견을 통해 해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황교수도 MBC < PD수첩 >팀의 취재결과를 대부분 시인했고, 그동안 의혹으로 떠돌던 매매난자 사용과 연구원 난자제공 의혹은 사실로 드러났다.

그리고 가장 민감한 사안이었던 연구원의 난자제공에 대해서는, <네이처>에 거짓답변을 보냈던 것도 밝혀졌다. 그러자 네티즌들이 불같이 일어나 MBC < PD수첩 >을 비난하고 나섰고, MBC 사옥 앞에서의 촛불시위와 광고중단 사태로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는, 정말 전체 국민 중 극소수는, 네티즌의 행태에 문제를 제기하며 황 교수 난자의혹을 밝힌 < PD수첩 >의 방송을 옹호하고 나섰다.

그것은 < PD수첩 >을 옹호한 사람들이 '진보'성향이기 때문이었다기보다는, < PD수첩 >이 사실을 밝혔다는 이유만으로 마녀사냥을 당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것은 상식일뿐, 거기에 진보, 보수가 따로 있다고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러면 '보수주의자'중엔 < PD수첩 >을 옹호한 사람이 없나. < PD수첩 >을 옹호하면 '진보', 반대하면 '보수'라는 말인가.

우리 국민의 대다수는 '보수'?

그리고 어느 '진보론자'들이 황교수를 그렇게 몰아세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지난 11월 22일의 < PD수첩 > 1차방송 이후 네티즌들의 광적인 비난에 대해 한 신문에서는 "일그러진 애국주의"라는 말을 쓸 정도였고, 정말로 얼마 되지 않는 사람들이 < PD수첩 >을 옹호하고 나선 것은 유창선 기자도 알 것이다.

그리고 PD수첩 방영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줄기세포 연구 진위논란'이 불거졌다. 전혀 뜻밖이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설마 황교수팀이 그럴리가…'하는 생각과, 핵심증언을 확보했다는 < PD수첩 >팀의 발언 사이에 어리둥절한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말이 무엇이겠는가. 그저 "의혹이 있다면 밝혀야 하지 않겠나" 정도 외엔. 그래서 '진보주의자'들은 아마 그 정도로 얘기한 것이 아닌가 한다. 잘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어느 쪽의 손을 들기가 참으로 어려웠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유 기자는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 '진보주의자'들이 < PD수첩 >을 옹호한 시점이 그의 말대로 "황 교수 논문의 조작의혹 논란이 정점을 향하고 있을 무렵"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 전 상황인, 22일 1차 방영 직후에는 그랬었다.

내가 알기로는 그 이후 사태 전개에 있어서, 즉 황 교수의 연구 자체가 허위일 수도 있다는 MBC < PD수첩 > 쪽의 말이 나돌 즈음에는 한 발 뺀 상황이었다. 그의 말마따나 "논문조작이라는 '범죄혐의'를 두는 것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결코 예사롭지 않은" 너무 엄청난 상황이라 지켜보자는 것이었다.

이 시점에 관한 문제는 '진보주의자'들이 < PD수첩 > 방영 초기 '옹호'에서, 진위논란 이후 '관망'으로 입장이 선회했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누가 그렇게도 황교수를 "몰아세웠다"는 말인가. 그저 "의혹이 있다면 밝혀야 한다"고 촉구하는 정도도 "몰아세운" 것인가. 그것도 그렇게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상황에서.

누가 황 교수를 몰아세웠나

▲ MBC는 < PD 수첩 > 취재진이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진위논란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취재윤리를 위반한 사실을 확인하고 4일 '9시뉴스'를 통해서 사과문을 발표했다.
ⓒ MBC화면촬영
그는 "의혹이 있으면 규명해야 한다는데 성역이 있을 수 없다. 황 교수도 그로부터 예외가 될 수는 없다"고 얘기하고 있다. 맞는 말이다. 여기서 끝냈으면 좋았을 뻔했다. 그런데, 유감스러웠던 것은 진보주의자들이 황 교수의 연구성과에 대한 "애정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비쳐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든다. 우선은 건전한 비판, 정당한 비판조차도 반대로 받아들여지는 사회적 풍토에서 남의 잘못을 밝히는 짓을 했으니 "애정이 없는" 걸로 비치는 것이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 PD수첩 >팀도 밝혔듯이, 의혹이 있는데, 그리고 얼마 있지 않으면 밝혀지게 되어 있는데 그것을 덮고 갈 수는 없었다. 그것이 시사고발 프로그램으로서 할 일도 아니고, 그랬다면 상황을 회복불능으로 만드는 것일 뿐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 PD수첩 > 방영은 정말 잘된 일이었다. 그것이 유 기자가 말하는대로 애정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당장은 아프더라도 밝히고 넘어가는 것이 황 교수에게도 이익이고, 장기적으로도 국익에 부합한다고 그들은 생각했을 것이고, 아직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이 오히려 황 교수에 대한 '깊은' 애정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유기자가 소위 '진보주의자'에게 애정이 없는 것은 아닐까.

'진보주의자'에게 '애정없는' 유창선 기자

유 기자는 "난치병 치유라는 목적조차도 정상참작의 사유가 되지는 못하는 모습이었다"라고 말한다.

유 기자처럼 <오마이뉴스>에 고정칼럼을 맡아 쓰는 기자 정도의 격이라면 네티즌의 수준과는 달라야 한다. 지금의 줄기세포 연구가 난치병 치료에 신기원을 열긴 했지만 실제 치료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의 얘기다.

난치병, 불치병 환자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것은 좋으나 지나친 '환상'을 주는 것은 오히려 그들을 더 괴롭히는 일이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함부로 '난치병치료', '불치병치료' 운운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그리고 난치병 치유를 진정 바란다면 오히려 지금의 네티즌처럼 행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오히려 더 더디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난치병 치유'를 목적으로 했으니 과정에 문제가 있어도 참작하자는 말은 우리끼리는 할 수 있는 말이나, 지금 세계의 과학자들이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가 황 교수에게 등을 돌리게 할 수도 있는 말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에 대해 외국에서는 우려하고 있고, 어떻게 저렇게 전 국민의 윤리기준이 낮은 한국의 연구자와 같이 공동연구를 할 수 있느냐는 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들이 지적하고 바로잡기를 원하는 생명윤리와 연구(자)윤리 위반문제에 대해 전 국민이 모르쇠하고 "우리의 길을 가련다"하는 것은 황 교수를 세계무대에서 고립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결국 유 기자도 깊은 성찰없이, 네티즌들이 하는 "윤리문제, 그게 무어 그리 대수냐. 성과만 내면 되지"라는 말에 묵시적으로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네티즌 논리에 동조하는 유창선 기자

▲ 황우석 교수를 지지하는 인터넷 카페 '아이러브 황우석' 회원들이 6일 오전 서울대 수의과대에서 '1천명 난자 기증의사 전달식'을 가진 뒤 황 교수 연구팀의 안규리 이병천 교수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과학적인 영역의 문제에서조차 정치적 접근법을 택한 진보론자들의 대응방식은 무척이나 낡은 것이었다"? 무슨 말인가. 어느 진보론자가 '정치적 접근법'을 택했다는 건지…. 과학적 영역의 문제에서조차 정치적 접근법을 선택한 쪽은 정치평론가 유창선 기자 아닌가. 황 교수 논란을 '보수 대 진보'의 싸움으로 파악한 유 기자 스스로 모든 것을 보수와 진보의 대결로 볼만큼 사고가 정치화된 것은 아닌가.

유 기자는 이번 논란의 과정에서 발견한 것이 '화석화된 진보주의'였다 한다. 그리고는 진보론자들의 '합리성이 결여된' '좁은 정치적 연대'는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고 한다. 과학적 진위의 문제조차도 정치적 가치의 문제로 환원시키려 했던 오류의 결과란다.

그런데 앞에서는 "물론 비윤리적 취재방식이라는 문제가, 진위논란에 대한 결론까지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우선 '진보론자'들이 그의 말대로 "판에 박은 정치적 예단으로" "합리성이 결여된 좁은 정치적 연대"를 시도했는지에 대한 검증은 차치하고라도, MBC의 사과는 곧 '진보론자'의 실패인가.

< PD수첩 >의 취재윤리 위반과 그후 이어지는 MBC의 사과 등은 유창선 기자가 주장하는 소위 '진보주의자'의 실패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취재윤리 위반과 문제의 핵심인 '진위논란'과는 별개이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이 희한하게 돌아가고 있고, 그래서 < PD수첩 >이 원래 의도했던 '진위여부의 판단'에 브레이크가 걸린 상황이지만, MBC의 사과가 이 모든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건 아니다. 다만 대다수 국민의 서슬에 눌려 숨죽이며 꺼내지도 못하고 있을 뿐. 그렇다면 '진보론자'의 실패를 언급하기엔 아직 성급한 것 아닌가.

MBC의 사과와 '진보론자'의 '실패'는 별개

지금 MBC < PD수첩 >팀의 취재윤리 위반 사과방송이 나가자, 거의 모든 언론이 신이 났다. 저네들은 마치 취재윤리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듯이 말이다.

유 기자도 그동안 숨죽이고 있다가 MBC가 '투항'하는 모습을 보이자 나타나 "너 잘 만났다"는 식으로 몰아세우는 것으로 비친다. 좋은 모습이 아니다. 그가 평소에 '진보론자'들에게 어떤 감정을 품어왔는지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그야말로 '진보론자'들에 대한 "애정이 없었다." 휘몰아치는 광풍에 <오마이뉴스>가 MBC 편에 섰다는 오명(?)을 씻기 위한 안간힘인가. 참으로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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