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황우석 교수 논문의 데이터 조작 의혹 제기로 각종 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해당 게시판.
황우석 교수 논문의 데이터 조작 의혹 제기로 각종 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해당 게시판.
황우석 교수팀의 논문에 대한 '과학적 논란'이 젊은 과학도들 사이에서 계속되고 있다. 사진 조작 논란에 이어 이번에는 DNA 지문분석 결과에 대해 "이상있다"는 목소리들이 높아지고 있어 이에 대한 황 교수팀의 대응이 주목된다.

논쟁의 문을 열어젖힌 이는 분자생물학 박사과정 대학원생이라고 스스로를 밝힌 아이디 '아릉'. 그는 지난 12월 7일 지노타이핑(genotyping, 염기서열분석)으로 황 박사 논문의 DNA 핑거프린팅(지문분석) 결과를 재분석해 봤더니 많은 수의 데이터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논지의 글을 브릭(생물학연구정보센터 bric.postech.ac.kr) 게시판에 올렸다.

이후 브릭 게시판은 후끈 달아올랐다. 아릉은 이에 앞서 6일 첫번째 '버전'의 분석 결과를 알려 적잖은 파장을 낳은 장본인기도 하다.

그가 이 작업을 통해 검증하고자 한 것은 다름 아니라 체세포 공여자(donor)와 이후 핵이식을 통해 배양된 배아줄기세포(NT-hESC)와의 관계다. 이러한 관계분석이 왜 의미가 있는지 그의 말을 빌리자면 다음과 같다.

"DNA 지문분석이 왜 중요한가 하면, 체세포 공여자와 배아줄기세포가 동일한 것인가를 판별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근거 자료이며, 결국 제대로 된 배아줄기세포가 있기는 한가, 있다면 몇 개나 되는가 판가름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쉽게 풀이하면 황 교수팀이 배양에 성공했다고 자신하고 있는 11개의 배아줄기세포가 각각 동일한 뿌리를 지니고 있는지, 그리고 배양된 배아줄기세포 가운데 몇 개가 진짜 배아줄기세포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복사한 듯 똑같은 지문분석 결과... "같은 세포 아니고는 불가능"

통상 공여자의 체세포와 이후 탄생한 배아줄기세포는 동일한 DNA 형질(peak의 위치 등)을 지닌다. 그러나 지문분석 결과의 패턴 자체가 동일할 수는 없다고 한다. 둘은 엄연히 다른 세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황 교수팀의 DNA 지문분석 자료를 보면, 마치 같은 세포 같은 부위에서 추출돼 동일한 분석조건 아래에서 러닝(running)된 것처럼 DNA 지문분석 결과가 너무나도 똑같다는 것이 '아릉'이 내린 결론이다.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실험 데이터가 <사이언스> 논문에 실려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지문분석 결과 드러난 피크의 모양·높이, 노이즈들까지 마치 컬러 복사를 해놓은 듯 흡사하다는 말.

이는 하나의 체세포에서 추출된 DNA를 마치 다른 세포(배아줄기세포)인 양 꾸며냈을 수도 있음을 암시한다는 게 '아릉'의 설명이다. 따라서 황 교수팀의 후속 해명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실제 성공한 배아줄기세포의 수가 11개가 아닐 수 있다는 추측을 낳을 수밖에 없다는 것.

그가 이러한 결론에 이르게 된 과정을 살펴보자. 그는 먼저 100개에 달하는 DNA 지문분석 사진을 모두 재분석했다.

RED(PET : Amelogenin, D5S818, FGA) : 12, 6, 7. 각각 색상, 염색시약, 표지자, 셀라인 넘버를 의미한다.
RED(PET : Amelogenin, D5S818, FGA) : 12, 6, 7. 각각 색상, 염색시약, 표지자, 셀라인 넘버를 의미한다. ⓒ 브릭 게시판

이러한 분석 절차를 거쳤더니 총 27장의 사진 중 12장의 사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아릉'은 설명한다. 이는 "적어도 6개의 배아줄기세포에 대한 유전학적 검증 가운데 이 유전자 표식(마커, marker)들에 대한 실험은 하지 않았거나 다른 원인이 존재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2005년 황 교수가 논문에 적시한 데이터는 2004년 논문의 그것과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2004년 논문 데이터의 경우 체세포 공여자와 배아줄기세포 사이에 동일한 유전 형질을 관찰할 수는 있지만, 패턴까지 동일하게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 이는 다른 세포에서 추출된 동일 DNA 세포임을 방증한다.

다음은 2004년 황우석 교수팀의 DNA 지문분석 결과자료다.

2004년 황우석 교수의 논문에 게재된 DNA 지문분석 결과. 체세포와 배아줄기세포의 같은 숫자에서 피크가 나타나고 있지만, 피크의 높이나 주변 노이즈가 다르다는 사실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2004년 황우석 교수의 논문에 게재된 DNA 지문분석 결과. 체세포와 배아줄기세포의 같은 숫자에서 피크가 나타나고 있지만, 피크의 높이나 주변 노이즈가 다르다는 사실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황우석 교수 지지자·민간연구소도 "뭔가 이상"

'아릉'의 검증 방식과 결과에 대해 젊은 과학도들은 대체로 동의한다는 반응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12월 6일 첫 번째 버전의 결과가 올라왔을 때만 해도 아릉의 분석방식과 결과를 부정하는 글이 적잖았다. 하지만 7일 두 번째 버전이 공개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특히 황 교수에 대한 지지를 보내고 있던 과학도들도 황 교수의 해명이 필요하다는 글을 쏙쏙 올리고 있어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moon9'라고 밝힌 한 과학도는 "PCR Product 같은 샘플을 2회 running 했다고 보이는 data들이 있네요"라며 "의심할 만한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황 교수의 데이터 허위 가능성을 제기했다. 아울러 그는 "그나저나 자꾸 좋지 못한 쪽으로 치닫는 느낌이 들어서 불안하다"며 안타까워하는 심경을 전하기도 했다.

막스플랑크 대학에서 박사 후 과정에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chian'은 "이쯤이면 쪽팔려서라도 자진해서 retract해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blue는 "황 박사님을 잃고 싶지않다"고 전제한 뒤 "이 사실이 빨리 황 교수님께 보고되고 대책을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 결과의 파장을 염려했다.

비단 젊은 과학도들만의 아릉의 주장에 동조하는 것은 아니다. 유전자 감식을 전문으로 하는 민간연구소에서도 이러한 문제제기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민간연구소 유전자분석팀장은 "관련 기사가 올라온 것도 봤는데 실질적으로 그렇게 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같은 세포를 같은 방식으로 런(run)한다고 해도 그렇게 동일한 패턴을 보이지 않는다"면서 "그들의 주장은 근거가 없는 얘기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오마이뉴스>는 이 논쟁에 대한 황우석 교수팀의 입장을 듣기 위해 이병천·안규리·성명훈 교수와 전화접촉을 시도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거나 "언론과 인터뷰는 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브릭 논쟁 게시판 바로 가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