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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게 아닌 것 같은데..."

지난 6일 서울시와 잡링크가 공동 주관하는 오프라인 취업박람회에 참가하려고, 노원구민회관에 들어서는 순간 어색함을 감출 길이 없었다. 하고 있는 행사에 비해 장소도 협소한 편이었고, 생각 외로 참여 인원 수 역시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젊은이들이 가득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중장년층들도 꽤 많아 더욱 어색했다. 그 때문에 자리를 잘못 찾아온 기분이 들어, 그냥 돌아갈까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능동적으로 자극을 주라'

돌아가려고 마음 먹었을 때 20대가 갖춰야 할 성공 조건 5력 중 한 구절이 떠올랐다. 무료 특강이 두 개나 있는데, 분명 자극을 줄 만한 것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일단 남기로 했다. 첫 번째 강의는 손태영(명지전문대 경영학과) 교수가 맡았다.

그리고 그가 마이크를 잡으러 나오는 순간부터 앞으로의 시간이 헛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는 한쪽 다리를 심하게 절며 나왔다. 세상이 흔히 보는 눈으로 보면, 그는 분명 장애인이었고, 장애를 가진 이가 그런 자리에 나와 강사로 나선다는 건 분명 흔한 일은 아니었다.

강의 주제는 '자기 변화와 혁신'이었는데, 3살 때 병으로 장애를 얻게 된 그가 23세 때까지 온갖 불만에 찌들어 있다가 마음을 바꾸어 먹고 자기를 변화 시킨 얘기는 그야말로 한 편의 드라마였다.

사람들의 무시에도 불구하고 뒤늦게 검정고시를 보고 대학교에 들어간 얘기나 대학교 수석 졸업을 하고도 장애로 기업체에서 받아 주지 않아 3D업종에서부터 시작한 얘기들은 시사하는 바가 많았다. 몸이 불편한 그도 내 앞에서 저렇게 강의를 하는데, 그보다 더 좋은 신체 조건을 가진 나라면, 더욱 더 열심히 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직무능력이 중시되는 사회지, 요새는 학교 안 봐요."

두 번째 강의를 맡았던 신정수(건국대 평생교육원) 교수는 강의 시작에 앞서 잠깐 나와 대화를 하다 이런 말을 해 주었다. 학교 네임 밸류에 대해 약간의 고민을 갖고 있었기에 그러한 격려는 내게 큰 힘이 되었다. 마냥 사람 좋게 생긴 인상이었지만, 그 역시도 인생에서 자살을 생각했을 만큼 힘든 순간이 있었다고 한다. IMF가 터졌을 때 그도 직장에서 밀려났고, 한강 다리 위까지 가보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죽으면 가족들이 어떻게 살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종이를 꺼내서 무얼 하면 돈을 벌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포장마차를 하기로 한 거죠."

그렇게 시작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고, 여러 기업체에 대한 컨설팅을 해 주는 등 지금은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고 있었다.

"아, 짜증나. 만날 똑같은 소리야. 그런 건 다 알고 있다구."

세 번째 시간은 이미지 컨설팅 시간이었다. 워낙 그런 강의를 많이 들었는지라, 다 안다고 건방을 떨며, 강사가 내 얼굴 앞에 대고 하라고 하는데도 따라하지 않았다. 일어나서 짝과 인사하는 부분은 어쩔 수 없이 따라했는데, 상대방에게 인사하려는 순간 상대방이 약간 짜증스런 얼굴로 다른 곳을 보자, 내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다.

상대방에 대한 서운함도 있었지만,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이 표현된 것이다. 따라하기 귀찮다고 안한 내 모습이 상대방에게 엄청난 상처를 줄 수도 있었고, 무례한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아는 것과 실천하는 건 다른데', 강의 몇 번 들었다고 시건방지게 강사의 강의를 들은 척 만 척 한 것에 대해 많이 반성했다.

"저희 업체가 그렇게 돈을 많이 주는 곳은 아닙니다."

취업 박람회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채용 설명회에 참여한 업체는 단 두 군데였지만, 많은 기대를 했다. 처음으로 참여한 오프라인 취업박람회라 채용 설명회를 어떻게 하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애시당초 내 적성과 맞지 않는 기업 설명회들이었지만, 어떻게 하는지 알고 싶었다. 그러나 여전히 배부른 구직 태도를 보이는 나인지라 돈을 적게 준다는 말에 금방 귀가 닫혀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이내 궁금해졌다. 이번 채용설명회에는 노원 주변이 아닌 강남 부근의 업체도 참여했다면, 꼭 그 지역 업체들만 채용설명회에 나오는 것은 아닐 것이다. 노원 이외에 강남등 3군데서 거의 비슷하게 이번 행사를 하는데, 다른 곳은 어떨까. 특히나 노원은 강북이었기에 강남에는 어떤 기업체들이 채용 설명회 나오는 것인지 무척 궁금해졌다. 이 궁금증을 풀고자, 강남역에서 진행되는 거의 같은 모습의 취업박람회에 참여하기로 마음 먹게 되었다.

덧붙이는 글 | 강남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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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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