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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리으리한 입구에 어쩐지 위축되었다.
으리으리한 입구에 어쩐지 위축되었다. ⓒ 양중모
건물 안으로 들어가 고용안정센터가 있는 10층으로 향했다. 들어서는 순간, 또 한 번 감탄하고 말았다. 이력서 컨설팅, 인사노무상담, 적성검사 등이 노원구민회관에서는 한 군데에서 몰려서 했던 반면, 그곳에는 각각 다른 방을 잡고 넓게 공간을 활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취업박람회를 돌아다니면서, 엉뚱하게도 '강남, 강남하는데 역시 강남이 좋긴 하구나'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노원과 달리 각각 넓은 공간이 확보되어 있었다.
노원과 달리 각각 넓은 공간이 확보되어 있었다. ⓒ 양중모
첫 번째 강의는 역시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손태영 교수 강의였다. 강의는 세세한 것을 제외하고 거의 같았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훨씬 편안했다. 강의실 안에 있는 의자들이 지난 번에는 팔받침이 없어 다소 불편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필기하기 쉽게 의자 위에 간이 받침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 강의가 끝나고 두 번째 시간은 지난 번과 달리, 고용안정센터 진로개발팀 이영선 상담원이 진행한 직업 탐색에 관한 강의였다. MT에 가면 무슨 역할을 할 것이냐, 피자집을 만들 때 무엇을 할 것이냐는 등 간단한 자신의 적성이나 유형을 찾아가는 검사를 곁들여 대강이나마 나 자신을 파악할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이어 지난 번 강북에서 느꼈던 뼈아픈 실패를 만회할 기회가 왔다. 바로 또 다시 이미지 컨설팅 시간이 온 것이다. 다행히도 강사가 바뀌었기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정작 약간 닭살스럽기까지 한 강사의 목소리를 듣자, 또 다시 괜한 심술이 생겼다. '가식적이야, 이런 걸 왜해. 역겨워.'

그렇긴 해도 자신이 망가져가면서까지 열심히 강의하는 강사의 모습을 보자 조금씩 동요했다. 급기야 상대방과 가르쳐준 인사법으로 인사하는 시간이 오자, '이번에는 잘해 보자'라는 긍정적 에너지가 넘쳤다.

"풉."

의외로 처음보는 사람과 마주보며 인사하기란 굉장히 어려웠다. 얼굴을 바라보고 있으면, 민망함에 계속해서 웃음이 터져나와 주체하기가 힘들었다. 몇 번이고 반복하자, 조금씩 그것이 가라앉았고 자연스레 인사할 수 있게 되었다. 단순한 인사이지만, 자연스러워지기까지 이런 오랜 시간이 걸리다니, 대단한 일이었다.

간단한 검사였지만, 직업 선택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했다.
간단한 검사였지만, 직업 선택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했다. ⓒ 양중모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렇게 인사를 하면 가식적이라고 느끼기 보다 기분이 좋아진다고 느낀 건 큰 소득이었다. 그 덕분에 앞으로 이런 강의가 있을 때마다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인사하는 법을 연습하고 나서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채용설명회가 이어졌다. 과연 강남 채용 설명회에 나온 기업들은 어디일까. 이곳에서도 단 두 군데가 나왔지만, 그 무게는 노원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첫 번째는 'VIPS'라는 말을 하면 다들 알 'CJ푸드빌'이었다.

그곳 관계자는 'VIPS'이외에도 'skylark'등 한 번쯤 들어 봤을 만한 외식업체들을 열심히 설명하고, 추첨을 통해 2만원짜리 외식 상품권까지 청중들에게 선물하고 떠나갔다.

다음으로 들어온 'nhn'은 날 더욱 놀라게 했다. 'NAVER'와 '한게임'을 운영하고 있는 곳이 아니던가. 인원수가 많지는 않지만, 그 가치는 어지간한 대기업를 능가하는 기업이기에 속이 좀 쓰렸다. 그것이 정말로 상관이 있건 없건 간에, 강남에서는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기업들이 나오는데, 노원 강북 쪽은 왜 그렇지 못한 것일까. 스스로가 강북에 사는 주민이기에 그런 속쓰림은 더했고, 기어이 참지 못하고 행사를 진행하던 관계자에 그 이유를 물어보았다.

"꼭 강남이라서 그런 건 아닙니다. 다음 다른 곳에서 있을 행사에 삼성화재나 OB맥주등도 참가할 예정입니다. 노원은 아무래도 좀 멀어서, 기업체들이 오기가 힘든 면이 있었나 봅니다. 그래도 노원구 구민들도 분명 이런 기회에 대한 욕구가 있을 텐데, 그 점을 고려해서 노원에서도 취업박람회를 연 것입니다."

듣고 보니 이해가 갈만도 했다. 솔직히 말해 나라도 기업 인사 담당자라면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다소 서러운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한 가지 위안할 것이 있다면, 강남을 제외한 다른 장소에도 이름을 들으면 알 만한 기업들이 온다는 점이다. 그 덕분에 내 머릿속에 나도 모르게 숨어있던 '강남이면 뭐든 다 좋아. 특별대우해 주는 것일 거야'라는 생각이 엷어졌다.

하긴, 사실 지금 내게 중요한건 취업박람회가 어디서 열리느냐보다 거기서 무엇을 얻을 것인가가 더 중요한 것일 텐데, 때로는 그런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사는 모양이다.

덧붙이는 글 | 영등포와 종로 등에서도 행사가 있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한 번쯤 가보셔서 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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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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