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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칠환 시집 <웃음의 힘> 겉표지 사진
ⓒ 이종암
199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반칠환 시인이 두 번째 시집 <웃음의 힘>을 펴냈다. 2001년 <뜰채로 죽은 별을 건지는 사랑>이라는 첫 시집을 펴낸 지 4년 만의 일이다. 1964년 충북 청주 출신인 그는 첫 시집에서 가난하고 힘겨웠던 유년기의 삶을 아스라한 추억의 그물로 건져올려 메마른 현대인의 삶을 따스한 서정으로 위무한 바 있다.

이번에 새로 나온 그의 두 번째 시집 <웃음의 힘>에는 모두 70편의 시가 실려있는데 하나같이 모두 짧은 시편들이다. 10행을 넘어서는 작품이 없다. 1행짜리(「뻐꾸기의 서원」), 2행짜리(「갈치조림을 먹으며」 「어떤 祈求」「낮달」「윤회」)시편도 있다. 이처럼 시적 수사를 극도로 절제하면서 강렬한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전해주는 그의 시를 나는 시집 제목의 이름을 빌려 '웃음의 힘'이라 부른다.

곡괭일 쓰니 블루칼라 같지만
머리를 쓰니 화이트칼라두 된다우

딱, 딱, 딱-

곡괭이질로 하나로 너끈히
장가도 가고
알도 품을 수 있다우

-「딱따구리」전문


제비꽃 하나가 피기 위해
우주가 통째로 필요하다
지구는 통째로 제비꽃 화분이다

-「통째로」전문

몰래 사과 한 알에
'핼리 혜성'이라고 써놓았다
올 가을, 지구는 저 혜성과 충돌할 것이다

'쿵' 하기 전에
까치들이 핼리 혜성을 다 파먹었다
어휴! 지구는 영문도 모른 채 안전하다

-「비밀」전문


인용한 위 시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시집 <웃음의 힘>에 실린 그의 짧은 시편들은 시를 읽는 독자에게 자연스럽게 웃음을 유발하면서도 무슨 힘을 갖게 해 준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들을 제재로 하여 우리들이 쉽사리 놓쳐버리는 삶의 본질(핵심), 깨달음을 간결한 언어로 묘파하고 있다.

시 행이 길지 않고 짧아서, 또 내용이 너무 무겁지 않고 가벼워서 반칠환의 시는 독자의 의식 속에 쉽게 빠르게 자리 잡는다. 그러나 그 속에 강렬한 삶의 본질 혹은 깨달음을 품고 있는 것이어서 독자들에게는 삶을 살아가는 힘으로 남는다. 특히 하루하루 자기 삶을 들여다보지도 못하는 바쁘게 살아가는, 속도의 시대에 얹혀사는 현대인들에게는 작지 않은 힘으로 남을 것이 분명하다.

"넝쿨장미가 담을 넘고 있다/현행범이다/활짝 웃는다/아무도 잡을 생각 않고 따라 웃는다/왜 꽃의 월담은 죄가 아닌가? "(「웃음의 힘」) "어머니는 마흔넷에 나를 떼려고/간장을 먹고 장꽝에서 뛰어내렸다 한다/홀가분하여라/태어나자마자 餘生이다(「일찍 늙고 보니」)"라는 시는 참 재미있고 삶의 근원을 들여다 보게 한다. 그의 시는 이렇게 '웃음의 힘'으로 다가온다.

웃음의 힘

반칠환 지음, 큰나(시와시학사)(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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