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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3일 건물 주인의 강제철거로 폐업 위기를 맞았던 건대 앞 '인서점'이 시민들의 후원으로 10일 다시 문을 열었다
지난 9월 13일 건물 주인의 강제철거로 폐업 위기를 맞았던 건대 앞 '인서점'이 시민들의 후원으로 10일 다시 문을 열었다 ⓒ 석희열
폐업 위기에 몰렸던 우리나라 최초 사회과학서점 '인서점'이 돌아왔다.

인서점은 서울 광진구 모진동 건국대 옛 정문 앞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10일 오후 다시 문을 열었다. 인서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따뜻한 손길이 서점을 다시 일으켜 세운 것. 지난 9월 13일 강제철거로 건물이 뜯겨나간 지 꼬박 석달만이다.

심범섭 인서점 대표는 "23년 동안 서점을 운영하면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책을 차떼기로 뺏기기도 하고 지난 9월 강제철거 때는 서점 전체가 털리는 수난을 당해 책에게 너무 미안하고 근신하는 마음이었는데 이제는 좀 떳떳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이날 인서점이 다시 문을 열기까지는 건대 민주동문회 '청년건대' 등이 모인 '인서점 다시 세우기 대책위원회'의 힘이 컸다. 인서점 대책위원회는 그동안 모금 활동을 벌이는 등 인서점의 실핏줄이 됐다. 후원금만 9000여만 원을 모았다. 약정액까지 합치면 1억여 원에 이른다.

이날 오후 4시 다시 문을 연 '문화사랑방' 인서점에는 100여명의 시민들이 찾아 와 인서점의 재개장을 축하했다
이날 오후 4시 다시 문을 연 '문화사랑방' 인서점에는 100여명의 시민들이 찾아 와 인서점의 재개장을 축하했다 ⓒ 석희열
인서점은 단순한 서점 기능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사람들의 공동체'라는 이름에 맞게 문화사랑방 구실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지역사회와 연계하여 독서토론회와 문화강연, 학당을 정기적으로 열어 문화체험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인서점은 이를 위해 인터넷 웹사이트를 구축하여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문화공간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안정적인 재원 확대를 위한 인터넷서점 운영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인서점과 20여 년을 동고동락해 온 김성민 건국대 철학과 교수는 "치열하게 살았던 80~90년대 학번들에게 인서점은 정신적 터전이며 사상의 고향이었다"며 "시민들의 후원으로 인서점이 다시 세워진 것은 문화과학시대의 출발을 알리는 인문정신의 부활"이라고 감격해 했다.

한편 인서점 대책위원회는 조만간 정관을 확정하고 출자조합으로 전환하여 후원활동에만 전념한다는 방침이다. 또 서점 운영은 종전대로 심범섭 대표가 맡고 소유는 조합원 공동으로 하는 소유와 경영 분리 원칙을 다음 달 중순께 열리는 조합원 총회에서 결정할 예정이다.

김희준 '인사랑'(출자조합) 설립 준비위원장은 "그동안 '아버지'로부터 받았던 것을 다시 되돌려주려는 온정의 물결이 기적을 만들어 냈다"면서 "후원금을 보내 준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서점을 문화가 살아 숨쉬는 문화과학서점으로 가꾸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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