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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라 가쓰나리 도쿄대 교수
다이라 가쓰나리 도쿄대 교수 ⓒ tokyo.ac.jp
공교롭게 한국보다 한발 먼저 터진 일본 도쿄대 다이라 가쓰나리 교수 사건은 황우석 박사 논문의 진위를 가리겠다고 발표한 서울대에 상당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다이라 교수는 도쿄대 대학원 공학계 연구과 교수 겸 경제산업성 산하 산업기술종합연구소 '유전자기능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는 RNA(리보핵산)연구의 권위자. 왕성한 연구활동으로 2000년 '새로운 세기를 이끌어갈 500인의 세계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1998년부터 2004년까지 영국 과학지 <네이처>에 발표한 12편의 논문에 대한 논란이 일본 국내외 학자들로부터 제기되자 도쿄대는 일본 RNA 학회 의뢰로 4월부터 조사에 착수하게 됐다.

실제로 <네이처> 발표 논문 12편 중 1편은 게재된 후 바로 취소 당하기도 했다. 논란의 포인트는 "재실험으로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것.

"재실험으로 동일한 결과 얻을 수 없다" 의문 제기돼

RNA 학회는 "이번 건을 간과하면 과학연구의 신뢰성과 일본 아카데미즘의 국제적 신용 저하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면서 도쿄대에 조사를 의뢰하기 전인 지난 3월 중립적 입장에서 국내외 전문가 6명에게 다이라 교수의 논문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그 결과 전원이 실험의 재연성에 문제가 있다고 동의했다.

학회는 "다이라 교수 자신과 그가 속한 도쿄대의 사회적 신용, 나아가서는 교육문제에도 깊이 관련된 문제"라고 판단, 4월 1일 도쿄대 대학원 공학계 연구과에 사건의 경위를 전달하고 사실관계 조사를 의뢰했다.

도쿄대는 4월 11일 학내에 조사위원회를 설치하고 학계 외부 인사를 포함한 전문가 의견을 참고로 조사에 들어갔다. 조사위원회는 우선 12편의 논문 중 비교적 검증이 간단한 4편에 대해 실험기록과 시료 제출을 요청했고, 다이라 교수가 7월 19일 제출한 실험기록 등에 대한 정밀한 검증을 4명의 전문가에게 의뢰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8월 6일 열린 조사위원회에서 (제출된) 기록이 실험의 1차 데이터(raw data)라는 것을 증명할 만한 명확한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지적을 받은 논문 12편의 실험결과 재연성에 대해 국내외 연구자 14명에게 문서로 자문을 구해 9명으로부터 답변을 받은 결과, 아무도 적극적으로 지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위는 이 결과를 바탕으로 8월 10일 공학계 연구과장에게 중간보고를 하고, 1차 데이터의 존재를 명확히 증명할 만한 자료제출이 없어 실험결과의 신뢰성을 검증할 수 없었다고 보고했다. 더불어 그 재연성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다이라 교수가 실험 시료를 제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과장은 8월 22일 다이라 교수에게 실험기록을 제출하도록 요청했다.

중간조사 결과 "신뢰성 문제 있다"... 다이라 교수 "재실험으로 실증할 터"

이에 다이라 교수는 9월 5일 제출한 답변과 자료에서 4편의 논문에 관한 실험 데이터와 실험 프로토콜 등이 적힌 실험 노트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9월 7일 열린 조사위원회에서는 제출된 답변과 1차 데이터를 포함한 자료내용에 대해 전문가의 의견을 구했고, 실험결과를 뒷받침할 만한 데이터의 존재를 보여주는 것은 없었다.

그러자 조사위는 9월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실험결과를 뒷받침할 만한 데이터를 확인할 수 없어 4편의 논문 실험결과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고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위는 다이라 교수에게 4편의 논문 실험을 다시 해서 그 결과를 연내에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다이라 교수는 이와 관련, 다음날인 9월 14일 <마이니치 신문>과 인터뷰에서 "조수가 실험 데이터를 노트가 아닌 컴퓨터에 기록했고 중요하지 않은 데이터는 정기적으로 처분해왔다"며 조수의 잘못으로 돌렸다. 그는 "이 방법은 부적절하며, 결과를 뒷받침 할만한 물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지만 대다수 논문의 진실성에 대해서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또 "논문에서 제안한 개념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제출한 실험으로 성과를 낸 연구 그룹도 있다" 며 "앞으로 의문시되고 있는 데이터를 재실험을 통해 실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산 지원한 정부산하 연구소도 조사 착수

그러나 도쿄대에 이어 일본 정부 산하 산업기술종합연구소가 다이라 교수의 논문에 부정이 있었는지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9월 22일 예비 조사위원회를 설치하고 조사를 벌인 결과 의혹을 받고 있는 논문 수는 9편으로 확대됐다. 그의 논문 10편이 산업기술종합연구소의 예산 지원을 받았다.

산업기술종합연구소 예비 조사위원회는 시약품 주문기록과 연구기록 노트 35점을 분석하고 다이라 교수와 조수 등 관계자 9명에게 청취조사를 실시한 결과, 9편의 논문은 실험순서와 기록을 기재한 연구 노트가 없고 조수가 실험기록을 보존한 컴퓨터는 폐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위원회는 12월 2일 "다이라 교수의 10편의 논문 중 9편이 실험 데이터를 뒷받침할 수 없었기 때문에 부정행위가 있었을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예비조사위원회는 그러나 산업기술종합연구소 연구실 입출기록은 있어 실험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위원회는 앞으로 외부 조사위원 3명을 포함한 본 조사위원회를 열어 2개월 내에 최종적인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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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 뉴스 국제부에서 일본관련및 일본어판 준비를 맡게 되었습니다. 일본에서 1998년부터 2000년까지 2년간 채류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 대학원 한일 통번역을 전공하였습니다. 현재는 휴학중입니다만, 앞으로 일본과 한국간의 주요 이슈가 되고 있는 기사를 독자들과 공유해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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