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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30일 오후 아이앤아이스틸 당진제철소 내의 모 협력업체 작업현장. 노동자들이 드릴로 철 구조물에 구멍을 뚫고 있다. 굉음과 함께 먼지가 사방에 날린다. 일반 먼지뿐만 아니라 쇳가루가 함께 날리고 있다. 그러나 집진설비는 열악하기 짝이 없다.

얼마 전 이 사업장에서 일하던 한 노동자는 폐암에 걸렸다. 한쪽 폐는 3기, 다른 한쪽 폐는 2기다. 산재를 신청했지만 회사측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철 구조물을 다루는 위험한 일임에도 숙련도가 높지 않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입되다 보니 산재가 속출하고 있다. 산재가 잇따르면서 동료가 죽고 다치는 현장을 목격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두려움과 함께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기중기 추돌 사고로 숨진 정씨의 바로 옆에서 작업을 함께 했던 박모(48)씨는 "정씨는 사고로 쓰러진 직후 '갈비뼈가 다 부러진 것 같다'고 말하고는 정신을 잃었다"며 "지금도 정씨의 마지막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고 말했다. 박씨는 지금도 불과 한 달 전에 자신의 동료가 사고로 죽었던 현장부근에 가면 당시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떠올라 소스라치게 놀란다고 한다.

"무선 리모컨만 사용했더라도 죽지 않았을 텐데…."
박씨는 지금도 안타깝게 중얼거린다.

곁에 있던 한 직원은 "만약 노조에 소속된 정규직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일했다면 길이가 불과 2~3m에 불과한 유선 리모컨을 무선리모컨으로 바꿔달라는 요구를 회사 측이 무시할 수 있었겠는가"라고 내뱉는다.

또한 제철소 내의 각 시설에는 안전장치가 장착돼 있지만 작동하지 않을 때도 많다고 한다. 생산량 달성에 내몰린 일부 노동자들이 작업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해 일부러 꺼놓기 때문이다.

사고가 일어난 당일도 협력업체에 전화가 설치돼 있지 않아 신속하게 연락할 수 없었으며 비정규직인 노동자들은 아이앤아이스틸의 앰뷸런스 호출 전화번호도 알지 못했다. 결국 자체 승합차를 이용해 후송해야 했다.

기본적인 안전장비라고 할 수 있는 방진마스크도 마찬가지다. 정규직들은 모두 1급을 사용하지만 비정규직들은 가격차가 많이 난다는 이유로 2급, 3급 제품을 사용한다.

박씨는 "언론에 보도되는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보름에 한 명씩은 손발 골절상 등을 당하지만 공식적으로 보고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식적으로 보고되지 않는 만큼 산재처리도 하지 않고 업체에서 자체 처리한다. 만약 공식적으로 보고되면 원청격인 아이앤아이스틸에서 계약상 불이익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역 노조의 한 관계자는 "산소마스크와 헬멧을 쓰고 들어가야 할 동판작업에 아무런 보호장구도 갖추지 않은 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입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협력업체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주로 산재를 당하고 있음에도 아이앤아이스틸은 사내 하청을 통한 비정규직 고용을 고집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덧붙이는 글 | 주간 <당진시대> 12월 12일자로 보도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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