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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이 내린 전북정읍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발을 동동구르고 있다
폭설이 내린 전북정읍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발을 동동구르고 있다 ⓒ 정종인
기상관측 사상 유례 없는 엄청난 폭설이었다. 연일 계속된 폭설로 인해 축사가 붕괴되고 피해복구에 나선 전경이 추락하는 사고가 잇따랐고 도시기능이 거의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눈 폭탄'을 맞은 전북서남권지역이 아비규환의 혼란에 빠졌다. 지난 21일 새벽부터 22일 오전까지 양 일간 기록적인 폭설이 계속되면서 주민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정읍에는 이날 한 때 1시간 동안 무려 10cm의 눈이 쌓이는 등 48cm에 달하는 최대 적설량을 보였다. 눈이 내리기 전 잔량까지 포함하면 59.2cm에 달한다.

지난주 내린 폭설로 엄청난 피해를 입은 농민들은 또다시 쏟아진 '눈폭탄'에 망연자실하며 하늘을 원망했다. 특히 제설작업에 나선 부안군 농업기술센터 40대 공무원이 하우스 철제에 깔려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도 발생했다. 피해가 속출하고 있으나 정확한 피해 규모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도시기능이 거의 마비된 전북정읍시 중심가
도시기능이 거의 마비된 전북정읍시 중심가 ⓒ 정종인
실제로 지난 22일 새벽 고창군 부안면 봉암리 봉오마을에서 주택 4~5가구가 붕괴 조짐을 보여 주민 8명이 마을회관으로 긴급 대피하는 등 고창군에서만 주민 2백여 명이 마을 회관으로 대피해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지난 20일에는 눈 피해복구를 위해 정읍시 덕천면 도계리 도계마을을 방문한 경기지방경찰청 기동대 13중대 소속 백승룡(21), 김기철(21), 이종근(21)씨 등이 복구도중 허리와 목에 중상을 입어 인근 아산재단 정읍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또 이날 고창군 고수면 황산리에서는 김모씨의 집이 쌓인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으며 순창군에서도 유등면 외이리 허모씨의 양계장 300여 평이 부서지는 등 이 일대 농가 5곳의 소 축사와 양계장 830여 평이 완파됐다.

김제시 만경읍 만경 농공단지에서는 특장차 생산공장인 H공장 건물 200평이 붕괴됐으며 교월동의 K자동차 정비 공업사 건물 200여 평도 무너졌다.

부안군에서는 복구작업 중이던 40대 공무원이 무너져 내린 비닐하우스에 깔려 숨졌다. 부안경찰서에 따르면 21일 오후 3시께 부안군 상서면 통정리 농업기술센터 육묘농장의 하우스가 무너지면서 제설작업을 하던 공무원 이모씨(48·6급)씨가 하우스 철제에 깔렸다고 한다. 이 사고로 이씨는 부상을 입고 인근 부안성모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심폐 소생술 등 응급 치료를 받았으나 오후 10시쯤 숨을 거뒀다.

이날 이씨는 폭설로 인해 하우스 붕괴가 우려돼 같은 과 동료 10여 명과 함께 하우스에 쌓여있는 눈을 치우는 작업 도중 이 같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고창군 대산면 춘산리 정모씨의 소 축사와 정읍시 과교동 삼산마을 도모씨의 비닐하우스 6개동 900여 평도 완파됐다.

눈사람이된 한 시민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눈사람이된 한 시민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 정종인
신호등위에도 폭설이 쌓였다
신호등위에도 폭설이 쌓였다 ⓒ 정종인
눈 앞에선 고속도로도 예외가 아니었다. 21일 오후부터 호남고속도로 곡성-태인 구간이 전면 통제된 가운데 호남고속도로 하행선 원덕터널 입구에 차량들이 고립돼 도로공사 직원들이 식수와 빵 등 긴급 구호물품 지급에 나서기도 했다.

22일 오전 9시부터는 전주-김제 금산사간 712번 지방도로와 순창 구림면-쌍치면간 21번 국도 등 전북 도내 국도와 지방도로 6군데의 차량 진입이 전면 통제됐다. 정읍, 부안, 고창 등 주요지역의 시내버스와 택시들이 운행을 중단해 출근길 시민들이 많은 불편을 겪기도 했다. 평소 50여 분이 소요되던 광주-정읍간 고속도로는 10여 시간이 걸리는 등 큰 혼잡을 빚었다.

정읍지역에서 자동차용품점을 운영하는 김모씨(35·정읍시수성동)는 "급작스런 폭설로 체인이 동이나 광주 단골거래처에 주문을 했으나 감감무소식"이라고 말했다.

전북정읍의 주요아파트 단지에는 운행을 포기한 차량들이 눈속에 갇혀있다.
전북정읍의 주요아파트 단지에는 운행을 포기한 차량들이 눈속에 갇혀있다. ⓒ 정종인
정읍을 비롯한 일선지자체는 폭설이 내린 21일 새벽부터 공무원과 군인, 제설차 등 장비를 동원해 주요 도로에서 제설작업을 벌이고 있다. 일선지자체 관계자는 "통행량이 많은 도로를 우선으로 제설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워낙 눈이 많이 쌓인 데다 인력과 장비가 턱없이 부족해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다행히 22일 오전부터 날씨가 맑아져 피해복구에 다소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폭설로 인한 피해가 계속되고 있지만 일선 시민들의 인간미 넘치는 도움의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정읍시 오대양사우나에서 근무하는 오성민씨는 자신의 화물차에 견인장비를 갖추고 다니며 출근길에 어려움을 겪는 운전자들에게 구호의 손길을 베푸는 등 다채로운 미담사례도 줄을 잇고 있다.

지난 21일 대설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정읍에는 48cm를 넘어서는 대형폭설이 또 쏟아져 일선학교도 마비됐다. 대설경보가 내려지자 21일 전북지역 초·중·고교가 단축수업을 실시했으며 22일에는 관내 6백여 개 학교가 임시 휴교를 단행했다. 올 들어서만 세 번째 '휴교령'이며 부안 위도초교와 고창 고수초, 정읍 대흥초교 등 초등학교 5곳과 부안 백산중, 고창 성내중을 비롯한 중학교 5곳 등 모두 10개 초·중학교가 조기 방학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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