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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마에 쌓인 눈의 높이가 대단합니다.
처마에 쌓인 눈의 높이가 대단합니다. ⓒ 임준연
특별재난지역에 준하는 조치를 하겠다고 약속한 총리의 발표가 뉴스를 타고 흐릅니다. 지붕에 쌓여 가는 눈을 보며 걱정에 잠을 못 이룹니다. 내일 일어나면 꼭 눈을 치워야겠다 생각하면서 잠을 청합니다.

지붕 아랫 부분을 올려다보면 벌써 60센티미터가 넘게 쌓여 있습니다. 제곱미터당 150킬로그램의 무게 어쩌고 하는 뉴스에서의 설명을 들으며 이제 하우스뿐 아니라 집도 무너져 가는 상황에서 내 집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첫눈이 올 때 젖었던 감성은 이제 어디로 갔는지 떠오르지도 않고 제발 하루라도 햇빛이 쨍쨍 나기를 기다리며 하늘에 염원해 봅니다.

눈 속에 덮인 마을. 마치 동화속의 풍경같습니다.
눈 속에 덮인 마을. 마치 동화속의 풍경같습니다. ⓒ 임준연
시간마다 계속되는 뉴스와 일기예보의 특보 어쩌구 하는 상황을 보면 기나긴 겨울을 눈과 함께 싸워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건조장이 무너진 것은 예사고, 하우스와 겨울 작물들을 거두어 보지도 못한 채 눈발 아래 고스란히 얼려버리고 말았습니다.

피난이니 고립이니 하는 단어는 둘째로 하더라도 제발 인명피해만 나지 않았으면 하는 심정입니다.

멀리서 창고위의 눈을 치우는 동네 어르신
멀리서 창고위의 눈을 치우는 동네 어르신 ⓒ 임준연
눈이 좀 한가해진 오후를 틈타서 지붕위에 올라갑니다. 오르기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혹시나 내가 올라가면 무너질까 싶어서 지붕가의 눈을 아래에서 웬만큼 치우고 나서 올라가는데 지붕밑에 눈이 허리까지 쌓여서 걷는 것도 힘들어 사다리를 놓고 군에서 배운 포복자세로 사다리를 잡습니다.

지붕위에 올라가니 걱정근심이 사라지고 잠시 주변의 하얀 풍경에 빠집니다. 하지만 할 일은 해야겠지요. 삽질을 하다가 목이 마르면 주변에 쌓인 눈을 한모금 물어 입을 축입니다. 눈맛이 이렇게 좋은지 몰랐습니다. 지붕 위부터 삽으로 점차 쓸어내리는 작업이 계속되고 멀리서 창고 위의 눈을 치우는 동네 어르신의 모습도 보입니다.

도시의 관심이 재해지역에 미쳤으면 좋겠습니다. 같이 사는 사회의 따뜻함마저 없다면 꽁꽁 얼어버린 길바닥처럼 차가운 곳이 이곳입니다.

눈을 아래로 쓸어내니 엄청난 높이로 쌓였습니다. 통로가 막혀버렸군요.
눈을 아래로 쓸어내니 엄청난 높이로 쌓였습니다. 통로가 막혀버렸군요. ⓒ 임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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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데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데로 살기 위해 산골마을에 정착중입니다.이제 슬슬 삶의 즐거움을 느끼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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