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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은 26일 국회에서 국회의원ㆍ중앙위원 워크숍을 열어 당헌.당규 개정 방안 및 전당대회 개최방식 등을 논의했다. 정세균 당의장과 참석자들이 워크숍에서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26일 국회에서 국회의원ㆍ중앙위원 워크숍을 열어 당헌.당규 개정 방안 및 전당대회 개최방식 등을 논의했다. 정세균 당의장과 참석자들이 워크숍에서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예상됐던 '격돌'은 없었다. 내년 2월 열린우리당 새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 형식과 당의장 권한을 둘러싼 당헌당규 개정 과정에서 정동영 장관쪽과 김근태 장관쪽의 세 대결은 싱겁게 끝났다. 당헌당규 개정이 두 장관의 복귀에 앞선 '판짜기' 양상을 보이면서 양측은 날선 신경전을 벌였지만 중앙위원들은 어느 쪽의 손도 들어주지 않았다.

26일 밤 11시까지 이어진 중앙위원회를 마치고 나온 한 재선 의원은 "합쳐도 10%도 안되는데 격돌은 무슨…"이라며 두 장관의 낮은 지지율에 빗대 이날 중앙위원회의 분위기를 "평온하게 진행됐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예상치에 비해 원만했을 뿐, 이견은 많았던 12시간 릴레이 토론이었다.

① 전당대회 형식- 지도부만 새로 뽑고, 당의장 임기는 내년 2월

최대 관심사는 당의장 선출 방식과 권한 강화에 관한 부분. 정동영 장관쪽은 ▲내년 전당대회 형식을 대의원과 중앙위원을 싹 바꾸는 정기전당대회로 할 것과 ▲당의장-최고위원(현 상임중앙위원) 경선을 분리해 실시할 것을 주장해 왔다. 표결방식도 1인 1표제로 만들어 표 분산을 막자는 입장이었다. 한마디로 물갈이를 통한 새판에서 강력한 당의장을 구현하자는 속내였다.

하지만 관철되지 않았다. 전당대회는 1만명의 대의원과 83명의 중앙위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지도부만 새로 뽑는 임시전당대회 형식으로 치르기로 했으며, 표결방식은 1인 2표제, 최고위원 중에 최대 득표자가 당의장이 되는 현행 유지로 결정됐다. 따라서 당의장의 임기는 내년 2월까지로 대선후보 경선 전까지 유지된다.

② 당의장 권한- 정책위의장·정조위원장 추천권으로 투톱 골격은 유지

또한 당의장의 권한도 소폭 강화 혹은 보완의 수준에 그쳤다.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제가 폐지되면서 정책위의장은 원내대표와 당의장이 협의해 추천하고 의원총회 인준을 거치도록 했다. 또한 정조위원장 임명에 있어서도 원내대표가 당의장과 협의해 추천, 임명토록 했다. 원내정치에 있어 당의장의 입김이 작용할 여지를 남긴 것이다.

하지만 중앙당 정무직 당직자에 대한 임명권을 당의장의 영향력 하에 있는 최고위원회에 부여하고, 중앙위원회 산하 각종 집행기구를 최고위원회 산하로 이관하는 방안 등은 무산됐다. 과거 총재 시절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의식, 투톱 체제의 골격은 유지하면서도 당의장이 어느 정도 영향력은 행사할 수 있는 길은 일부 터주는 것으로 원톱·투톱 논란은 정리되었다.

③ 기간당원제- 공직후보자 투표권 자격 부분 개정

끝으로 기간당원제. 옛 개혁당 출신들이 다수 포진한 참여정치실천연대(참정연)가 "기간당원의 권력을 당의장이 가져가려는 것 아니냐"며 반발해온 기간당원제 손질은 '소폭 완화'로 귀결되었다.

공직후보자 투표권을 가진 기간당원의 자격은 '현행 경선 2개월을 기준으로 6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한 당원'에서 기준을 '경선 한달(30일) 전'으로 부분 개정됐다.

이날 토론에서 가장 늦게 결정된 공직후보자 경선 방식과 관련해서는 대선에 한정되던 국민경선참여 방식을 국회의원, 지방선거로 확대해 기간당원 30%, 일반당원 20%, 일반국민 50%로 선거인단을 구성해 후보를 선출한다. 민심을 반영하고 전략공천의 융통성을 발휘하기 위한 조치다.

김근태계+참정연+친노그룹의 '반 정동영' 결집이 표심으로

열린우리당은 26일 국회에서 국회의원ㆍ중앙위원 워크숍을 열어 당헌.당규 개정 방안 및 전당대회 개최방식 등을 논의했다. 유시민 의원과 이화영 의원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26일 국회에서 국회의원ㆍ중앙위원 워크숍을 열어 당헌.당규 개정 방안 및 전당대회 개최방식 등을 논의했다. 유시민 의원과 이화영 의원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날 표심은 한마디로 반(反) 정동영 결집이다. 김근태계와 참정연, 친노그룹 등의 견제가 이뤄진 결과다.

참정연 소속의 유시민 의원은 "참외밭에서 신발끈 고쳐메지 말고 오얏나무 밑에선 갓 고쳐쓰지 말라는 말이 있지 않냐"라며 "전당대회를 코앞에 두고 '게임의 룰'을 바꾸는 것에 대한 경계심이 작동했다"고 평했다. 이어 "열린우리당은 계파가 완전히 지배하는 정당이 아니"라며 "바꾸자는 쪽(정동영계)에서 다수를 설득시킬만한 압도적인 논리를 내놓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근태 장관쪽도 큰 갈등없이 처리되었다며 만족스러워했다.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민평련)' 소속의 우원식 의원은 "당원중심의 정당, 원내정책 정당이라는 열린우리당 창당 정신을 존중한 결과"라며 "당을 새롭게 하는 데 있어서 한편의 과도한 힘의 집중을 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우 의원은 이날 토론 분위기에 대해 "이른바 정동영, 김근태계라는 분류되는 계파의 권력을 둘러싼 과도한 싸움을 자제하고 위기의 당을 구하는데 양측이 힘을 합쳐가는 쪽으로 귀결되었다"고 평가했다.

의원들은 하나같이 이날 표결에 대해 특정 계파의 이해관계로 해석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가령 정 장관쪽에서 주장해온 정기전당대회안에 대해 10여명의 의원들이 손을 들었다는 점을 들어 "친 정동영계가 그것 밖에 안되겠나"라며 결과에 대한 상처를 최소화하기 위해 양측 모두 표대결을 자제했다는 분석이다.

정세균 의장의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우상호 의원은 "전당대회의 룰을 가지고 양 계파가 정면격돌하는 모습은 좋지 않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며 "무엇보다도 이번에 끝내자, 내년으로 미루면 더 갈등이 커진다는데 의견을 모아졌다"고 말했다.

이날 중앙위원회도 정족수 미달로 결론을 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많았다. 하지만 연말에 당헌당규 개정 문제를 매듭짓지 못하고, 1월 초 두 장관이 복귀한 뒤로 이 문제가 넘어가면 "더 세게 붙는다"는 위기의식이 있었다는 얘기다.

열린우리당은 26일 국회에서 국회의원ㆍ중앙위원 워크숍을 열어 당헌.당규 개정 방안 및 전당대회 개최방식 등을 논의했다. 워크숍에서 김한길 의원과 제종길 의원등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26일 국회에서 국회의원ㆍ중앙위원 워크숍을 열어 당헌.당규 개정 방안 및 전당대회 개최방식 등을 논의했다. 워크숍에서 김한길 의원과 제종길 의원등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합쳐도 10%가 안되는데..." 약한 본선 경쟁력이 만든 '힘의 균형'

'친 정동영'으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이날 결과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서운함은 비쳤다. 원내대표 출마를 고민 중인 김한길 의원은 "당헌당규에 정해진 절차대로 결론이 난 것에 대해 누구나 승복해야 한다"면서도 "내가 바란대로 다 된 것은 아니지만 비상집행위원회 전원 합의로 올라온 안조차 부결시키는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은 "열린우리당엔 과거처럼 당의장이 공천주고 용돈주면 보스가 결정하는 대로 일제히 손드는 계보, 계파는 없다"며 "(이날 표결을) 너무 계파주의로 보지 말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선거 앞두고 선거법 고치는 게 국민에게 오해를 받듯 전당대회를 앞두고 룰을 바꾸는 것에 부담이 작용했던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중앙위원회 결과로 내년 전당대회가 특정인의 독주로 귀결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전당대회 방식이 지난 4월 문희상 체제가 선출된 때와 같은 토대(대의원)에서 이뤄지는 데다 1인 2표제가 유지됨으로써 합종연횡 등이 다양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김두관 대통령 특보를 비롯해 김영춘·임종석 의원 등 40대 후보군이 형성되고 있다는 점도 혼전 양상을 부축인다.

당장 1월로 다가온 원내대표 선거도 관심사다. 김한길 의원이 준비중이지만 김근태 장관쪽을 비롯한 나머지 그룹들이 중간지대의 배기선·유인태 의원을 밀고 있어 정 장관쪽의 최종 선택이 주목된다. 이 역시 당의장-원내대표 싹쓸이는 곤란하지 않냐는 견제심리가 발동한 결과다.

한 중앙위원은 "정동영·김근태 장관이 돌아온다고 해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며 "우리의 관심사는 누가 당의장이 되는 것이 아니라 열린우리당의 재집권을 하느냐 마느냐다"라고 말했다. 이날 드러난 '힘의 균형'은 누구도 '본선'(대통령 선거)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열린우리당은 26일 국회에서 국회의원ㆍ중앙위원 워크숍을 열어 당헌.당규 개정 방안 및 전당대회 개최방식 등을 논의했다.
열린우리당은 26일 국회에서 국회의원ㆍ중앙위원 워크숍을 열어 당헌.당규 개정 방안 및 전당대회 개최방식 등을 논의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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