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경찰의 과잉진압에 의한 농민사망사건과 관련해 허준영 경찰청장이 27일 대국민사과를 하기 위해 경찰청사 브리핑룸에 들어서고 있다.
경찰의 과잉진압에 의한 농민사망사건과 관련해 허준영 경찰청장이 27일 대국민사과를 하기 위해 경찰청사 브리핑룸에 들어서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기묵(55·치안정감) 서울경찰청장이 시위농민 사망사건과 관련, 27일 오후 허준영 경찰청장에게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서울청장은 이날 오전 허 청장의 대국민 사과 발표와 오후 노무현 대통령의 공개 사과 직후 사표를 제출했다. 이 청장은 "집회에 참가했던 농민들이 숨진 것과 관련해 시위 대응을 맡은 최고책임자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또 이 청장은 "이번 사태가 우리나라 시위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농민과 경찰, 국민 모두에게 불행한 이번 사태로 인권을 중시하는 참여정부에 상당한 부담을 안겨줘 안타깝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기묵 서울청장의 전격 사퇴에는 고 전용철·홍덕표씨 사망사건에 대해 경찰 내부에서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압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총수에 이어 대통령까지 대국민 사과에 나선 마당에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면 '면피용'이라는 비난에 직면할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대통령까지 나섰는데 농민 사망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져야 하지 않겠느냐"며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허 청장은 이날 오전 사과문 발표에서 "자리에 연연할 생각은 조금도 없지만 임기제 청장으로서 평화적 시위문화 정착을 위해 더욱 노력하는 게 나의 소임"이라고 말해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로 인해 이 서울청장이 허 청장 대신 '총대'를 메고 사표를 낸 게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허 청장이 이날 '책임자 처벌'을 언급한 것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허 청장은 "불법사실이 확인되는 행위자와 지휘감독자에 대하여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엄히 묻겠다"고 말했다.

경찰이 내부 조사에 착수할 경우 이 서울청장은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경찰청은 이미 11월 15일 농민시위의 과잉 폭력진압 책임을 물어 이종우(경무관) 서울경찰청 기동단장을 직위해제한 바 있다. 이기묵 서울청장은 이종우 단장의 직속 상관이며 지휘감독자다.

따라서 이 서울청장이 스스로 사의를 표명한 것은 책임론이 불거지기 전에 물러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도 풀이된다. 그러나 경찰청이 이 서울청장 사표수리로 사태를 마무리지으려 한다는 관측 속에 허준영 경찰청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농민단체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