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현재 <파주저널> 편집부 차장을 맡고 있는 직업기자다. 그러면서 <오마이뉴스>에 '공릉 숲 이야기'라는 연재기사를 쓰는 시민기자이기도 하다. 그녀는 2000년 9월 4일 <굿과 어우러진 가을 숲 속 시축제>를 시작으로 <오마이뉴스>에 6년째 꾸준히 기사를 쓰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끼리도 3년 정도가 지나면 애정이 식는다고 하는데 그 비결이 뭘까.
"<오마이뉴스>는 어떤 장르든 쓸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사회든 사는 이야기든 연재든 어떤 거든 가능하잖아요. <오마이뉴스>의 성향도 저와 맞고요. 지금까지 총 183개의 기사를 썼는데, 그 중 왕릉연재가 64편이에요. 연재기사를 계속 쓸 수 있는 원동력은 수많은 독자들의 열띤 호응과 성원에 힘입은 바 크죠."
국문학을 전공하고 시인이 되려고 했다는 그녀. 그런 그녀가 어떻게 왕릉연재에 스스로 코를 꿸 생각을 했을까. '공릉 숲 이야기'는 2004년 9월 처음 시작했는데 그 계기가 참으로 극적이다.
"당시 경기도 문화관광해설사로 1주일에 한 번씩 공·순·영릉에서 활동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삶에 변화를 주고 싶어서 엄청 길었던 머리를 단발로 싹둑 잘랐어요. 그리고 바로 연재를 시작한 거죠. 뭐에 홀린 것처럼."
그녀는 어렸을 적부터 역사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소풍 등으로 찾았던 왕릉에 대한 기억과 해설사 활동이 맞물리면서 왕릉을 알려야겠다며 연재를 시작했다. 그녀가 지금까지 찾아다닌 왕릉만도 무려 42개에 이른다. 조선왕릉은 모두 44개인데 제릉과 후릉은 북녘 땅에 있어 아직 찾질 못했다고.
왕릉답사? 역사탐방+지역봉사+살빼기 운동…좋다
그녀는 1주일에 한 번 정도 주로 주말을 이용해 왕릉을 찾는다. 말이 1주일에 한 번이지 직업기자로써 밥 먹고 살기도 힘들지 않을까. 황금 같은 재충전 시간을 온전히 왕릉에 바치는 이유를 물었다.
"생각보다 왕릉이 잘 알려져 있지 않아요. 문화재청 자료만 해도 턱없이 부족하거든요. 일반인들은 더욱 모르죠. 그래서 기자 기질이 발동한 거예요. 그렇게 왕릉을 찾아다니다 보니 역사탐방 되죠, 지역 봉사활동 되죠, 좋은 점이 많아요. 아, 따로 살빼기 운동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있네요(웃음)."
왕릉 관계자치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한성희'를 모르는 이는 없다고 겸손하게 웃으며 말하는 그녀. 직업기자로 파주 시내를 샅샅이 훑기에도 바쁠 텐데, 이제는 왕릉전도사가 되어 <오마이뉴스>를 알리고 '시민기자 한성희'를 전국구 반열에 올려놓는 역량을 발휘했다.
왕릉기사는 문화 기사임에도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조회수가 높은 편이다. 기사마다 문화면의 가장 많이 읽은 기사 수위권을 점령해 왔다. 궁금했다. 어떤 점이 열성 팬들을 생겨나게 했는지.
"연재기사는 다른 기사의 10배 이상 공을 들여요. 그리고 어느 독자가 평하길 '남자들은 역사를 똑바로 보기만 하는데, 왕릉기사는 여성의 시선으로 사방에 바둑돌 놓듯 화점과 방점을 찍으며 본다'는 거예요. 남성의 시선이라 안 보였던 것들을 섬세한 배려를 통해 바라보게 했다는 말이겠죠. 쉽게 쓰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편하게 읽어주시는 것도 있고요."
하지만 감추고 싶은 비밀도 털어놨다. "실토하건대 술 먹고 두 번 연재기사를 써 봤다"는 폭탄(?)발언이 그것인데 그게 어떤 기사였는지는 여전히 '비밀'이다.
"기회 되면 북녘 땅의 고려왕릉도 가보고 싶어요"
'한성희=왕릉' 기사마다 수 천 명의 독자를 몰고 다니는 그녀는 왕릉을 대표하는 개인브랜드이지 싶다. 그렇게 브랜드를 인지한 팬들이 있다 보면 기억에 남는 독자들도 있을 터.
"한두 명이어야지요(웃음). 직접 찾아오시는 분, 기사 안 올라오면 전화주시는 분, 힘내라고 매운탕 사주시는 분 등 많아요. 청주에 사는 고3 남학생은 제 기사를 통해 역사에 관심이 생겼다며 직접 공릉으로 찾아오기도 했죠. 모두 저를 응원해 주시는데 진심으로 감사해요."
그녀를 아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그녀를 '왕릉마마'내지는 '여장부'라 표현한다. 오랜 직업기자의 기질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언제 어느 때고 분위기를 장악해 내는 놀라운 능력을 지녔기에 더욱 그렇다. 그녀는 분명 왕릉을 여성의 섬세함으로 바라본다지만, 직업기자로서 지니는 남성적인 기개와 카리스마도 느껴진다.
공릉 숲 이야기는 이제 약 두세 달을 남겨놓고 있다. 이번 연재가 끝나면 다음엔 또 뭘 보여줄까.
"추위라면 죽기보다 싫은데 영하 10도를 오가는 한파 속에도 왕릉을 찾아다닌 걸 보면 '단단히 미쳤다'고 할 수 있겠죠. 이젠 시선을 고려왕릉으로 돌려볼까 해요. 물론 북녘 땅에 위치해 있어서 지금은 어렵겠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해 보고 싶어요."
그녀는 "왕릉 연재를 시작하면서 내가 한 상궁마마 정도는 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무수리였다"고 유쾌하게 웃었다. 하지만 아무렴 어떨까. 여러 독자들은 그녀를 '왕릉마마'라 부르는 걸. 그녀의 글을 통해 고려왕릉 이야기를 볼 날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